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스노보드 금메달리스트에 도전한다.’
22피트(6.7m) 높이의 하프파이프에서 떨어졌다. 착지 과정에서 크게 충격을 받으며 척추 압박 골절이라는 중상을 입었다. 부상 직후 헬기로 병원에 이송됐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수술대에 올랐다. 재활보다 힘든 것은 트라우마였다. 눈으로 만들어진 16~18도의 가파른 벽면을 타고 올라 공중에서 몸을 틀어야 하는, 묘기에 가까운 동작이 핵심인 종목에서 착지에 대한 트라우마는 치명적이었다. 공포와 다시 마주하는 싸움, 10대 소녀답지 않게 차분했다. 회전 수를 낮추고, 속도를 줄였으며, 점수보다는 자신을 다시 믿는 작업부터 다시 시작했다. 부상은 그를 멈추게 했지만, 나개를 꺾진 못했다. 넘어지지 않는 방법이 아닌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품었다. 동계 올림픽 최연소 스노보드 금메달리스트에 도전하는 최가온(17·세화여고)의 스토리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이번 올림픽에서 주목해야 할 스노보드 하프파이브 선수 8명을 꼽으면서 최가온의 이름을 가장 먼저 올렸다. 포브스는 “(경기가 열리는) 리비뇨에서 역사적인 올림픽 3연속 메달을 노리는 클로이 킴(미국)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최가온이 금메달을 따면 최연소 스노보드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기울어진 반원통형 슬로프에서 펼치는 공중 연기를 심판들이 채점해 순위를 정하는 경기다. 전통적으로 미국이 강세를 보여 왔으나 2010년대 들어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가 성장세를 이뤘다. 한국도 이들을 추격하고 있다. 중심에 최가온이 있다.
시작부터 남달랐다. 7살 때 스키장에 갔다가 스노보드에 호기심이 생겼다. 아버지가 사준 스노보드를 타면서 재미를 느꼈다. 이후 아버지의 추천에 따라 하프파이프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결국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중학생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그의 이름이 세상에 크게 알려진 건 만 14세 2개월이던 2023년이었다. 그해 1월 미국 콜로라도주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인 X게임에서 최연소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엔 생애 처음으로 나선 월드컵에서 정상에 올랐다.
부상이라는 암초도 만났다. 성장세를 이루던 2024년 초 스위스 락스에서 열린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훈련하는 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었다. 1년의 집요한 재활 끝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부상 복귀 직후였던 2025~2026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하프파이프 대회에 3번 출전해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3번 모두 90점을 넘길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현재 월드컵 하프파이프 여자부 순위에서 1위에 올라 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올림픽에 출격한다.
최가온이 올림픽 포디엄 가장 높은 곳에 서면 아시아 최초의 역사를 쓰게 된다. 역대 올림픽 스노보드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가 금메달을 딴 건 2022 베이징 대회에서의 남자부 히라노 아유무(일본)가 유일하다. 여자부에서는 아직 금메달이 없다.
날짜가 다가온다. 여자부에 나서는 최가온은 오는 11일 예선을 통과하면 13일 결선을 치른다. 경기는 모두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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