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상실X증오로 무장한 ‘흑화 나비족’ 온다…‘아바타: 불과 재’

Varang (Oona Chaplin) in 20th Century Studios' AVATAR: FIRE AND ASH. Photo courtesy of 20th Century Studios. © 2025 20th Century Studios. All Rights Reserved.

“설리 가족은 절대 포기하지 않아.” (아바타: 불과 재 대사)

 

 푸른 숲과 청량한 바다에 이어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과 검은 재가 내려앉은 황무지가 펼쳐진다. 판도라를 증오하는 나비족에 최첨단 무기로 중무장한 인간까지 등장한다. 설리 가족은 상실의 무게를 견디며 다시 싸움에 나서야 한다.

 

(L-R) Lo’ak (Britain Dalton) and Jake Sully (Sam Worthington) in 20th Century Studios' AVATAR: FIRE AND ASH. Photo courtesy of 20th Century Studios. © 2025 20th Century Studios. All Rights Reserved.
Varang (Oona Chaplin) in 20th Century Studios' AVATAR: FIRE AND ASH. Photo courtesy of 20th Century Studios. © 2025 20th Century Studios. All Rights Reserved.

◆판도라의 또 다른 얼굴…증오와 절망의 세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시리즈가 다시 돌아왔다. 2009년 신비로운 식물과 생명체로 가득한 판도라를, 2022년 일렁이는 바다의 장관을 보여줬던 카메론 감독은 이번엔 불과 재라는 파괴의 이미지를 끌어들인다. 현명한 판단이다. 시각적 스펙터클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관객에게 카메론 감독은 단순한 볼거리 확장 대신 상실과 증오라는 인간의 가장 어두운 감정을 판도라의 세계관 안에 녹여냈다.

 

 여전히 인간과 나비족의 대립이라는 큰 틀을 유지한다. 마일스 쿼리치(스티븐 랭) 대령은 더 강력해져 등장한다. RDA(자원 개발국)는 여전히 판도라를 위협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차별점은 적이 외부에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같은 나비족인 망콴족이 판도라를 증오하며 다른 부족을 공격한다는 설정은 선악 구도를 넘어선다. 망콴족이라 불리는 재의 부족은 판도라의 위험 요소다. 화산 폭발로 터전을 잃고 에이와(판도라의 생명 네트워크)에 대한 신뢰를 버린 나비족이다. 그들의 리더 바랑은 고통을 폭력으로 전환해 판도라를 증오하는 세력으로 변모한다. 자연재해 앞에서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의 왜곡된 생존 본능은 관객에게 충격을 안긴다.

 

(L-R) Neytiri (Zoe Saldaña) and Jake Sully (Sam Worthington) in 20th Century Studios' AVATAR: FIRE AND ASH. Photo courtesy of 20th Century Studios. © 2025 20th Century Studios. All Rights Reserved.

◆흔들리는 설리 가족…그래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가족’

 

 아바타: 불과 재 서사의 힘은 설리 가족의 변화에서 나온다. 첫째 아들 네테이얌의 죽음 이후,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는 거의 폭군에 가까운 아버지로 변한다. 남은 아이들을 지키려는 본능이 그를 냉정하고 단호하게 만들었고, 이는 가족 내부의 균열로 이어진다. 네이티리(조 샐다나)는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어머니로서 신념이 생애 처음으로 흔들린다. 아들을 죽게 만든 인간 소년 스파이더(잭 챔피언)를 향한 복잡한 감정, 인간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이 그녀를 짓누른다.

 

 둘째 로아크(브리튼 달튼)는 형의 죽음에 책임감을 느끼며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쓴다. 키리(시고니 위버)는 자신 안의 강력한 힘을 깨우고, 스파이더는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생사를 넘나든다. 영화는 줄거리를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이 슬픔과 죄책감, 두려움과 책임감 사이에서 어떻게 흔들리고 다시 서로를 붙잡는지를 그려낸다. 관객은 가족의 갈등 속에서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고 거대한 전투 장면만큼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Neytiri (Zoe Saldaña) in 20th Century Studios' AVATAR: FIRE AND ASH. Photo courtesy of 20th Century Studios. © 2025 20th Century Studios. All Rights Reserved.

◆빼놓을 수 없는 영상미

 

 카메론 감독은 이번에도 완성도에서 타협하지 않는다. 망콴족의 본거지는 매드맥스(2015)를 연상시키는 황폐함으로 가득하다. 검게 탄 나무와 쌓인 재, 뼈와 두개골로 장식된 공간은 푸르고 생명력 넘치는 판도라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반면 바람 상인 틸라림족은 유쾌함과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거대한 해파리형 생명체 메두소이드와 함께 하늘을 유영하는 장면은 새로운 볼거리다.

 

 18개월간의 퍼포먼스 캡처 촬영, 한 번에 최대 16대의 카메라를 동원한 섬세한 연출,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의 활용은 단순히 기술적 성취를 넘어 배우들의 감정을 100% 포착하기 위한 장치다.

 

197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숏츠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도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좌석에 앉으면 관객은 판도라의 불과 숲, 바다과 하늘을 온전히 체험하게 된다. 오랜만에 아이맥스, 돌비시네마, 3D 등 특수관 관람을 강력 추천하는 영화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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