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현장] 신구에서 시작된 연극, 장진의 귀환…‘불란서 금고’가 열린다

불란서 금고 제작발표회 현장. 신정원 기자
불란서 금고 제작발표회 현장. 신정원 기자

장진 감독이 약 10년 만에 집필한 신작 '불란서 금고'가 오는 3월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배우 신구를 출발점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성지루, 장현성, 정영주, 김슬기, 금새록 등 12인의 배우가 빚어내는 촘촘한 앙상블과 특유의 블랙코미디로 관객을 초대한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는 연극 불란서 금고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장진 감독, 배우 신구, 성지루, 장현성, 정영주, 장영남, 김한결, 최영준, 주종혁, 김슬기, 금새록, 조달환, 안두호가 참석했다.

 

불란서 금고는 '밤 12시, 모든 전기가 꺼지면 금고를 열 수 있다'는 설정 아래 각기 다른 목적과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은행 지하 밀실에 모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장 감독이 2015년 꽃의 비밀 이후 약 10년 만에 쓴 희곡으로, 특유의 독보적인 언어유희와 빠른 리듬감이 특징인 블랙코미디다. 단순한 해프닝처럼 시작된 이야기가 점점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재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품의 출발점은 배우 '신구'다. 장 감독은 신구와의 작업을 꿈꾸면서 극을 썼다. 

 

장 감독은 "먼저 작품 소개를 하자면, 무대가 열리면 커다란 금고가 있고 그 앞에 다섯 명의 사람이 있다. 이들은 원하는 걸 가져가기 위해 금고를 턴다. 한밤의 소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 5월 국립극장에서 선생님의 '고도를 기다리며' 연기를 보고 소름끼치게 좋았다. 영화에서는 함께 했지만 무대에는 모신 적이 없어서 안타까움이 있었다. 분장실을 찾아뵈니 안아주시는데 그때의 기분이 잊히지 않았다. 그래서 무조건 선생님을 모실 수 있게 글을 쓰자 생각했다. 선생님이 이 대사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며 첫 대사 하나로 시작했다. 앞서 말한 줄거리도 작품이 끝나고 정리된 내용"이라며 "소박한 꿈에서 시작했고, 배우분들이 지원해 준 덕분에 무대에 올라가게 됐다"고 극의 출발을 설명했다. 

불란서 금고 제작발표회 현장. 신정원 기자
불란서 금고 제작발표회 현장. 신정원 기자

대본이 가장 먼저 닿은 배우 역시 신구다. 전설적인 금고털이 기술자 맹인을 연기한다.  

 

장 감독은 "작년 9월 중순쯤 탈고하고 그다음 날 신구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고 제일 먼저 대본을 드렸다. 읽어봐주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며 "한 달 후 10월 초에 다시 뵀는데 잘 봤다고는 하셨지만 출연에 대한 확답을 주시지 않았다. 그러다 식사하던 중에 제 진심을 알아주셨는지 '하는 걸로 하자'고 하셔서 작품을 출발할 수 있었다. 그때도 참으셨다면 선뜻 시작을 못 했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에 대해 신구는 "성급하게 결정했던 거 같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극복하기 힘든 점도 있고, 해석에서도 어려운 점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 욕심을 낸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면서도 "다른 분이 하면 아쉬웠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습을 위해 건강에도 신경을 썼다. "몸이 신통치 않지만 누가 되지 않게 고심하고 있다"며 "몸이 뜻대로 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지만 연기는 내게 밥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연기에 대한 여전한 의지를 밝혔다. 

 

이 말에 장 감독은 "선생님께서 걷는 것부터 해서 연습을 위한 준비를 몇 달 동안 하셨고, 불란서 금고가 당신께서 살아 계시는 이유라고 문자를 주셨다"며 "열심히 하게 되는 이유"라고 첨언했다. 

 

신구와 더블캐스팅에는 성지루가 이름을 올렸다. 그는 '영광'이라고 표현했다. 성지루는 "대본을 받았을 때 작품 얘기를 듣자마자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감히 신구 선생님하고 더블이라는 것에 부담을 갖기 보다 같은 무대에서 같은 역할로 할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작품에 대한 열의는 '삭발'로 보여줬다. 성지루는 "90년도 7월에 전역을 했는데 이후 37년 만에 삭발을 했다. (장 감독님이) 지나가는 말로 하시는 줄 알았는데 술자리에서 세 번 정도 말씀을 하셔서 진심이구나 느꼈다.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여쭤보고 연습하다가 숍가서 밀었다. 연극이라는 명분으로 밀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사하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불란서 금고 이미지. 파커블앤코 제공
불란서 금고 이미지. 파커블앤코 제공

이번 작품은 주인공 한 명에게 집중된 것이 아닌 12명의 배우가 함께 어우러져 펼치는 연기 앙상블이 포인트다.

 

작품에는 신구, 성지루 외에도 믿고 보는 배우들이 모여있다. 논리와 원칙으로 상황을 통제하는 교수 역으로 장현성과 김한결이, 목적을 향해 거침없이 움직이는 현실주의자 밀수 역에 정영주와 장영남이 활약한다. 본능적인 행동대장 건달 역은 최영준과 주종혁이 나서고, 은행원 역에는 김슬기, 금새록이 무대에 오른다. 

 

배우들은 작품을 합류하게 된 이유로 신구, 그리고 연출 장진을 꼽았다. 장현성은 "선생님을 보면서 배우란 저런 모습이구나,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낸 결정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공부가 됐다"며 "저 역시 무대로 연기를 시작한 사람이고, 오랜만에 대학로에서 연습을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진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김슬기도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는 "미스터리한 소동극이라고 짧게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개한 뒤 "감독님 작품으로 연극 데뷔를 했고, 지금까지 한 연극에서 감독님의 지분이 크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이 특별한 건 초연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감독님의 전작인 꽃의 비밀 초연 때도 제안을 받았지만 당시 스케줄상 참여하지 못했다. 새로운 작품을 또 언제 쓰실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불란서 금고를 만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불란서 금고로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하는 주종혁과 금새록도 의미있는 소감을 전했다. 주종혁은 "대본을 보고 나서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만 장진 감독님과 신구 선생님을 비롯해 좋아하는 많은 선배님들이 나오셔서 '많이 깨지고 새롭게 채우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막상 연습을 시작하고 나서 민폐가 되면 어떡하지 우려했는데 하루하루 지나면서 너무 든든한 팀이라고 느꼈고, 지금도 배워가면서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새록은 "나만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겁 없이 도전했다.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부족하더라도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신다. 어떻게 하더라도 안아주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셔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웃었다. 

 

불란서 금고는 오는 3월7일부터 5월31일까지 공연된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