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의 과거 소년범 전력이 알려지자 그는 별다른 해명 없이 은퇴를 선택했다. 그러나 당사자가 물러난 뒤 논란은 오히려 정치권으로 번졌다. 범여권 인사들은 소년법의 취지와 교화 원칙을 들어 두둔에 나섰고, 야권은 이를 공인의 도덕성 문제로 비판하며 맞섰다. 조진웅이라는 이름은 개인 논란의 범주를 넘어 정치적 진영 논쟁의 소재로 소비되고 있다. 한 배우의 선택은 이미 끝났는데, 정치의 언어는 끝나지 않아 계속해서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다. 여기에 사회적 논쟁까지 더해졌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대입에서 불이익을 받는데 소년범 전과는 왜 다른가”라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일각에서는 소년범의 범죄 이력을 표기해 대입 전형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 개인의 과거를 둘러싼 논란이 이제 교육 제도와 처벌 기준의 문제로 옮겨붙으며 사회 전반의 가치관을 흔드는 쟁점이 됐다.
그러나 이 소란 속에서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연예인은 ‘이미지 산업 종사자’라는 점이다. 연예계는 실력만으로 버텨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신뢰, 호감, 상징성이 실력을 넘어 또 하나의 생존수단으로 작용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서 화면에 설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도덕적으로 반성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복귀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대중이 등을 돌리는 순간 계약도, 배역도, 광고도 함께 사라진다.
조진웅의 범죄 이력을 두고 “30년 전 일이다”라는 말은 상식적으로 맞다. 오랜 과거의 일이고, 그는 새로운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대중문화의 문법에서는 이러한 명제는 통하지 않는다. 연예인은 이미지로 소비되다 보니 한 번 생긴 균열은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윤리적으로는 교화가 옳고 사람은 변할 수 있지만 이미지 산업에서 과거 범죄 전력과 교화는 회복 공식이 아니다. 제작사, 방송사, 광고주는 냉정하다. 이미지가 곧 돈으로 직결되다 보니 섭외 1순위가 안전이다. 특히 조진웅은 2021년 홍범도 장군의 유해 국내 봉환 당시 국민 특사로 참여했고, 올해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하는 등 ‘독립운동가’와 등치되는 이미지를 쌓아왔다. 때문에 대중의 배신감은 더욱 크다.
냉정히 생각해보자. 조진웅의 은퇴는 이러한 연예계 산업에 대한 현실을 파악한 결론이다. 추궁을 피해 도망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예전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을까. 조진웅의 은퇴를 당연시하는 쪽에서는 과거 다른 윤리적인 실수가 추가로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짐작까지 하고 있지만, 그래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최근 수년간 학교폭력 의혹만 드러나도 해당 연예인은 방송을 중단했다. 최근 조진웅과 함께 이슈가 된 박나래, 조세호, 이이경 역시 마찬가지다. 불법 의료 시술과 대리 처방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박나래는 전 매니저와의 갑질 의혹만으로 방송활동을 중단했다. 조세호 역시 조직폭력배 연루 의혹이 불거지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했다. 이이경 또한 근거 없는 사생활 논란 속에서 활동에 타격을 입었다. 3년 동안 함께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작진의 판단으로 사실상 강제 하차 당했다.
연예계는 법의 판단 이전에 이미지가 작용하는 세계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대중이 떠올리는 이미지에 금이 가는 순간 출연 명단이 아니라 하차 명단에 오른다. 연예인은 공인도, 도덕 교사도 아니지만 그 영향력을 봤을 때 절대로 평범한 개인이라고 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다.
권기범 연예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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