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앞두고 아이들의 성장을 기대하는 부모들이 많지만, 정작 식탁 위에서는 아이와 부모의 전쟁이 벌어지곤 한다.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물고 함흥차사인 아이, 정성껏 차린 반찬을 거부하며 유독 살 안 찌는 아이들의 속사정은 무엇일까.
한의학박사이자 한방내과전문의인 김하연 함소아한의원 잠실본원 원장에 따르면, 아이의 식욕부진은 단순한 편식이 아닌 한의학적 ‘식적(食積)’과 ‘비위허약(脾胃虛弱)’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식적이란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이 장내에 정체되어 독소를 유발하는 상태를 말하며, 비위허약은 타고난 소화기의 기운이 부족해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김하연 한의사는 특히 어린 아기들의 생활 습관이 식적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어린 아기들의 경우 밤중 수유를 오래 지속하면 자는 동안 소화기관이 쉬지 못해 음식 노폐물이 쌓이기 쉽고, 조금 큰 아이들은 음식을 충분히 씹지 않고 삼키는 습관이 식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덜 씹힌 음식물은 위장에 큰 부담을 주어 소화 기운을 정체시키기 때문이다. 식적이 있는 아이들은 배가 빵빵하고 입 냄새가 나며,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이는 것이 특징이다.
배변 상태 역시 소화기 건강과 성장의 거울이다. 소아변비는 성인과 달리 대장에 열이 뭉친 ‘대장열(大腸熱)’ 상태나, 밀어내는 힘이 부족한 ‘비위기허(脾胃氣虛)’가 주요 원인이다. 반대로 만성적인 설사는 장내 독소가 뭉친 ‘습열(濕熱)’ 체질이나 장이 차가운 ‘비위허한(脾胃虛寒)’ 체질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김 원장은 “이러한 소화기 문제를 방치하면 영양 흡수를 방해해 키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전신 면역력까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이러한 소화기 증상이 사춘기 이후의 폭풍 성장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한의학 박사 김하연 원장은 사춘기 전까지 소화기라는 기초 공사를 튼튼히 닦아 놓아야, 본격적인 사춘기 급성장기에 우리 몸이 오롯이 ‘성장’에만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함소아한의원 잠실본원에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맞춤 치료를 진행한다. 김 원장은 “최근에는 GEP 공법으로 쓴맛을 잡은 한약이나, 증류한약, 젤리한약, 짜 먹는 제형 등 아이들이 즐겁게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 치료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성장 엔진을 깨우는 소화기 관리 실천법’을 조언했다.
우선 식사 2시간 전 간식 제한으로 공복감을 형성한다. 식적 제거도 중요하다. 잠들기 2시간 전부터는 공복을 유지하고 배꼽 주변을 시계 방향으로 마사지한다. 소아변비 아이는 아침 식사 직후 변기에 앉는 습관을 들이고, 만성 설사가 잦은 아이는 배를 따뜻하게 관리해야 한다.
김하연 한의사는 “소화기 상태에 맞춘 맞춤형 치료는 단순히 밥을 잘 먹게 하는 것을 넘어, 면역 균형을 바로잡고 아이가 가진 최대의 성장치를 끌어내는 바탕이 된다”며 부모님의 세심한 관찰을 당부했다.
◆우리 아이 소화기 건강 체크리스트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물고 한참 동안 삼키지 않는다.
평소 입 냄새가 심하고 자다가 자주 깨서 뒤척인다.
변이 딱딱해 화장실 가기를 무서워하거나 변이 늘 묽다.
또래보다 유독 작고 살 안 찌는 아이라 걱정된다.
밤중 수유를 늦게까지 했거나 음식을 잘 씹지 않고 삼킨다.
※ 3개 이상 해당한다면 아이의 소화기 점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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