[올림픽 비하인드] 세계 최초 기술에도 6위…그럼에도 이채운 “후회 없다”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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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나 미련 따윈 가지고 싶지 않다.”

 

스포츠 세계는 얄궂다. 노력이 결과를 약속하지 않는다. 때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 앞에 좌절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다.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시간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진심으로 임했던 순간순간들이 모여 더 찬란한 내일을 비춘다. 한국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채운(경희대)도 마찬가지다. 고대했던 생애 첫 올림픽 무대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좌절은 없다. “후회나 미련 따윈 가지고 싶지 않다”고 주먹을 세게 움켜쥘 뿐이다.

 

이채운은 지난 14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하프파이프 결선에 나섰다. 일찌감치 ‘기대주’로 관심을 모았지만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종목 특성상 변수가 많다. 1,2차 시기를 실패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마지막 3차 시기서 히든 카드인 프런트사이드 트리플콕 1620도(4바퀴 반)을 성공시켰다. 전 세계 통틀어 이 기술을 실전에서 성공한 껀 이채운이 처음이었다. 더블콕 1440도 두 차례나 선보였다.

 

이채운이 받아든 점수는 87.50점이었다. 시상대에 오르긴 부족한 수치였다. 전체 6위에 자리했다.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톱5에 오른 선수 가운데 1620도 기술을 성공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7위 히라노 아유무(일본)와 9위 왕쯔양(중국)이 시도했으나 이채운보다 난도가 낮은 더블콕 1620도였다. 경기를 마친 직후 이채운은 “3차 시기서 92점이나 92.5점 정도를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서 동메달을 딴 야마다 류세이(일본)가 92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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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입장에서 수많은 감정이 들 수밖에 없을 터. 이채운은 17일 자신의 SNS에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꿈의 무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세계 최초의 프런트사이드 트리플콕 1620도를 성공하고도 왜 87.50점을 받았는지, 6위로 끝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과거에 멈춰 있을 생각은 없다. “(내겐)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을 해냈다는 게 중요하다.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쏟아냈는가?’라는 질문에 당당히 말할 수 있다”고 짚었다.

 

더 강해질 이채운을 예고한다. 이채운은 “1,2차서 넘어지고 3차를 뛰기 전 부담이 상당했다”면서 “무대 밑에서 응원하고 계시는 부모님, 국적을 불문하고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 목숨을 내놓고 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자신감 있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냈다”고 밝혔다. 마음가짐도 더 단단해졌다. 이채운은 “세계의 벽은 정말 높았다”고 운을 뗀 뒤 “이제 내가 할 것은 그 벽을 깨부수고 다른 선수들이 벽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라고 눈빛을 반짝였다.

 

감사했던 마음도 잊지 않고자 한다. 가장 먼저 떠올린 이름은 윤정민 코치다. “15살 때부터 가장 가까이서 쭉 지도해주신 코치님”이라고 언급하며 “지난 4년을 돌아보면 코치님은 항상 한결같으셨다. ‘진짜 어른이구나’ 많이 느꼈다. 보드를 떠나 생활, 예의 등 모든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믿음이 있었기에 도전할 수 있었고, 끝까지 쏟아낼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혼자가 아니다. 더 큰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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