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못했다.”
누군가에게 마흔이라는 나이는 좀처럼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베테랑’ 노경은(SSG)은 달랐다. 숫자에 굴복하지 않았다. 새로운 전성기를 펼치는 이정표로 만들었다. 팀을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가장 믿음직한 ‘필승카드’로 우뚝 섰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당당히 승선했다. 2013년 WBC 이후 13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노경은은 “2013년이 마지막 국가대표라 생각했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고 웃었다.
역대 최고령 기록을 갈아치운다. 대회 첫 경기인 3월5일 체코전 기준, 노경은의 나이는 41세11개월22일이다. 종전 기록인 2017년 WBC 당시의 임창용(40세9개월2일)을 넘어선다.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최고령 출장 기록 또한 경신하게 된다. 노경은은 “나이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최고령인 걸 떠나서 젊은 선수들과 동등하게 봐주셨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 좋다. 후배들이 조금 더 편하게, 재밌게 경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만들어보겠다”고 끄덕였다.
노경은은 2003년 두산의 1차 지명으로 프로 세계에 입문했다.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소속팀과의 기나길 줄다리기 끝에 2019시즌을 통째로 쉬는가 하면, 2021시즌을 마친 뒤 무적 신세가 되기도 했다. 당시 이미 30대 후반의 나이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입단 테스트를 통해 SSG에 입단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노경은은 “단 한 번도, 하루 정도 쉬면 어떨까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귀띔했다.
단순히 오랜 경험만을 인정받은 것이 아니다. 앞서 류지현 WBC 야구대표팀 감독은 “이름값을 떠나, 가장 경쟁력 있는 자원들을 선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노경은은 현 시점 최고의 불펜투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년 연속 30홀드 이상을 책임졌다. 이 기간 꼬박꼬박 80이닝 이상을 책임지면서도 흔들림 없는 피칭을 선보였다. 류 감독은 “노경은은 경험과 기술을 갖춘 선수”라면서 “뒤에서 충분히 마운드를 이끌어줄 거라 기대하고 뽑았다”고 밝혔다.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대표팀의 무게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노경은은 “나라를 대표해서 태극마크를 단 것 아닌가. 선택받은 만큼 항상 자부심을 갖고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년과는 다른 루틴으로 비시즌을 보내야했지만 걱정은 없다. 대회 일정에 맞게 순조롭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 미야자키 퓨처스(2군) 캠프서 100구 이상씩 불펜 투구를 하고 있다. 노경은은 “2013년과 다른 모습 보여드리겠다.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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