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현실에 한 방…‘정의 구현’ 드라마 통한다

주말 안방극장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단연 ‘정의 구현’이다. 법과 제도의 빈틈을 교묘히 피해 간 악인들을 대신 응징하고, 억눌린 분노와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주는 이른바 사이다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현실 사회의 불공정과 부조리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서사가 카타르시스를 자극하며 흥행 공식을 다시 쓰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MBC 금토드라마 ‘판사 이한영’이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첫 방송 시청률 4.3%로 출발한 드라마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5회 만에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10%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주말 드라마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성적 역시 탄탄하다. 키노라이츠 집계에 따르면 판사 이한영은 지난 1일 기준 웨이브 1위, 티빙 2위에 오르며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 인기를 입증했다.

 

판사 이한영은 권선징악 서사의 정수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동명의 네이버 시리즈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때로는 경계를 넘나들며 ‘진짜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지성이 연기하는 주인공 이한영은 단순한 영웅이 아니다. 그는 한때 권력과 돈 앞에 무너졌던, 결코 깨끗하지 않은 인물이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2035년이다. 부장판사 이한영은 거대 로펌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며 판결을 내리는 타락한 법조인이다. 그의 왜곡된 판단은 결국 한 가족의 삶을 파괴하고, 그 죄책감은 더 큰 비극으로 되돌아온다. 모든 것을 후회하던 순간 그는 10년 전 첫 단독 재판을 맡았던 시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다시 주어진 시간 속에서 이한영은 과거의 선택을 바로잡고, 정의를 외면했던 순간들과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결심한다.

 

이후 드라마는 통쾌한 속도감으로 전개된다. 이한영은 법정 안팎에서 악인들과 맞서 싸우며, 철저히 계산된 전략과 몸을 사리지 않는 행동으로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준다. 군 복무 특혜, 권력과 자본의 은밀한 유착, 거대 기업의 불법 행위 등 현실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공분을 불러온 사건들이 에피소드로 녹아들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 같은 흐름은 판사 이한영만의 현상은 아니다. 앞서 SBS ‘모범택시3’ 역시 정의 구현 드라마의 저력을 증명했다.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 범죄자들을 사적으로 응징하는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와 무지개 운수 팀의 활약은 매회 강력한 사이다 전개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해소했다. 해외 인신매매, 아이돌 연습생 착취, 사회적 참사를 연상케 하는 사건들까지 과감하게 다루며 현실과 맞닿은 서사는 공감대를 확장했다.

 

그 결과 모범택시3는 최고 시청률 14.2%를 기록했고, 주연 배우 이제훈에게 또 한 번 연기대상을 안기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앞선 시즌들 역시 최고 시청률 16%, 21%를 달성하며 정의 구현 드라마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에 대해 “현실에서 쉽게 해소되지 않는 불공정과 분노가 콘텐츠 소비로 이동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복잡한 설명 없이도 선명한 선악 구도와 빠른 보상 구조를 통해 감정적 해방을 제공하는 드라마들이 팍팍한 일상 속에서 하나의 탈출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법과 제도, 권력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판타지적 장치를 더해 ‘가능한 정의’를 제시하는 방식이 시청자들에게 강한 공감과 설득력을 동시에 얻고 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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