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예능은 더 이상 그저 요리하는 방송에 머물지 않는다. 한때 레시피와 먹방 중심이었던 요리 예능은 이제 캐릭터와 서사, 미식 담론까지 아우르는 멀티 엔터테인먼트 방송으로 진화했다. 그런데 스타 셰프가 배출되면서 이면에는 검증의 한계로 인한 그림자도 함께 드리운다. 방송이 발굴한 스타 셰프가 곧 브랜드이자 보증 수표처럼 소비되는 만큼 출연자 리스크 또한 더욱 큰 부메랑으로 돌아와 대중에게 배신감을 안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겸 중원대학교 사회과학대 특임교수는 26일 “시청자는 방송을 보면 직접 체험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요리 예능에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점은 바로 참여감”이라며 “셰프들은 대부분 영업장을 갖고 있다. 직접 매장에 가서 시청자가 체험을 해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보다 훨씬 참여감이 높다”고 요리 예능의 인기 비결을 짚었다.
‘흑백요리사’를 두고는 “요리 예능을 한 단계가 아니라 몇 단계는 진화시켰다”고 평가했다. 단순히 요리나 경연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셰프 개개인의 캐릭터와 서사, 나아가 미식에 대한 관점까지 함께 내세우며 기존 요리 예능의 문법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성별·분야·업종 등 어느 것도 구분하지 않고 요리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하다 보니 궁금증과 몰입감을 더 강화했다”며 “사실 방송을 위해서 급조되는 경우도 많은데 흑백요리사는 진정성을 굉장히 중시했다. 진정한 셰프들의 진가를 보여주는 쪽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했다.
다만 요리 예능이 비연예인을 섭외하는 만큼 리스크도 존재한다. ‘흑백요리사’ 최대 수혜자로 꼽히던 셰프 임성근은 음주운전 고백으로 대중의 질타를 맞게 됐다. 또 ‘골목식당’·‘장사천재 백사장’ 등 요리 예능의 아이콘과도 같던 백종원은 가격 부풀리기·원산지 허위 표시 등 갖가지 논란으로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제작진이 아무리 사전 검증을 거친다고 하지만 한계가 존재한다.
김 평론가는 “일반인이 과거에 어떤 경력이 있었는지 일일이 알아내기는 힘들다. 다만 음주운전, 학교폭력, 병역 등 국민이 특히 민감하게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전에 최소한 확약서라도 받아두는 것이 필요하다”며 “만약 사전에 밝힌 부분과 다른 지점이 알려진다면 바로 여러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예 기획사는 전속계약을 맺을 때 사전 조사를 철저하게 한다. 경연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제작 기간에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본 라운드에 올라간 사람을 더 면밀하게 조사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흑백요리사’ 글로벌 열풍을 계기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김 평론가는 “그동안 (프로그램 포맷이) 너무 한국적이기만 했다면 앞으로는 다문화적인 요소를 강화하는 동시에 더욱 일반인을 타깃으로 하는 방향으로 요리 예능이 진화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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