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KBO리그를 누볐던 추억을 가슴에 품고,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서로를 마주한다.
한국 야구계에 경사가 더해졌다. 올 시즌 영웅 군단을 떠받치던 아이콘, 내야수 송성문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입성에 성공했다. 올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에 나섰던 그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손을 잡았다. 메디컬 테스트 등 절차 문제로 구단의 공식 발표는 아직이지만, 계약규모는 최소 3년 1300만달러(약 193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가올 새 시즌, 국내 팬들의 아침이 더 분주해진다.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에 이어 송성문까지 추가된 화려한 빅리거 라인업을 감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네 선수가 적으로 만날 ‘히어로즈 더비’가 최고의 관심사다. 넷 모두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다가 2021년 김하성을 시작으로 빅리그 러시에 나섰다. 지난해 이정후-올해 김혜성이 바통을 받았고, 송성문이 다음을 준비한다. 함께 버건디 유니폼을 입던 그들은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유니폼을 걸치고 각자의 추억을 재생해야 한다.
4인4색의 더비, 우선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를 주목해야 한다.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가 모두 속해 있다. 누구보다 서로를 자주 마주하는 라이벌 사이다. 올 시즌에도 다저스-샌디에이고-샌프란시스코 사이좋게 1~3위를 나눠가졌다. 내년 역시 그 어느 팀보다 자주 그리고 치열하게 맞붙어야 한다.
2026시즌 일정은 확정됐다. 동일 지구 팀끼리는 한 시즌 13번을 맞붙는다. 송성문이 가장 먼저 마주할 옛 동료는 이정후다. 다음해 3월31일부터 홈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와 3연전이 그가 경험할 첫 코리안 더비다. 이어 5월 19~21일에 홈에서 김혜성과 맞댈 다저스와 3연전이 준비됐다. NL 동부지구 소속인 김하성과도 총 7번 부딪힌다. 6월 23~25일에 걸친 홈 3연전이 첫 약속의 시간이다.
물론 온전한 더비가 펼쳐지려면 각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주전으로 분류된 김하성과 이정후는 부상만 없다면 꾸준히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지만, 김혜성과 송성문은 이야기가 다르다. 둘 모두 각 팀 내야의 백업·유틸리티 역할로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확실한 자리를 따내야만 히어로즈 더비를 만끽할 수 있다.
김혜성이 펼칠 초호화 군단 다저스에서의 생존 경쟁만큼, 송성문의 도전기도 치열할 전망이다.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3루수였지만, 매니 마차도(3루수)-잰더 보가츠(유격수)-제이크 크로넨워스(2루수)로 이어지는 샌디에이고의 탄탄한 내야진을 비집고 들어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기대할 포인트는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1루수 자리를 노릴 수 있다. 크로넨워스가 1루수로 이동해 비어있는 2루를 송성문이 맡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크로넨워스는 비시즌 내내 트레이드 이슈가 따라붙는 중이다. 향후 시장 흐름에 따라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제공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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