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차게 외쳤던 ‘윈 나우’, 선봉장 황택의가 다시 고삐를 당긴다.
남자프로배구 KB손해보험이 길었던 연패를 끊었다. 18일 경기도 의정부 경민대 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전을 셧아웃 승리로 물들였다. 오랜만에 빚은 흠결 없던 한판이다. 지난달 18일 부산 OK저축은행전 이후 한 달 만에 승점 3을 온전히 챙겼다.
상위권 도약을 바라본다. 시즌 8승8패, 승점 25와 함께 3위에 위치했다. 2위 현대캐피탈(8승6패·승점 26)을 쫓으면서도 4위 OK저축은행(8승7패·승점 23), 5위 한국전력(8승6패·승점 22)까지 얽힌 치열한 순위싸움을 예고했다. 시즌 전 과감한 ‘윈 나우’를 외쳤던 만큼, 그에 걸맞은 행보를 준비할 일만 남았다.
세터 황택의가 선봉에 선다. 올 시즌 KB손해보험의 경기력은 황택의의 경기력과 함께 그래프가 움직인다. 지난 비시즌 국가대표로서 여러 일정을 소화했고, 지난 7월에는 아킬레스건 부상도 있었다. 분명한 체력 소진도 있었고, 팀원과의 호흡을 맞출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다. 심지어 개막 이후로도 허리나 목, 발목 등에 남아있는 잔부상에 심한 감기 증세까지 겹치는 부침을 겪으며 온전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KB손해보험이 그의 공백 속에 연패 터널에 빠졌던 배경이기도 하다.
고난을 뚫고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 간만의 쾌승을 챙긴 이날, 황택의의 몸놀림은 가벼웠다. 동료들의 리시브가 받쳐주자 특유의 토스 분배로 코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센스 있는 득점과 멋진 디그까지 펼쳐보이며 팀의 반등을 이끌었다.
들뜰 법한 승리였지만, 황택의는 차분하다. “너무 오랜만에 이겼다. 기쁘지만 갈 길이 멀다. 이전 경기에서 팬들께 실망을 많이 드려 너무 죄송할 뿐이다. 더 많은 경기를 가져와야만 한다”고 남다른 의지를 다진다.
빠져있던 시간에 자신 그리고 KB손해보험의 배구를 곰곰히 돌아보기도 했던 그다.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 시즌을 두고 “작년부터 맞춰왔던 선수들인데, 지난해와 왜 코트 안에서 다른 모습이 나올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고백한 그는 “나부터 너무 이기려고만 하다보니 실수가 나왔을 때 웃어넘기지 못했다. 부담감을 너무 많이 가졌다. 지난해는 코트 위에서 즐겁게 배구를 했던 기억이 있다. 오늘 승리에서는 지난해의 그 즐거운 느낌을 받았다”고 살포시 미소 짓기도 했다.
마음을 더 내려놓는 일에 집중한다. “잘하는 것만 너무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배구 하자고 선수들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눈빛을 번뜩여 본다.
이제 연패를 탈출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시즌 항해에 나선다는 청사진을 그린다. 그는 “확실히 위에 있다보면 부담감이 들 수밖에 없다. 그동안 순위싸움에서 밀렸던 이유”라며 “이제 우리는 다시 올라가는 상황이니 오히려 부담이 덜할 거다. 아직 많이 처지지 않았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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