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 자신 있습니다!”
프로야구 KT의 숨 가빴던 겨울도 마무리 단계다. 김현수와 최원준 등 굵직한 외야 자원을 연이어 영입했고, 다른 포지션 곳간도 가득 채웠다. 이 와중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타자 샘 힐리어드를 향해 더욱 많은 시선이 쏠린다. 빅리그에서 전문 외야수로 활약했던 그는 2026시즌 한국에서 1루수로 기용될 전망이다.
마법사들이 찾던 마지막 퍼즐이었다. 외야는 포화 상태였지만 1루는 확실한 주인이 없었다. 외국인 타자 슬롯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힐리어드와 총액 100만 달러에 도장을 찍은 것. 빅리그 통산 44홈런 107타점을 기록했고, 직전 2025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선 17홈런 66타점 성적을 써냈다.
일각에서는 의외의 영입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힐리어드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통산 332경기 동안 외야 수비만 줄곧 소화했다. 1루수로는 마이너리그 시절 5경기를 소화한 게 전부다. 얼핏 보면 ‘외야수를 데려와 1루를 맡긴다’는 도박수처럼 보일 수 있다.
KT는 고개를 저었다. 영입 리스트 내 후보군과 비교해 힐리어드의 1루 기용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중요한 체크포인트였다. 구단 관계자는 “힐리어드가 매력적인 선수였지만, 포지션과 관련해 고민이 있었다”며 “선수와의 사전 교감을 거쳐 확신을 얻었다. 힐리어드는 ‘원래 1루수 출신이다. 지금부터 다시 준비하면 문제없다. 자신 있다’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힐리어드는 미국 텍사스 맨스필드 고교 시절 투수와 1루수를 병행하는 투타겸업 선수로 활약한 바 있다. 이후 대학 진학 후 점차 외야로 포지션을 고정했고, 프로 입단 뒤 전업 외야수로 성장했다.
KT 역시 이 과정을 스카우팅 부서와 함께 면밀히 확인했다. “빠른 다리와 강한 어깨를 살려 외야수로 이동한 경우다. (1루에서) 한가락 하던 게 있다. 내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익숙했던 감각을 되찾는 데 무리 없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KBO리그엔 이미 모범 케이스가 존재한다. NC에서 활약했던 ‘괴물타자’ 에릭 테임즈(은퇴)가 대표적이다. MLB에서 외야수로 뛰었지만, 한국서 1루수로 전향해 대성공을 일궜다.
고교 시절 1루수였던 오스틴 딘(LG)도 주목할 만한 사례다. 빅리그 입성 후엔 외야 변신을 꾀했다. 2023년 한국 무대에 진출하면서 1루에 다시 안착, 지난해 수비상까지 거머쥐었다.
KT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대목이다. 구단 관계자는 “테임즈도, 오스틴도 외야에서 1루로 옮겨 성공한 사례다. 힐리어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힘줘 말했다.
외야를 소화할 수 있는 멀티 자원이라는 점도 팀적으로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엔트리 하나로 두 명 이상의 역할을 한다. 현대 야구에서 큰 가치가 있는 요소다. 후반 수비 강화나 대주자 투입 등 경기 후반 운영에서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계산이다.
남은 건 실전에서의 검증이다. 힐리어드가 테임즈와 오스틴으로 연결되는 KBO리그 성공 계보를 잇고, KT의 새 시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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