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사장님의 비애] 장사는 살아났지만 월세·이자에 남는건 없다

서울 명동거리의 한 상점 앞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서울 도심 상권이 다시 북적이기 시작했지만, 자영업자들의 얼굴에는 좀처럼 웃음이 돌아오지 않는다. 유동인구 회복과 상권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임대료와 금융비용이라는 고정비 부담이 수익을 잠식하면서 ‘버티는 장사’가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줄었지만 연체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장에서는 “장사가 안돼서가 아니라 버텨도 남는 게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사 안돼서가 아니라 월세 때문에…”

 

서울 용산에서 5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박지은(가명·37)씨는 30일 “거리는 확실히 살아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용산역을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늘고 상권도 활기를 띠고 있지만, 체감 경기는 기대만큼 녹록지 않다고 했다.

 

박씨는 “주변에 카페나 음식점을 운영하는 지인들이 많은데, 만나서 얘기해보면 사정이 다 비슷하다”며 “매출보다 고정비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2년 6개월 전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 2호점을 열었지만 올해 봄 결국 문을 닫았다. 16평 규모 2층 상가의 월세는 300만원대 중반이었고, 관리비 명목의 비용까지 더해 매달 400만원에 가까운 임대료를 부담해야 했다.

 

박씨는 “월세를 밀리지 않고 낼 정도로는 장사가 됐지만, 그 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며 “손해는 아니어도 계속 유지할 구조는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그가 특히 문제로 지적한 것은 상권 활성화 이후 급격한 임대료 인상이다. 박씨는 “상권이 뜨면 임대인들이 일제히 월세를 올린다”며 “장사가 잘되는 가게들이 오히려 먼저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 기간인 5년 동안 임대료 인상률은 5%로 제한돼 있지만, 이를 우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씨는 “영업 중인 가게에 ‘임대 문의’ 안내를 붙이거나 가림막을 설치해 사실상 영업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촌 사례를 언급하며 “상권이 뜨자 임대인이 현수막과 트럭으로 가게 앞을 막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씁쓸해했다.

 

◆23.9%의 고금리 대출의 덫…풀대출 창업은 안돼 

 

서울 노원에서 치킨집을 운영했던 배상목(가명·38)씨의 경험은 청년 자영업자의 금융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약 7년 전 배씨는 2금융권에서 연 23.9% 금리로 2500만원을 대출받아 창업에 나섰다. 월드컵 특수로 잠시 호황을 누렸지만 매출은 곧 꺾였고, 1년 만에 빚은 7000만원까지 불어났다.

 

카드론까지 동원했지만 부채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고, 결국 가게를 접었다. 배씨는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아르바이트까지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장사는 안되고 빚만 남은 뼈아픈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현재 그는 업종을 바꿔 다시 자영업에 도전하고 있다. 매장과 창고를 포함해 월세는현재 판매업으로 업종을 바꿔 자영업에 도전하고 있다. 24평 매장에 60평 창고를 포함해 약 400만원의 월세를 낸다. 5000만원의 대출을 받았고 개인사업자 대출 기준 금리는 약 5.8%로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배씨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풀대출로 시작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며 “금리와 월세, 경기 변동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통계도 현장의 어려움을 뒷받침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일자리행정통계 개인사업자 부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 평균 대출액은 약 1억7800만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연체율은 0.98%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비은행권 연체율은 2.10%로 은행권(0.19%)보다 크게 높았다. 청년 개인사업자(29세 이하)의 연체율도 1.2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상권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자영업자들의 재무 여력은 오히려 더 취약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주희 기자 jh224@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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