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극장가의 흥행 포문을 연 작품이 있다.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오세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매일 하루의 기억을 잃는 한서윤(신시아 분)과 매일 그녀의 기억을 채워주는 김재원(추영우 분)의 청춘 멜로인 이 영화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해 누적 관객수 86만명(손익분기점 72만명)을 동원하며 성공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 4일에는 넷플릭스에 공개돼 전 세계 64개 국가에서 톱10에 올랐다. 열기의 중심에는 첫 스크린 데뷔임에도 절제된 연기와 유니크한 존재감으로 시선을 단단히 붙잡은 배우 조유정이 있다.
조유정은 극 중 한서윤의 절친 최지민 역을 맡았다. 두 주인공의 비밀을 공유하는 서사적 연결점이다. 때로는 뾰족하고 때로는 순수한 면모로 캐릭터에 다채로운 색감을 더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18일 만난 조유정에게 오디션 당시의 각오를 묻자 “‘정말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드리자’, 그 일념 하나였다. 고등학생 캐릭터니까 너무 깊게 접근하기보다 본연의 모습을 보여드리면 어떨까 생각했다. 감독님이 톤 디렉션을 세심하게 주셨는데, 지민이가 서윤이 외의 인물에겐 경계심 있는 앙칼진 고양이 느낌이 났으면 했다. 그 전엔 통통 튀고 막내딸 이미지가 강했는데, 리딩을 거듭하면서 냉정하고 차갑고 경계심 많은 말투를 표현하는 데 집중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촬영장의 분위기는 한 편의 여름방학 같았다. 신시아, 추영우, 진호은과 함께한 네 사람의 케미는 스크린 밖에서도 이어졌다. “저희끼리 정말 잘 놀았다. 촬영도 촬영인데 되게 재밌게 놀았다.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여름방학 느낌이랄까. 영우도 유머러스하고, 진호은은 깔깔 웃고, 신시아는 털털하다. 지금도 너무 사이가 좋다”며 애정을 나타냈다.
특히 함께 자전거를 타고 아쿠아리움을 거닐던 장면은 아직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사실 자전거를 잘 못 탄다. 뒤뚱거리는 게 살짝 보이는데, 행복하게 재밌게 찍어서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기분이 좋다. 놀이동산 간 것처럼 찍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물론 쉬운 장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묻자 조유정의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재원의 장례식장 신이 진짜 힘들었다. 방금 전까지 촬영을 같이 했는데 영정사진으로 보니 실제 충격이었다. 재원 아빠 역의 현철 선배님이 토닥토닥 괜찮다 해주시는데 눈물을 주체할 수 없더라. 힘들기도 했지만 결과물을 보고 뿌듯했다. 잘 울었다고, 저 자신을 칭찬했다”라며 수줍게 웃는다.
손익분기점 돌파 소식에 대한 소감에서는 진심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조유정은 “관객분께 참 감사하다. 무대인사 때 한 분 한 분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지민이 때문에 울었어요’라는 말을 직접 들을 때, 마음 같아선 한 분 한 분 찾아가서 감사하다고 하고 싶을 정도였다.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하루하루 감사할 일밖에 없다”라고 기쁜 마음을 나타냈다.
2018년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로 데뷔한 조유정은 TV와 OTT를 넘나들며 꾸준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공백의 시간도 있었지만 그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막막하기도 했지만 내가 얼마나 연기를 사랑하는지 확인한 시간이었고 덕분에 내면이 단단해졌다. 책에서 ‘견딤의 시간이 쓰임의 시간이 된다’는 말을 봤다. 내가 기다린 시간은 짧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길게 쓰임을 받고 싶다”며 각오를 다진다.
지금은 액션과 SF 장르에 대한 도전 의지로 가득하다. 일주일에 닷새, 두 시간 반씩 헬스장을 오가며 체력과 근육을 다지고 있다. “입시 때 현대무용을 배웠다. 연습량과 꾸준함만큼은 그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말했다.
연기 한길만 팠다. 그 이유에 대해 조유정은 “나에게 연기는 짝사랑이다. 오디션만 800번은 봤을 것 같다”며 “나만 연기를 사랑하고 연기는 나를 안 사랑한다고 눈물로 지새운 적도 있다. 그렇게 연기를 잘하고 싶단 마음이 연기를 사랑하게 되는 마음이 됐다. 오래 오래 쓰임 받는 배우로 호흡하고 싶다”며 웃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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