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 30대에 꿈꾸는 새 목표는 ‘도전’…“저를 맘껏 갖고 놀아주길” [SW인터뷰]

김세정이 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를 통해 또 한 번 흥행을 이끌었다. 첫 사극, 1인 3역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세정은 “많이 사랑해 주신 드라마였던 만큼 홀가분하고 행복하게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사진 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작품마다 안정적인 연기력과 대중성을 동시에 증명하는 건 어느 배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려운 과제를 가수 겸 배우 김세정이 또 한 번 해내며 ‘믿고 보는 배우’ 수식어를 굳건히 했다.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연기와 폭넓은 공감대를 끌어내는 대중성으로 이번에도 이름값 이상의 활약을 이어갔다. 

 

지난 20일 MBC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는 최종회 시청률 전국 6.8%, 수도권 6.4%(닐슨코리아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고 TV드라마 SNS 화제성에서는 1위에 오르기도 하는 등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사극과 로맨스 코미디, 판타지 장르는 영리하게 조화를 이뤘고 주연 배우 강태오, 김세정의 케미스트리가 시청자 몰입을 이끌었다. 특히 김세정은 첫 사극 도전이라는 우려가 무색할 만큼 감정 서사의 중심을 맡았다. 부보상 박달이, 세자빈 강연월, 그리고 세자 이강(강태오)의 영혼이 들어간 달이로 사실상 1인 3역을 소화했지만 감정의 진폭을 섬세하게 조율하는 연기와 자연스러운 존재감으로 호평을 한몸에 받았다.

 


김세정은 작품 종영 전 인터뷰에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드라마였던 만큼 보내기 아쉬웠는데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캐릭터를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사랑했던 만큼 시청자분들도 많이 사랑해 주신 드라마였어서 홀가분하고 행복하게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박달이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능청스러운 생활 연기가 돋보였다면 강연월은 고요한 슬픔과 비극적 사랑이 섬세하게 그려졌다. 드라마 중반부터 영혼이 바뀐 후에는 박달이로서 말투, 표정, 걸음걸이 등 이강과 똑같은 언행을 묘사했다. 각자 너무나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였던 만큼 난이도 높은 1인 3역이었다. 


김세정은 “처음에는 부담이 많이 돼서 ‘이걸 내가 해도 될까’ 걱정이 앞섰다. 결국에는 하기로 마음을 먹은 이후에는 바쁘게 움직이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이 들었다”며 “사투리를 쓰기 위해 그 지역에 가서 몸으로 느껴보자는 생각에 촬영 전에 직접 충남 보령에 내려갔다. 일주일 동안 시장, 목욕탕 등 사람이 많이 모이면서도 말을 많이 나눌 수 있는 곳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곤 했다”고 떠올렸다.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영혼이 바뀌는 상대 역의 강태오를 분석하는 것도 필수였다. 김세정은 “대본 리딩 때에도 서로 휴대폰을 교환해서 목소리가 잘 들리게끔 녹음을 해놓고 나중에 그 음성을 들으면서 ‘목소리가 이렇구나’ 서로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1인 3역 중 가장 어려웠던 캐릭터로는 이강으로 영혼이 바뀐 박달이를 꼽았다. 그는 “자칫 어색하게 남자인 척을 하는 사람으로 비쳐서 시청자가 부담스럽다거나 어색하게 느껴질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며 “‘그렇게 마음을 먹으면 보는 사람도 그렇게 느낄 테니 빨리 떨쳐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영혼이 바뀐 역할을 연기하는 강태오의 프로페셔널한 모습도 동기 부여가 됐다. 김세정은 “사실 저보다 부끄러울 텐데 너무나 열심히 잘 하고 있는 게 보이더라. ‘오빠도 저렇게 믿고 하는 만큼 나도 잘 해보자’고 생각을 해서 처음엔 무서웠지만 나중에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실제로 이강과 박달이가 처음으로 영혼이 바뀌는 촬영 전날 잠을 설칠 정도로 걱정을 많이 했다. 김세정은 “당연히 코미디 요소가 있다 보니까 웃겨야 하지만 과하게 웃겨서도 안 되고, 상대가 남자라는 걸 잊지 않고 남자가 봤을 때 기분이 안 나빴으면 좋겠고 여러 가지가 신경이 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워낙 크게 연기를 해야 하는 장면이다 보니까 제가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감독님에게도 최대한 에너지를 쓸 건데 엄청 많이 (테이크를) 가지는 못 갈 것 같다고 말했다”며 “감독님이 좋아서 바로 넘어가 주시면 믿고 가겠다고 말했는데 제가 처음에 다 쏟아내서 연기를 하니까 바로 좋다고 다음 컷으로 가자고 하시더라. 처음에 엄청 긴장하면서 연기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다들 재밌어하셔서 편하게 연기했다”고 웃었다. 


또한 “그런데 너무 편하게 연기를 하다 보니 목이 나갔다. 제가 (연기를)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 이후 한 2주 정도는 조심하면서 연기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첫 사극 도전을 위해 촬영 전 사소한 부분까지 챙겼다. 그는 “그 시절 예법 등을 틀리고 싶지 않아서 미리 몸으로 익혀가고 싶었다. 강연월과 이강은 양반으로 살았기 때문에 예법이 몸에 배어 있을 것 같았고 제 성격이 워낙 털털하다 보니까 화면에 나오면 저로밖에 안 보일 것 같았다”며 “여기저기 소문 끝에 알아내서 예법을 알려주시는 선생님께 수업을 따로 들었다. 왼손, 오른손 위치나 차를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등을 미리 배우고 촬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사극의 고충은 없었는지 묻자 “보통 사극을 찍으면 더울 때 더 덥고 추울 때 더 춥고 촬영장 거리는 멀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 때는 못 찍는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며 “정말 감사하게도 제가 사극 체질인지 촬영장 가는 길이 멀어서 대사를 읽고 붓기 빠질 시간이 있는 게 좋았다. 저는 아침에 정신이 깨어나야 더 잘 된다”고 웃었다.

 

아울러 “그리고 저는 더위에 강하고 추위에 약하다. 이번에는 이미 한복을 두껍게 입었어서 그렇게 춥지 않았고 다행히 엄청 추울 때까지는 촬영이 안 갔다. 여름에도 생각보다 더위가 강해서 엄청 덥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들은 사극 한 번 하고 나면 꽤나 힘들어서 당분간 안 해도 되겠다고 많이들 생각하신다는데 저는 한 번 더 해봐도 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힘듦을 크게 못 느꼈다. 지금은 퓨전 사극으로 재밌는 모습을 보여드렸다면 다음에는 정통 사극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언제든 찾아주시면 또 사극을 할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곧 30대 진입을 앞둔 김세정에게 이번 작품은 더욱 뜻깊다. 어느 때보다 큰 도전이었지만 시청자 호평을 만끽하며 무사히 작품을 마칠 수 있었다. 김세정은 “서른을 기점으로 새로운 이미지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에 대한 답을 조금은 얻은 것 같다. 뿌듯한 마음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30대에는 어떤 새로운 이미지를 원하는지 묻자 “워낙 에너지도 강하고 밝은 이미지다. 에너지가 강한 건 맞아서 이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 이미지를 탈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럼에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이 많다는 것을 꼭 인정받고 싶다. 이런 에너지를 가진 사람일수록 더 많은 얼굴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저를 통해서 도전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고 저 또한 그런 도전에 임할 자신이 있다는 것을 이번 작품 통해서 스스로 다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세정은 “이번에도 너무 큰 도전이다 보니까 처음에는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가도 열심히 하고 결과가 나오면 겸허히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며 “결국엔 하기 참 잘했다. 앞으로도 도전할 게 생기면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살이 넘었을 때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많은 분이 저를 마음껏 가지고 놀아주시면 좋겠다”고 웃었다. 

 

2016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으로 걸그룹 아이오아이로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딘 뒤 데뷔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김세정은 “그때 꿈꿨던 건 다 이룬 것 같다. 그런데 그걸 이루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꿈이라는 건 계속 다시 새로 꿔야 된다는 걸 느낀다. 이쯤 되면 많은 것을 알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하나도 모르겠더라”라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이어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도 연기하면서 (무언가를) 알 수 있는 기점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조금씩 발전해 갈 뿐 확실하게 답은 이거라고 알 수 있는 기점은 안 올 것 같아서 앞으로는 답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뭘 쌓을지 더 중심적으로 보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며 “그전까지는 답을 계속 찾으려고 20대를 보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지치는 순간도 있었고 저를 돌봐주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 욕심을 조금은 내려놓고 저의 발전에 대해서만 생각을 할 예정”이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지금의 김세정에게 새로운 꿈은 무엇일까. 그는 “많이 도전하는 것, 그리고 옳다고 생각하는 걸 그냥 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김세정은 “그 전까지는 옳은 게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노래나 드라마가 이런 것이라는 한계에 갇혀서 그걸 따라가려고 노력했다면 이제는 내가 밟아온 길을 돌아보면서 내가 좋은 것들 중 사람들이 좋아할 것도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도전해 보자는 게 앞으로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만히 생각해 보면 10년 전의 꿈은 음악방송 1등이나 시상식 수상 등 결과론적이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그건 어떻게 다 이루게 됐다. 지금 돌아보니 결과론적인 건 나중에 따라오는 것이고 제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게 주된 목표가 되면 안 되겠다고 느낀다. 그래서 지금은 ‘과거와 다른 목표와 꿈을 꿀 수 있는 내가 되도록 잘 성장해 보자’는 목표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배우로서 활약한 데 이어 본업인 가수로도 컴백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7일 공개된 신곡 태양계를 발매하며 오랜만에 솔로 아티스트 역량을 발휘했다. 선배 가수 성시경의 노래를 김세정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성시경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한 계기에 대해 “메인타이틀 만큼 많은 사랑받았던 곡을 골라서 리메이크를 해보자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태양계’를 베스트로 추천하는 사람이 진짜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막연히 재미있겠다고 생각하고 도전했는데 이 곡이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노래인 줄 몰랐다. 또 선배님 목소리가 워낙 좋고 캐릭터가 강하다고 생각해서 나만의 노래로 다르게 승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고 부연했다. 

내년 1월 10∼11일 서울을 시작으로 타이베이, 멜버른 등 총 8개 도시에서 글로벌 팬 콘서트 투어도 이어간다. 김세정은 “내년이면 10주년인데 10년 동안 제가 해왔던 걸 다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진짜 많은 걸 해왔어서 그걸 하나하나 다 팬들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며 “‘프로듀스 101’으로 저를 마주했을 때부터 아이오아이, 구구단 그리고 지금의 솔로 가수, 수많은 드라마를 다 녹여서 재미있는 공연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는 사람도 신나고 참여할 수 있을 만한 걸 많이 넣어서 추억도 일으킬 만한 세트리스트를 많이 넣었다”고 귀띔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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