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들이 무대 밖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가요계 활약을 바탕으로 높은 인지도를 구축한 아티스트들이 잇따라 드라마, 영화 등 음악감독으로 나섰다. 단순히 노래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 음악 산업의 경계가 한층 유연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룹 아이콘 출신 솔로가수 비아이는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보이’를 통해 음악감독으로 데뷔했다. 아이콘 활동 당시 팀의 메인 프로듀서로 대부분 곡을 작사·작곡·프로듀싱하며 프로듀싱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솔로 활동 후에도 자체 앨범과 타 아티스트 곡을 다수 프로듀싱하고 있는 그는 처음으로 영화 OST 작업에 도전하며 활동 영역을 확대했다.
영화의 전반적인 OST 및 프로듀싱 작업을 진행한 비아이는 강렬한 비트와 감각적인 사운드로 영화의 네온 느와르적 미장센과 인물 간의 이미지를 더 선명하게 보여주며 영화의 독특한 리듬을 완성하는 데 일조했다.
예고편에 삽입된 독특한 비트의 곡 ‘보이’(BOY)는 예비 관객의 귀를 사로잡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상덕 감독은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의 음악으로 영화 매력을 더했다. 다음 번에도 함께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프로젝트 Y’에는 래퍼 겸 프로듀서 그레이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2023년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를 통해 음악감독으로 데뷔해 호평을 끌어낸 바 있다. 이번에도 그는 이전과는 또 다른 색깔의 다채로운 음악을 통해 감각적인 스타일을 완성하는데 기여했다. OST 전반을 진두지휘하며 재즈부터 시티팝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그레이가 완성한 독보적인 색깔의 OST는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인물과 장면의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구성돼 관객에게 또 다른 즐길 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환 감독 또한 그레이와의 작업을 두고 “그동안 했던 음악의 방식이 아니라 새롭고 다른 방식의 음악을 원했는데 원래 생각하던 것 이상의 결과를 주셨다”고 호평했다.
지난해에는 악뮤 이찬혁이 처음으로 영화 음악감독에 도전했다. 뮤직 로맨스 영화 ‘태양의 노래’를 통해 생애 첫 음악감독 출사표를 던졌다. 음악감독으로서 OST 작업 총괄을 맡은 이찬혁은 메인 테마곡 등 총 4곡의 작사, 작곡을 맡았다.
또한 영화에서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주인공의 자작곡을 모두 총괄 프로듀싱했다. 그만의 독보적인 음악적 세계관을 영화의 스토리와 캐릭터, 장면에 어우러지게 녹여 내며 몰입감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출을 맡은 조영준 감독 역시 “시나리오에 대한 해석력이 굉장히 뛰어났다. ‘이 부분에서 이런 가사가 들어가야 된다’고 정확하게 파악했다”며 이찬혁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찬혁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돼 뜻깊고 재밌는 경험이었다”며 생애 첫 영화 음악에 참여하게 된 것에 만족했다.
이 외에도 가수 겸 작곡가 정재형은 지난해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JTBC) 음악감독을 맡아 호평 받았다. 정재형은 2024년 ‘히어로는 아닙니다만’(JTBC)을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 음악감독으로 데뷔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자 큰 의미”라며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해야 하는 역할이 나에게 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힙합 프로듀서로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프라이머리는 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2020)을 시작으로 다양한 영화·드라마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2024년에는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청룡영화상 음악상을 수상할 정도로 음악감독으로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차별화된 음악 정체성을 요구하는 시장의 변화와 맞물려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티스트 또한 창작자로서 쌓아온 음악적 세계관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차원의 독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영역에 더해 서사와 감정의 결을 설계하는 ‘스토리텔러형 뮤지션’으로의 변화는 가요계는 물론이고 콘텐츠 산업 전반에 활력을 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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