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십자인대 부상을 세 차례나 겪었다. 오랜 기다림, 포기하고 싶었을 순간들을 지나 코트 위에 다시 섰다. 이 ‘인간 승리’의 주인공은 여자프로농구(WKBL) 삼성생명의 가드 윤예빈이다.
임근배 삼성스포츠 농구단장은 20일 통화 내내 껄껄 웃었다. 하루 전 청주에서 열린 KB국민은행전에서 윤예빈의 맹활약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다.
이날 30분48초 동안 3점슛 4개를 포함, 22점 5리바운드 4스틸을 작성했다. 윤예빈이 한 경기에서 20득점 이상을 올린 것은 무려 1396일 만이다. 약 4년에 가깝다. 2022년 3월25일 하나원큐(현 하나은행) 상대로 21점을 기록한 바 있다.
윤예빈은 프로 무대에 오기 전부터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을 겪었다. 입단 직후 이 부위가 탈이 나 또 수술대에 올랐다. 재활을 거쳐 국가대표는 물론, 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강인한 수비력으로 2020∼2021시즌 스틸왕(2.57개)에 올랐다. 그러나 왼쪽 무릎마저 버텨주지 못했다. 2022년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농구 월드컵 도중 십자인대 파열을 겪었고, 재차 회복에 힘썼다.
비로소 정상 궤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윤예빈의 직전 세 시즌 동안 출전 경기 수는 12경기에 그쳤다. 2025~2026시즌 16경기에 출전, 코트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박지수와 강이슬, 허예은 등이 총출동한 KB 상대로 승전고를 울린 19일은 더 특별했다. 윤예빈은 “못 잊을 듯하다. ‘이런 날도 진짜 오는구나’ 싶다”고 말한 뒤 “경기 전 슈터 출신인 임 단장님이 해주신 격려 덕분에 3점이 잘 들어갔다”며 미소 지었다.
임 단장도 화답했다. “삼성생명 감독 첫해였던 2015년 기억이 아직 새록새록하다. 그해 1순위 지명자였던 (윤)예빈이는 여자농구 지도자로서 가장 처음으로 뽑은 선수다. 챔피언결정전 우승(2020~2021)도 함께 경험했다”고 전한 것. 이어 “그 어떤 강인한 선수라도 이겨내기 힘들었을 부상을 극복했다. 복귀한 게 대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하상윤 삼성생명 감독과 팀의 최고참 배혜윤도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며 한목소리로 엄지를 치켜 세운다. 특히 하 감독은 “농구계 선배로서도 아쉬운 게 많았다. 부상으로 그냥 끝내기엔 너무 아까운 선수였다. 본인이 (돌아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다. 꼭 반등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을 정도다.
더욱 단단해졌다. “사실 올 시즌 욕심을 크게 내지 않으려고 했다. 더는 다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많았다”고 털어놓은 윤예빈은 “지금은 달라졌다. 계속 스타팅으로 나오다 보니 책임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몸 상태도 걱정 없다. 그는 “자신 있다. 이젠 30분 이상 뛰는 것도 부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부활은 삼성생명에게도 중요하다. 5위(7승10패)로 고전 중이지만, 봄농구 진출권인 4위 우리은행(8승8패)과의 승차는 1.5경기다. 중위권 도약을 위해 팀 전체가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윤예빈은 “상위권 팀들을 계속 이겨야 플레이오프를 바라볼 수 있다”며 “더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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