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노예처럼 써주세요.”
내야수 최정은 SSG를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중 한 명이다. 통산 홈런(518개·역대 1위)을 비롯해 굵직한 기록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꾸준함의 상징이다. 프로 2년차였던 2006시즌부터 줄곧 두 자릿수 홈런을 이어가고 있다. 항상 웃는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 크고 작은 고충을 겪었다. 95경기서 타율 0.244(340타수 83안타) 23홈런 63타점 등을 기록했다. 개막 전 시범경기서 입은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이 악영향을 미쳤다.
워낙 욕심이 많이 스타일이다. 스스로 아쉬움이 컸을 터. 최정은 “검사 결과엔 이상이 없었는데, 복귀한 뒤에도 안 좋은 느낌이 남아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를 악물었다. 비시즌, 휴식도 반납하고 훈련에 매진했다. 핵심은 한 시즌 온전히 완주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었다. 최정은 “경기에 많이 못 나갔던 것이 아쉬워 이번엔 다른 방법으로 준비해보고 싶었다. 시즌이 끝난 뒤에도 ‘안 끝났다’고 최면을 걸면서 계속 시즌 모드를 유지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강한 의지는 사령탑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비시즌, 따로 감독실을 찾았다. 이숭용 SSG 감독은 “(평소) 그런 성격의 선수가 아니지 않나. 놀랐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최정은 “노예처럼 부려 달라”고 피력했다. 일종의 배수의 진을 치는 모습이었다. 이 감독은 “(최)정이가 지난해 팀에 많이 미안했던 것 같다. ‘감독님에게 먼저 말씀드려야 몸도, 마음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수비든 공격이든 뭐든지 하겠다’고 얘기하더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부지런히 흘린 땀방울은 알찬 씨앗이 된다. 1차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연일 강한 타구를 쏘아 올리며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공격뿐 아니다. 수비적인 면도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 3루수로서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자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김성현 플레잉코치의 펑고를 받고 있다. 김 코치는 최정과 오랜 절친 사이다. 올해부터 플레이코치직을 수행한다. 유격수 출신에 서로를 잘 아는 만큼 날카로운 조언이 쏟아진다.
‘거포’ 김재환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김재환은 2018년 44개의 대포를 터트리며 리그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을 석권했던 인물이다. 지난 스토브리그서 전격 둥지를 옮겼다. 최정과 김재환이 중심타선을 책임져준다면 SSG는 확실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최정은 “책임감은 이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몸에 박혀있는 것 같다”면서 “(김)재환이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서로 30홈런씩만 치자고 얘기했다. 좋은 기운으로 잘했으면 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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