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고원 속 따뜻한 ‘쉼표’

걷고, 녹이다
해발 1100m 겨울 숲길 트레킹
허브·한약재·와인족욕 등 체험

향으로 쉬다
‘위스키 명상’ 체험으로 몸 풀기
백두대간 전망·싱잉볼 소리 힐링

고원의 식탁
감자·사과 등 지역 식재료 재해석
프리미엄 코스·베이커리 등 다양

설산의 활력
21㎞ 규모의 슬로프 갖춘 스키장
운탄고도 케이블카로 설경 감상도

여행이 주는 위로는 계절마다 다르다. 겨울철에는 차가운 공기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어떨까. 맑고 깨끗한 겨울 공기가 그립다면 강원도 정선으로 향하자. 최근 강원랜드가 운영하는 하이원리조트는 고지대 자연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강화하며 체류형 힐링 여행지로의 변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정선의 해발 1100m 고원의 차가운 공기는 한겨울의 윤곽을 가장 강렬하게 드러낸다.

◆눈쌓인 숲길 걷고 포근하게 족욕하기

정선 고원의 청정 자연 환경은 별도의 인공 장치 없이도 웰니스 공간이 되어버린다. 하이원리조트는 해발 1100m 고지대라는 지리적 강점을 전면에 적용해 휴식과 치유 중심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숲 생태를 활용한 치유형 동선과 실내 전용 케어시설을 연계했다. 차가운 겨울 숲을 만끽한 뒤 따뜻한 실내에서 몸을 녹이며 계절의 여유를 즐겨본다.

하이원 리조트는 옛 탄광지대에 숲과 휴식 공간을 더해 지역 특색을 살린 웰니스 리조트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고원 환경을 활용한 차별화가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하이원리조트 숲해설사가 달팽이 숲길을 안내하고 있다.

우선 숲 프로그램. 숙박동과 연결된 두 개 공식 숲길인 ‘달팽이 숲길(1.3㎞)’과 ‘단체의 숲(2.8㎞)’이 웰니스 콘텐츠의 주요 무대다. 난이도를 구분해 가족 단위부터 심화 체험객까지 폭넓게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달팽이 숲길은 33분, 단체의 숲은 1시간12분 정도 소요된다.

숲길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야외 치유 공간 ‘네이처힐링 존’에 도착한다. 기존 북카페 시설을 개편한 이곳에서는 허브·한약재·와인 등을 활용한 족욕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차가운 공기 속을 걸은 직후 따뜻한 실내에 들어서면 포근한 공기에 심신이 안정된다. 작은 족욕 욕조가 줄지어 있고 따뜻한 차와 아로마 향이 잔잔하게 깔려 있다.

족욕 체험은 이곳의 핵심 콘텐츠다. 온수에 계절에 맞는 족욕제를 혼합, 체온 상승과 혈류 개선을 돕는다. 겨울 숲길을 걸으며 차가워진 몸을 빠르게 녹일 수 있다. 이와 함께 편백 아로마오일 등을 손에 바르며 심신을 안정시킨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니 찬 바람도 잠시 잊힌다. 모과·구기자 차 등 향긋한 티로 족욕의 여운을 느껴본다.

자연 체감 강도를 높이고 싶다면 하이원탑을 포함한 고원 트래킹 ‘하늘길 둘레길’에 도전해보자. 트래킹 과정에서 1970년대 갱도 지반 침하로 형성된 생태연못 ‘도롱이 연못’을 지난다. 이는 과거 광부 가족이 도롱뇽의 생존 여부를 통해 무사 귀환을 기원했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자연 보존 상태가 우수해 도롱뇽이 발견된다.

1177갱구

도롱이 연못을 지난 뒤 해발 1177m 지점에 도달하면 ‘1177갱구’가 나타난다. 이는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의 최초 갱도 입구다. 민영탄광 가운데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던 석탄 산업 전성기의 흔적을 남기는 지점이다. 갱구 앞 전망대에서는 광활한 산세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하이원리조트는 실내·야외 웰니스 콘텐츠를 패키지처럼 연결해 체류 시간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리조트 관계자는 “예전 탄광지대 곳곳에 숲과 휴식 공간을 더해 지역 특성과 결합된 웰니스 리조트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며 “고원 환경을 활용한 차별화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위스키 마시며 명상… 몸은 느리게, 호흡은 깊게

너무 추워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실내에서도 백두대간 능선을 바라보며 웰니스 체험이 가능하다. 리조트 중심 건물인 하이원 그랜드호텔 7층에는 ‘밸런스 케어존’이 있다. 이곳에는 웰니스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통유리 벽 너머로 백두대간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가 ‘숨:결’ 명상 프로그램이다. 위스키, 차, 뱅쇼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명상한다. 이번에는 잔에 담긴 위스키 향을 맡으며 몸의 긴장을 풀어내는 ‘위스키 명상’에 나선다.

위스키 명상이 한창 이어지고 있다.

전문 강사의 안내에 따라 위스키를 한 모금 머금고 호흡을 고르며 나를 돌아본다. 향에 집중하고 색깔을 들여다보며 위스키를 한모금 머금고 걱정을 넘겨버린다. 중간중간 들려오는 싱잉볼 소리가 깊은 쉼을 더한다. 까무룩 잠에 든 듯, 깨어있는 듯 오묘한 쉼의 시간이 이어진다.

최근 웰니스 여행의 수요가 커지며 하이원리조트는 관광객과 투숙객 대상의 관련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리조트는 겨울 시즌을 맞아 눈 덮인 숲 체험과 족욕 프로그램을 결합한 야외형 웰니스 콘텐츠를 선보인다.

대표 프로그램은 ‘낮 숲체험’과 ‘별빛 체험’ 두 가지다. 낮 숲체험은 자작나무 숲을 걷고 따뜻한 와인 족욕 체험으로 마무리한다. 밤 시간대 운영되는 별빛 체험 역시 와인 족욕이 포함되며 겨울철에만 관찰할 수 있는 별자리 해설이 더해진다. 참가비는 일반 2만원, 투숙객 1만원이다. 프로그램 참여는 2015년생 이상부터 가능하다. 미성년자에게는 와인 대신 허브티가 제공된다.

하이원리조트 관계자는 “고원의 청정 환경을 활용한 체험형 웰니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눈과 숲, 별빛이 어우러진 겨울형 감각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선의 맛 한 상에

하이원리조트는 음식 콘텐츠 고급화를 통해 글로벌 리조트에 걸맞은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조리팀은 지역 식재료를 현대적 조리 기법에 접목한 시그니처 메뉴를 17종 이상 개발해 운영 중이다. 강원 지역에서 익숙한 감자·옥수수·산나물 등 서민적 식재료를 프리미엄 코스로 재해석한 ‘온니 하이원(Only High1)’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로컬 맛 여행’이 가능하다.

우선 고원에서 자라는 ‘명개승마’를 활용한 소금빵과 곰취롤이다. 양식 레스토랑의 식전빵으로 만나볼 수 있다. 명개승마는 인삼·쇠고기·두릅의 풍미가 어우러지는 것으로 알려진 산채다. 곰취는 강원 산지에서 흔하게 자라는 향채류로 식재료의 지역성을 드러낸다.

감자를 갈아 만든 ‘감자옹심이’도 별미다. 스프처럼 즐길 수 있다. APEC 국빈 만찬 제공 메뉴를 변형한 ‘영월 오골계 트러플 만두’도 눈길을 끈다.

정선 사과를 활용한 디저트

정선 사과를 활용한 무스도 인상적이다. 고랭지 환경에서 재배된 향 좋은 사과를 콩포트로 조리한 뒤 크림치즈 무스로 감싸고 레드 글레이즈로 마감해 프리미엄 디저트로 완성했다.

‘더 가든’도 좋은 선택지다. 이곳은 강원도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이탈리안 메뉴를 내세우는 레스토랑이다. 고사리 파스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강원도 고랭지 배추에 감자를 무스로 입혀낸 ‘운탄고도 샐러드’도 도전해볼 만하다. 야채를 썼지만 기존의 ‘샐러드’ 같은 느낌보다 하나의 묵직한 식사 같다.

인생샷을 남기고 싶다면 한옥 베이커리 운암정으로 향하자. 기와지붕 아래 펼쳐진 단풍과 함께 강원도 제철 재료로 만든 디저트가 한 상에 오른다. 정선 사과, 수리취, 산죽을 활용한 다과와 차가 한옥 풍경과 어우러지며 색다른 감성을 자아낸다.

강원랜드 측은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고급 식문화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설산에서 신나게 겨울 레포츠 즐기기

웰니스 프로그램으로 심신의 균형을 회복했다면 겨울 레포츠를 통해 이동·활동 기반의 체험을 이어갈 수 있다. 하이원리조트는 지난달 28일 스키장을 개장하며 본격적인 동절기 운영에 들어갔다. 총길이 21㎞ 규모의 슬로프를 갖추고 있으며, 초보부터 상급까지 난이도를 구분해 안전성과 접근성을 높였다.

강원랜드 스키장

스키와 스노보드 외에도 가족 방문객을 위한 체험형 콘텐츠가 운영된다. 특히 리조트 최고 지점인 해발 1340m 하이원탑과 연결된 ‘하이원 운탄고도 케이블카’는 이용객 관심이 높다. 케이블카를 통해 사계절 경관을 감상할 수 있으며 겨울철에는 슬로프와 설원의 대비가 시원한 조망을 형성한다.

활강·탑승형 콘텐츠를 동시에 품어 레포츠 경험이 제한적인 고객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관계자는 “체류형 고객에게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 겨울 관광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국산 토종 리조트, 글로벌 복합리조트로 재탄생한다

하이원리조트는 겨울 관광지 역할을 넘어 글로벌 복합리조트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K-HIT(High1 Integrated Tourism)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체험형 콘텐츠 확충과 체류형 관광 구조 정착을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최근 “‘K-HIT 마스터플랜’은 단순한 사업 계획이 아니라 체질 개선 과정의 출발점”이라며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한 웰니스, 레포츠에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웰포테인먼트’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강원랜드는 2035년까지 약 3조원을 투입하는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연간 이용객 1320만명, 매출 3조6000억원 달성, 비카지노 매출 비중을 현재 대비 3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투자 재원의 70% 이상은 ‘그랜드 코어존’에 집중된다. 핵심 시설 ‘그랜드 돔’은 길이 300m, 높이 80m 규모의 실내 복합 공간으로 설계됐다. K-팝 공연 유치가 가능한 미디어돔 아레나와 10여개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집약해 계절에 따른 한계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최 직무대행은 “국가 전략산업으로 인정받아야 부처 간 정책 조정이 가능하다”며 “규제 개선과 제도 지원이 뒷받침될 경우 국내 레저 소비의 해외 유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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