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랑 18세, 여고생 스노보더 유승은(성복고)이 이탈리아 리비뇨의 하늘을 가르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생애 첫 올림픽에 나서 메달을 따기까지 수도 없이 넘어졌고 쓰러졌다. 탈골과 골절이 반복됐다. 성인 선수도 이겨내기 어려운 시련이었지만 여고생은 보드를 놓지 않았다. 씩씩하게 다시 일어나 설원을 질주했고, 날아올랐다. 끝내 자신이 흘렸던 눈물을 모두 지르 밟고 포디움에 올랐다.
한국 스포츠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유승은은 10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끝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총점 171.00점을 기록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이어진다. 한국 스노보드 역사상 빅에어 종목 첫 올림픽 입상이자, 여자 스노보드·프리스타일 종목 최초 메달이다. 또한 앞서 평행대회전 김상겸(하이원)에 이은 입상으로, 한국 스노보드 사상 단일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복수 메달을 수확했다.
떡잎부터 남달랐다.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갔던 스키장에서 스노보드에 푹 빠졌다. 빠르게 두각을 드러냈다. 2023년 국제스키연맹(FIS)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초신성으로 떠올랐다. 2024년 10월 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예선 1위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스노보드 빅에어는 난도가 높고 부상 위험이 큰 종목으로 꼽힌다. 급경사 슬로프를 내려온 뒤 공중에서 회전 기술을 선보이고 랜딩한다. 공식 대회라도 착지 과정에서 넘어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유승은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1년 사이 다치고 또 다쳤다. 발목 복사뼈 골절, 팔꿈치 탈골, 손목 골절 등 부상이 이어졌다.
포기하지 않고 인고의 시간을 버텨냈다. 부상 복귀전이었던 지난해 12월 다시 비상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스팀보트 스프링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깁스를 한 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 최초의 월드컵 빅에어 입상이었다. 흐름을 이어 올림픽 무대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유승은은 “힘든 시간이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지금 이 순간 스스로가 무척 자랑스럽다”면서 “한국을 대표해 스노보드를 탈 수 있어서 무척 영광이다. 우리도 스노보드를 이 정도로 할 수 있다고 보여준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대회 내내 여고생의 패기와 발랄함이 시선을 끌었다. 전날 예선에서 자신의 점수를 기다리며 중계 카메라를 향해 장갑에 새겨진 태극기를 보여주는 여유를 보였다. 결선 2차 시기에선 프론트사이드 트리플콕 1440(앞을 보고 도약해 공중에서 1440도를 회전하는 동작)을 성공한 뒤 보드를 설원에 던지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또 당찬 모습과 달리 포디움에서 수줍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보드를 던진 건) 너무 신나서 그랬다”며 공식 대회에서 프론트사이드 트리플콕 1440을 처음 성공했다. 정말 놀라웠다”고 기뻐했다.
유승은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16일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에 출전해 2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한국 스노보드의 새로운 역사를 향한 그의 질주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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