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뭄에 ‘아야노, 단비’ 내리니… 우리은행 ‘봄’ 깨운다

사진=WKBL 제공
사진=WKBL 제공

 “아야노가 이렇게 잘해주니, 김단비의 부담도 덜어진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이 기어코 날개를 펼쳤다. 시즌 막바지 오니즈카 아야노가 맹활약을 하면서 홀로 버티던 김단비까지 날아오른다. ‘봄 농구’ 본능이 깨어나고 있다.

 

 상위권 추격에 나선다. 우리은행은 10승10패로 3위에 자리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안정권 순위지만, 안심할 수 없다. 4위 BNK와 5위 삼성생명에 쫓기고 있다. 선두 경쟁 중인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도 막판 스퍼트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대한 승수를 쌓아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겠다는 각오다.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분위기와 순위는 바닥이었다. 전통의 명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였다. 지난해 11월 말에서 12월 초까지만 해도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김단비 원맨팀’이라는 한계에 봉착한 듯했다. 상대는 우리은행만 만나면 김단비 봉쇄에 나섰다. 홀로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사실 단비가 없으면 1승도 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단비를 제외하곤 리드를 지켜낼 수 있는 멤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WKBL 제공
사진=WKBL 제공

 이대로 무너질 우리은행이 아니다. 새 얼굴이 등장했다. 바로 아시아쿼터 아야노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야노는 지난해 6월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우리은행의 지명을 받았다. 2옵션 선수였다는 뜻이다. 시즌 전 훈련 중 코뼈 골절이라는 부상도 당했다. 정규리그 개막에 앞서 열린 박신자 컵에서는 2경기 10분46초 출전에 그쳤다. 이 대회에서 3점슛 7개를 시도해 1개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정규리그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달 중순까지 10분 이상 출전한 경기가 없었을 정도. 하지만 묵묵히 팀 훈련을 따랐다. 악명 높은 우리은행 훈련을 소화하며 기회를 엿봤다. 그리고 또 다른 아시아쿼터 세키 나나미가 부상을 당하자 그동안 묵혀왔던 설움을 코트에 쏟아내고 있다. 최근 3경기 연속 20+점(21·28·27점)을 기록하고 있다.

 

 위 감독은 “사실 이렇게 잘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몸 상태가 계속 좋지 않았다. 운동을 꾸준히 했다면 일찍 알아차렸을 텐데, 감독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선수 보는 눈이 없다”고 허허 웃으며 고마운 마음을 돌려 얘기했다.

사진=WKBL 제공
사진=WKBL 제공

 아야노의 등장이 가장 반가운 건 팀 에이스 김단비다. 체력, 경기력, 심적 부담감을 모두 던다. 수비를 자신에게 끌어들인 뒤 빈 공간을 만들어 패스하는 이른바 ‘에이스 그래비티’가 통하기 시작했다. 아야노 덕분이다. 아야노가 20점 이상 기록한 최근 3경기에서 김단비는 한 번의 더블더블과 2번의 트리플 더블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28일 KB전에서 20점 10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한 뒤 31일 삼성생명전에선 10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완성했다. 개인 통산 트리플더블 기록을 ‘9’까지 늘렸다. 박지수(KB)와 정선민(하나은행 코치)의 종전 기록 8회를 넘어 이 부문 최다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오는 6일 KB전에서 트리플더블을 기록할 경우 신정자(은퇴)가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최다 연속경기 트리플 더블 3경기와 동률을 이루는 대기록을 세운다.

 

 한 겨울 승리 가뭄에 목말랐던 우리은행이 아야노라는 단비와 함께 봄을 깨우고 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