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중 월세 비중 60% 훌쩍…올해도 전세의 월세화 급물살 타나

최근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지난해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전세를 확실히 앞선 가운데 올해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4일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전·월세 거래 253만8000건 중 월세(보증부 월세·반전세 포함) 비중은 62.7%로 전년 동기 57.4%에서 5.3%포인트 뛰었다. 2021년 40% 초반에 머물던 월세 비중이 2022년 50%를 넘긴 뒤 불과 몇 년 만에 10건 중 6건 이상이 월세 구조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거래량 자체도 전년보다 소폭 늘어난 가운데 월세 비중만 가파르게 치솟고 있어 단순한 경기 요인이나 일시적 왜곡이 아니라 임대차 시장의 축이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확정일자 통계도 같은 흐름이다. 지난해 1~8월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192만여 건 중 월세를 낀 계약은 120만여 건(62.4%)으로 집계됐다. 2020년 40.7%, 2021년 42.5%, 2022년 51.0%, 2023년 57.7%에서 지난해 처음 60% 선을 넘기며 전세에서 월세로 중심축이 옮겨가는 과정이 단계적으로 진행됐음을 보여준다. 확정일자 자료는 실제 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중시하는 세입자들이 어떤 계약을 선택했는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월세의 대세화’가 통계상의 착시가 아니라 현장의 체감과도 맞닿아 있다.

 

배경에는 전세의 안전성이 크게 흔들린 데다 자금줄이 동시에 죄어진 이중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20~2024년 5년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5만여 건, 사고액은 11조원을 넘겼고, 2024년 한 해에만 4조4000억원대 사고가 발생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언제든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이라는 전제가 깨지면서 큰 목돈을 한 번에 묶어두는 전세가 사실상 고위험 상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정부는 2024~2025년 각종 대책을 통해 전세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2025년부터 1주택자 전세대출에까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적용했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2.50%로 낮아진 뒤 동결되면서 은행 예금 수익률은 떨어진 반면 전·월세 전환율은 4%대 후반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았다. 따라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목돈 전세보다 월세 수익을 택할 유인이 더 커진 상황이다.

 

정책 연구기관들도 전세의 월세화가 단기간에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적 흐름이라고 진단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토연구원 등은 고령화와 1~2인 가구 증가, 자가 보유 여력 악화, 금융·세제 규제 변화가 겹치면서 전통적 주거 사다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급격히 조일 경우 중산층·청년층까지 월세 시장으로 한꺼번에 밀려나면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며 “그만큼 올해 임대차 정책의 초점은 전세를 다시 늘릴 수 있느냐보다는 이미 대세가 된 월세 시대에 세입자의 월 부담을 어떻게 낮추고,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주거 안정성을 높일 것인가를 둘러싼 세부 처방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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