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권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한 국립중앙박물관이 유료화 도입에 대비하기 위한 예약제 도입 등 관람객 경험의 질을 극대화하기 위한 운영 혁신에 나선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 소강당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해 박물관 관람객 650만명이라는 경이적인 숫자를 통해 많은 국민이 ‘우리 문화 수준이 이렇게 높았구나’ 하고 서로 감격하셨을 것”이라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 효과가 크다곤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도 500만명은 넘겼을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국립경주박물관 등 소속박물관 포함 시 관람객 수는 1480만명에 달한다. 유 관장은 “프로야구 관중 수(1231만명)를 상회한다. 온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문화향유라는 것을 수치로 말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67만명이 방문했다. 유 관장은 “매주 16만명씩 들어왔다. 지난해보다 30% 더 많은 수치로, 이대로면 700만명을 넘을까 오히려 걱정”이라고 웃으며 “650만명까진 안 돼도 올해도 600만명은 넘기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6년을 맞아 ‘모두가 함께하는 박물관’이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관람 방식과 운영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는 전환에 착수한다. ▲미래 관람 환경과 경험의 혁신 ▲K-뮤지엄 자원의 가치 확장과 세계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포용적 박물관 구현이라는 세 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관람객이 급증하며 오픈런 등 혼잡도 문제 해결을 위해 개관 시간을 현재 10시에서 9시30분으로 30분 앞당긴다. 유 관장은 “지금과 같은 오전 10시∼오후 6시가 전 세계 박물관의 일반적인 추세지만 9시30분 개장도 적지는 않다”며 “8시30분이면 벌써 관람객이 줄을 서고 있는데 1시간30분동안 기다리는 게 미안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직원들이 더 일찍 출근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감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 조정과 함께 휴관일은 늘린다. 기존에는 매년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에만 휴관했으나 3·6·9·12월 첫째 주 월요일 등 연 4회 휴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애령 학예연구실장은 “관람객이 워낙 늘다 보니까 청결 등 전시장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환경을 개선해야 하지만 기존의 휴관일로는 감당이 안 돼서 과감하게 분기별로 환경정비를 하자는 차원에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유료화에 대비하기 위한 고객정보통합관리(CRM) 체계는 올해 안에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관람 환경과 운영 전반을 정비해 혼잡을 완화하고 관람 경험의 질을 구조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유 관장은 “유료화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며 “관람객을 줄이기 위해 유료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 무료보다는 유료일 때 관람객이 더 진지하게 관람하는 건 사실이지만 무료기 때문에 관람 태도나 질서가 방만하다는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만큼 국민 수준이 높고 편의를 제공하는 방향 속에서 유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합 예약·예매 시스템은 올해 안으로 운용할 계획이었지만 시스템 구축이 늦어지면서 내년 상반기로 미뤄지게 됐다. 이 실장은 “올해 상반기에 개발해서 후반부에는 예약제를 통해 실제 입장 인원, 수익 등을 체크하려 했지만 현장 발권과 QR코드 등 보다 포괄적인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부연했다.
심각한 주차난을 두고 이 실장은 “작년에 주차 문제가 심각했다. 어린이박물관 150대 주차 공간과 연결되는 통로를 확보해서 함께 공간을 공유하도록 협의를 마쳤다”며 “이보다 차량이 더 오게 된다면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주차요원 배치 등 여러 편의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관장은 “박물관의 생명은 전시회”라며 전시를 ‘관람하는 공간’에서 ‘경험하는 공간’으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세대와 관심사를 아우르는 전시 기획과 콘텐츠 혁신을 통해 관람객의 공감과 참여를 확대하는 경험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중의 흥미와 학술적 의미를 모두 잡는 특별전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K-푸드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속에서 먹거리 문화의 원형과 변천 조명하는 우리들의 밥상,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태국미술 특별전 태국미술 등이 마련된다. 상설전시실에서는 서화실 재개관을 통해 대표 명품을 상설화하고 교체 시기마다 시즌 하이라이트를 선정하여 테마전을 운영한다. 또 대표 소장품인 대동여지도를 고화질로 촬영 후 실사 출력한 전도를 상징적 전시 공간을 조성한다. 대한제국 선포와 근대 전환의 의미를 중심으로 황제국 체제를 재조명하는 대한제국실도 오는 4월 재공개한다.
지난해 큰 호응을 얻은 국중박 분장놀이는 온라인 및 지역 예선을 추가해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전 국민 참여형 문화축제로 확대 운영한다. 국외 특별전과 국제교류를 확대해 문화외교 거점으로서의 역할도 강화한다.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이건희 회장 기증품 국외 순회전 등 굵직한 국제 전시를 통해 한국 문화유산의 깊이와 정수를 세계에 소개한다.
유 관장은 “2026년은 박물관이 국민의 일상 속에서 더욱 가까이 호흡하며 그 경험을 세계로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모두가 함께하는 박물관이라는 비전 아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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