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예능 전성시대] ‘맛’보는 예능, 대세는 쿡방

‘흑백요리사2’ 출연진 손종원, 후덕죽, 윤나라(윤주모) 셰프. 넷플릭스, 뉴시스 제공

 국내 요식업계는 흑백요리사 방영 전후로 판도가 뒤바뀌었다. 2024년 시즌1 방송 이후와 마찬가지로 시즌2 방영이 시작되자 외식 소비 트렌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미 이름난 식당의 손님들은 “안 그래도 예약하기 어려웠는데, 더 어려워졌다”, “돈 있어도 자리가 없어서 못 간다”라고 불평하고 있다.

 

 27일 외식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흑백요리사2 방영 전(2025년 11월4일~12월15일)과 방영 후(2025년 12월16일~2026년 1월13일) 앱 이용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셰프 및 매장 검색량이 크게 늘었다. 셰프 검색 상위에는 시즌2에 출연한 옥동식, 최강록, 손종원, 샘킴, 정호영 등이 올랐고, 매장 검색은 이타닉 가든, 라망시크레, 옥동식, 윤주당, 동경밥상 본점 등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시청자 관심이 콘텐츠 소비를 넘어 실제 방문 가능한 매장 탐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예약과 웨이팅 지표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흑백요리사 관련 매장의 예약·웨이팅 유저 수는 매장당 평균 303% 이상 증가했다.

 

국가유산청이 '사찰 음식'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했다.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중제스님이 사찰음식을 요리하며 강의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출연만 해도 예약률 껑충…요식업 일으킨 쿡방

 

 시즌2에 미쉐린 스타 셰프부터 대한민국 명장까지 요식업계를 대표하는 셰프들의 출연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개 전부터 출연진이 운영하는 식당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심사위원 안성재와 백종원은 유독 “평가가 어려울 만큼 미세한 차이”라는 심사평을 자주 밝혔다. 흑수저, 백수저 상관없이 실력자들이 출연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중이 쉽게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은 대부분 1차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점이다. 경연을 거듭할 수록 파인다이닝 경쟁이 됐다. 섬세한 칼질, 재료의 조화, 정교한 계산이 만들어낸 미세한 차이가 승패를 좌우했다.

 

 경연에서 요리된 음식은 오로지 두 심사위원만 시식이 가능했다. 명확한 심사와 안전상의 이유로 제작진은 남은 음식을 전량 폐기하도록 원칙을 세웠다. 심사평만으로 음식의 맛을 상상하기엔 역부족이다. 요리사의 삶을 녹인 메뉴, 그들의 창의성과 손맛이 녹아든 음식을 직접 맛보고 싶은 시청자의 바람은 현실에 반영됐다. 요리 프로그램의 인기는 미식 경험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자극했다. 

 

 출연 셰프들에게는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기념품이 수여된다. 실제로 서울 시내 곳곳에서 ‘흑백요리사 흑수저 출연’ 등의 홍보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흑백요리사 방송을 전후로 요식업게 전반에 활기가 흘러넘친다. 김학민 PD는 “적어도 업계에 누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미식 업계 전반까지는 모르겠지만 셰프님들의 작은 홍보 수단이 된다면 충분히 만족한다”고 밝혔다.

◆‘쌍별’ 손종원, ‘손맛’ 윤주모, 흑백요리사가 조명한 셰프

 

 SNS상에서 가장 핫한 셰프로 떠오른 손종원은 서울 호텔 파인다이닝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한식당인 이타닉 가든의 총괄 셰프이자 레스케이프 호텔 프렌치 레스토랑 라망 시크레의 오너 셰프로 두 곳 모두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1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한식과 양식 두 분야에서 동시에 1스타를 받은 유일한 셰프다. 요리괴물(이하성)과의 대결에서 패하며 톱7에 오르지 못했지만 시즌2의 최고 수혜자로 평가 받는다. 또 다른 요리예능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흑백요리사에서는 미처 보여주지 못한 매력으로 팬덤을 형성 중이다. 요식업은 물론 패션계에서도 주목하는 인물로 백수저 레스토랑 중에서도 가장 높은 화제성을 자랑한다.

후덕죽 셰프. 넷플릭스 제공

 후덕죽 셰프의 음식을 맛보려면 장충동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 중식당 호빈을 방문해야 한다. 70대 나이에도 노련함을 무기로 최종 3위에 오른 중식계 거장으로 호빈 총괄 셰프로 재직 중이다. 서울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의 창립 멤버이자 총주방장으로 30년 넘게 일하며 한국 고급 중식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중식 조리사 최초의 대기업 입원이 된 인물로 여전히 현역으로 주방을 지키고 있다.

술 빚는 윤주모. 넷플릭스 제공

 직접 술을 빚고 떡을 만들어 심사위원의 눈을 빛낸 술 빚는 윤주모(윤나라)는 해방촌에서 전통주·한식 페어링 다이닝 윤주당을 운영하고 있다. 황태국과 떡볶이, 감자전 등 평범한 한식 메뉴로 심사위원의 입맛을 사로잡은 윤주모의 식당은 방송 이후 해방촌에서 가장 화제성 높은 식당이 됐다.

 

 출연 셰프 대부분의 식당은 예약 오픈과 동시에 마감되는 추세다. 손종원 셰프의 두 레스토랑은 물론 후덕죽 셰프의 호빈 역시 한 달 치 예약이 순식간에 마감된다. 이밖에도 미쉐린 2스타를 받은 이준 셰프의 한남동 소설한남, 김희은 셰프의 모던 한식 레스토랑 소울 등 한국 파인다이닝을 대표하는 식당들도 낙수효과를 보고 있다. 기존 경연 프로그램 출연으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던 정호영 셰프의 일식 전문점 카덴과 샘 킴 셰프의 오스테리아 샘킴도 재조명 되고 있다. 

 

◆‘흑백’·‘냉부’ 시너지 활활

 

 흑백요리사의 인기에 덩달아 신이 난 건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다. 백수저로 출연한 수준급의 셰프들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5년간 방송된 냉부는 2024년부터 시즌2를 재개했다. 흑백요리사가 제작진이 지정한 재료로 지정된 시간 안에 요리를 만들어 낸다면 냉부는 게스트의 냉장고를 그대로 옮겨와 단 15분 만에 창의적인 메뉴를 선보여야 한다.

 

 가장 큰 차이는 웃음이다. 흑백요리사는 요리를 대하는 셰프들의 진중한 모습에 집중했고, 냉부는 예능감에 중점을 뒀다. 승부욕에 활활 불타던 백수저 셰프들이 K-팝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유치한 말장난으로 웃음을 안긴다. 출연자와 게스트까지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요리하면서 눈앞에서 펼쳐지는 온갖 품평과 잔소리, 방해공작까지 이겨내야 한다.

 

 일례로 ‘야매요리 대가’ 웹툰작가 김풍은 냉부에 고정 출연하며 스타 셰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손종원 셰프는 “흑백요리사는 종료 3분 전을 알리는데, 냉부에서는 그 시간이면 요리 두 개 정도는 더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샘킴 역시 “시간 압박을 이겨내는 데 (냉부가) 확실히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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