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기획사를 운영해 온 방송인 박나래는 최근 각종 운영·관리 문제와 내부 갈등이 불거지며 도마에 올랐다. 모든 책임과 판단이 개인에게 집중되는 취약한 구조적 특성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매니저 갑질 폭로→회사자금 횡령·주사이모까지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출연으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박나래는 1년 전 기존 소속사와 계약을 끝내고 모친 명의인 앤파크 소속으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최근 방송생활의 위기를 맞았다.
전직 매니저 2명은 박나래로부터 폭언, 상해, 괴롭힘, 진행비 미지급 등의 피해를 당했다며 서울서부지법에 1억원 규모의 부동산 가압류를 신청했다. 1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준비 중이며 박나래를 특수상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1년3개월의 근무 기간 동안 박나래가 안주 심부름, 파티 뒷정리, 술자리 등 사적인 지시를 강요했으며 24시간 대기시켰다는 입장이다. 병원 예약이나 대리 처방 등 의료 관련 업무와 더불어 가족 일까지 맡기며 가사 도우미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한 매니저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언을 들었고 화가 나서 던진 술잔에 상해를 입었다”고 폭로했다. 식자재비, 주류 구입비 등의 진행비 정산도 문제 삼았다.
특히 주사이모 논란은 치명적이다. 매니저들은 박나래가 의료면허가 없는 지인을 통해 수액 및 주사 시술을 받아왔다고 폭로했다. 불법 의료 행위에 주사이모로부터 전달받은 다이어트약이 마약류 관리 대상 식욕억제제(펜터민)라는 의혹까지 더해져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박나래가 모친과 전 남자친구를 정식 직원인 것처럼 회사에 등록해놓고 급여를 줬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 남자친구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총 4400여만원의 급여를 받았다는 것이다. 또 전 남자친구의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해 회사 계좌에서 3억원을 사적으로 송금했다며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끝이 아니다. 매니저들은 “그동안 박나래에게 계속 4대 보험에 가입시켜달라고 했는데도 안 해줬다. 박나래와 어머니, 전 남자친구는 4대보험에 가입 돼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사회적 이슈가 됐던 연예인 1인 기획사 미등록 사태와 마찬가지로 앤파크도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박나래 모친 명의로 2018년 설립된 앤파크는 당시 서비스업 및 행사대행업으로 등록됐다. 지난해부터 사실상 박나래 1인 기획사로 운영됐지만 대중문화예술기획업으로는 신고돼 있지 않았다. 매니저 A씨는 “퇴사하기 두 달 전 4대보험에 가입시켜주더라. 기획업 등록 때문에 매니저들을 이사로 등재하면서 (어쩔 수 없이)보험에 가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전 남자친구는 매니저들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해 수사기관에 넘긴 의혹으로 고발당했다. 박나래의 자택 도난 사건이 발생했던 지난 4월 매니저 2명과 스타일리스트 1명에게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을 받아 간 뒤 이를 참고자료 형태로 경찰에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근로계약서 작성이 명분이었지만 도난 사건 수사 자료로 경찰에 제출됐다는 주장이다.
앤파크는 “1년3개월간 근무했던 전 매니저들이 퇴직금을 수령한 후 추가로 회사의 전년도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요구했다”며 “요구 금액 역시 점차 증가해 수억원 규모에 이르게 됐다”고 반박했다. 박나래 측은 공갈미수 혐의로 전직 매니저 2명을 맞고소한 상태다. 출연 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활동을 중단한 박나래는 “현재 제기된 사안들은 사실 관계를 법적으로 확인 중이며 그 과정에서 추가적인 공개 발언은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구조적 문제 드러난 1인·가족 기획사
박나래의 이번 논란은 연예인 개인이 곧 경영 주체가 되는 1인 기획사 구조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들을 응축해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인 기획사가 가지는 의사결정의 집중, 관리 주체의 불분명함, 내부 견제 장치의 부재는 작은 갈등도 빠르게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전 매니저들이 제기하는 사적 심부름 등도 대형 기획사에 비해 내부 시스템이 느슨한 1인·가족 기획사라서 더 쉽게 방치될 수 밖에 없다. 스타 개인이 실질 오너인 회사에서 매니저는 ‘을 중의 을’이 되기 쉽고 폭로가 터질 때까지 문제 제기 창구가 없었던 탓이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개별 사안이 아니라 연예계 전반의 관리·운영 구조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특별기구 상벌조정관리위원회는 “박나래의 행위는 대중문화예술산업의 선량한 풍속과 질서를 흐트러뜨리고 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행위”라며 “소위 갑질을 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고질적인 악습”이라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특히 “대중의 관심과 사랑으로 인해 활동하고 수익이 발생하는 연예인은 공인으로서의 책임감 역시 크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업계에서 매니저와 연예인의 관계가 올바로 정립될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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