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안방극장 흥행 공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웹툰·웹소설이다. 인기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드라마와 웹툰·웹소설이 잇따라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고 있다. 영상물과 원작이 서로의 인기를 견인하며 동반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주말드라마를 제외하고 현재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는 지성 주연의 ‘판사 이한영’(MBC)이다. 지난달 첫 방송 후 입소문을 타더니 단 5회 만에 두 자리 수 시청률을 넘겼고, 최근 방영된 10회는 순간 최고 17%까지 치솟았다. 거대 로펌의 노예로 살다가 10년 전으로 회귀한 적폐 판사 이한영(지성)이 거악을 응징하는 이야기다. 2018년 연재된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2020년부터 5년간 네이버웹툰으로도 연재돼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원작 웹소설과 웹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 공개 후 2주간 원작 웹소설 다운로드 수는 티저 영상 공개 전 대비 147배나 증가했다. 웹툰 조회수 역시 같은 기간 20배 이상 증가했다.
드라마 공개에 발맞춘 홍보와 콘텐츠 전개도 주목할 만하다. 웹툰·웹소설 모두 본편과 별개의 외전을 드라마 첫 방송 전날부터 동시 연재를 시작했다. 방영을 기념한 웹툰·웹소설 무료 감상 이벤트도 전개했다. 원작 팬들은 작품 완결 이후 드라마 방영과 외전 연재를 통해 갈증을 해소하고, 드라마 시청자들은 이야기의 배경과 인물의 서사를 원작에서 더욱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원작 웹소설의 이해날 작가는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 안에서 제 작품이 다양한 포맷으로 독자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창작자로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보현·이주빈 주연 드라마 ‘스프링 피버’(tvN)도 원작 웹소설·웹툰을 재조명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웹소설 인기를 바탕으로 웹툰, 드라마까지 IP를 확장한 사례다. 로맨틱코미디 장르 특성상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건 아니지만 팬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며 꾸준히 시청률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입소문은 원작 웹툰에도 힘을 실었다. 지난해부터 연재를 시작한 동명의 웹툰은 드라마 공개일 이후 2주간 조회수가 티저 영상 공개 전 동기간 대비 10배 증가했다. 드라마 출연 배우들과 웹툰 주인공의 높은 싱크로율이 화제를 모으며 독자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첫 방송 이후 전국 시청률 7%를 돌파하며 방송사 효자 드라마가 된 남지현·문상민 주연의 ‘은애하는 도적님아’(KBS2)는 웹툰과 동시 공개라는 신선한 전략을 택했다. 웹툰·웹소설을 원작으로 영상물을 제작한 게 아니라 반대로 드라마를 웹툰으로 만들었다. 드라마 방영 일주일 전 웹툰을 선공개해 드라마 시청률과 넷플릭스 시리즈 상위권 안착 등을 견인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콘텐츠 IP 거래 현황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원작 기반 콘텐츠를 선택하는 핵심 사유로 원작과의 차이에 대한 궁금함(38.4%)과 원작에 대한 팬심(34.6%)이 1~2위를 차지했다. IP 활용 콘텐츠의 흥행 뒤에는 원작의 인지도가 상당 부분 역할을 한 셈이다.
제작사 측면에서도 기존 IP를 활용하는 것이 제작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도모할 수 있다. 제작 비용 상승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방송·영화 산업에서 원작 IP 기반의 콘텐츠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같은 선순환은 앞으로도 업계의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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