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지난 2년을 주름 잡았던 두 명의 간판스타가 차기 시즌 빅뱅을 예고했다.
장유빈과 옥태훈은 KPGA 투어의 2024시즌과 2025시즌을 각각 자신의 해로 물들였던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이다. 국내 무대를 평정한 둘은 각자의 자리에서 세계 무대를 두드렸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적히지 않았다. 높은 세계의 벽을 실감했지만, 멈출 때는 아니다. 좌절 대신 재도약을 택한 둘의 시선은 다시 KPGA 투어를 향한다.
장유빈은 2024시즌의 패왕이었다. 시즌 2승과 함께 KPGA 최초 6관왕(제네시스 대상·최저타수상·상금왕·톱10 피니시상·장타상·기량발전상), 최초의 상금 10억원 돌파(11억2904만7083원) 등으로 밝게 빛났다.
옥태훈은 투어 8년 차였던 올해, 마수걸이 우승과 함께 혈이 뚫렸다. 최종 3승과 함께 시상식에서 5관왕을 빚었다. 장유빈의 수상목록에서 장타상을 제외한 남은 5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장유빈을 잇는 역대 2번째 상금 10억원 돌파(10억7727만4161원)도 일구면서, 장유빈이 떠난 왕좌를 움켜쥔 주인공이 됐다.
둘은 나란히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장유빈은 올 시즌 아이언헤즈GC팀 소속으로 LIV 골프 무대를 누볐다. 옥태훈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Q) 스쿨 최종전에 나서 PGA 투어 직행 티켓을 겨냥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장유빈은 올 시즌 LIV 골프 13개 대회에서 모두 20위 밖 성적을 냈다. 개인전 최종 순위 53위로 48위까지 주어지는 2026시즌 시드 확보에도 실패했다. 왼손 엄지 인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고는 해도, 분명 아쉬운 결과였다. 옥태훈도 Q스쿨 무대서 공동 92위에 그치며 PGA 투어는커녕 2부 투어 콘페리 투어 출전권조차 얻지 못했다.
권토중래의 마음가짐으로 숨을 고른다. 장유빈은 다음해 1월 LIV 골프 프로모션을 통해 차기 시즌 출전권 재획득에 도전하는 대신, KPGA 무대에 전격 복귀를 알렸다. 향후 PGA 투어 진출 시나리오를 열어두기 위함이다. LIV 골프 대회에 출전하면 1년간 PGA 투어 및 이벤트 대회에 모두 출전할 수 없다. 장유빈의 마지막 LIV 골프 출전은 지난 8월로, 다음해 8월 이후에는 PGA 대회 출전이 가능해진다.
KPGA 무대와 아시안 투어 등을 단계적으로 밟아 다시 큰 무대를 바라보는 청사진을 그린다. 장유빈은 “LIV에서 거둔 경험은 선수 인생에서 중요한 자산이었다. 지금은 기본으로 돌아가 KPGA 투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 투어와 아시안투어를 통해 차근차근 경쟁력을 쌓고 더 큰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장유빈은 다음해 1월 3일 베트남 전지훈련을 통해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들어간다. 실패를 곱씹은 옥태훈도 마찬가지로 겨우내 재정비를 거친 후, KPGA 왕좌 수성에 박차를 가할 일만 남았다.
이제 KPGA 투어의 차기 시즌 화두는 누가 뭐래도 ‘장유빈 천하’와 ‘옥태훈 천하’의 정면충돌이다. 그간 이어진 1인 독주 체제가 아닌 뜨거운 경쟁 구도를 그려볼 수 있는 만큼, 국내 골프 팬들의 기대감이 벌써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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