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 마세요.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끊긴 채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전해지는 충돌 소식. 유혈 사태까지 일어난 이란의 정세가 혼란하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 스포츠 스타들을 향한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던 이유다. 다행히 프로축구 선수 이기제(메스 라프산잔)와 이도희 이란 여자배구 18세 이하(U-18) 대표팀 감독은 현재까지 비교적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이란 축구리그 무대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기제는 첫 출전을 목전에 뒀다. 22일 오후 9시 30분 이란 타브리즈의 사한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이란 페르시안 걸프 프로리그 트락토르 SC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지난 8시즌 동안 수원 삼성에서 활약했던 이기제는 지난 14일 라프산잔과 계약하며 이란행을 확정했다. 빠르면 17일 케이바르 코라마바드전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출전이 한 차례 미뤄졌다. 사유는 안전 여부와 관계 없는 국제 이적 동의서(ITC) 발급 지연 탓이었다.
현재 이란은 인터넷이 차단돼 메신저 하나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기제와의 연락 역시 그가 직접 이란 현지 핸드폰으로 국제전화를 걸어야만 가능하다. 이런 환경 탓에 ITC 발급 절차도 자연스럽게 늦어졌다. 지난 20일부로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22일 경기는 문제 없이 출전 가능하다.
이기제의 에이전시 여준구 제이나인스포츠 대표는 “이기제 선수는 안전하게 잘 있다. 국제전화로 거의 매일 연락하고 있다”며 “시위가 수도권에서 집중되고 있다. 선수가 지내고 있는 지역, 이번 원정 지역도 수도권과 떨어져 있어서 괜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숙소도 시위와 항상 거리가 있게끔 잡는다. 구단과도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안전 문제가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세터로 활약했던 이도희 전 현대건설 감독 역시 현재 이란에 체류 중이다. 이란 여자배구 U-18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제3회 바레인 아시아청소년경기대회 우승을 지휘했다. 지도자로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만큼, 주변의 걱정도 적지 않았다. 다행히 이 감독의 거취 역시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파악됐다. 김성우 팀큐브 대표는 “처음에 연락이 닿지 않아 엄청 걱정했다”면서도 “선수촌 내 숙소에 머물고 있어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아시안게임이나 발리볼네이션스리그(NVL) 출전 준비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더라“고 덧붙였다.
이란의 불안한 정세 속에서 자국 스포츠 스타는 용기를 내고 있다. 그리스 프로축구 수페르리가 엘라다의 올림피아코스FC에서 뛰고 있는 이란의 간판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다. 위험 부담이 따를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침묵으로 연대의 뜻을 전했다. 지난 11일 아트로미토스전에서 시즌 8호 골을 기록했다.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졌지만 세리머니는 없었다. 그는 경기 후 “내 나라 상황과 관련된 문제”라며 “이란 국민들과의 연대를 표현하기 위해 골 세리머니를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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