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기대주 서민규(경신고)가 굵직한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남자 싱글 선수로는 최초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GP)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일 일본 나고야 IG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GP’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1.64점, 예술점수(PCS) 79.45점으로 171.09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84.84점으로 2위에 자리했던 서민규는 총점 255.91점으로 일본의 나카타 리오(249.70점)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주니어 GP는 올 시즌 7개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6명만이 출전할 수 있는, 일종의 왕중왕전이다. 한국 남자 싱글 선수가 주니어 GP서 우승한 것은 서민규가 최초다. 이전까지는 2024~2025시즌 서민규, 2023~2024시즌 김현겸(고려대)이 거둔 2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한국 남자 싱글 간판인 차준환(서울시청)도 주니어 GP에선 2016~2017시즌 나서 동메달을 딴 것이 전부다. 시니어 GP까지 범위를 넓혀도 남자 싱글 선수로는 첫 금메달이다.
한국 전체 역사로 봐도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 선수의 주니어 GP 금메달은 2005~2006시즌 ‘피겨 여왕’ 김연아(은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무려 20년 만에 명맥을 잇게 된 것. 김연아는 시니어 GP에선 2006~2007시즌을 시작으로 2007~2008시즌, 2009~2010시즌 등 총 세 차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른 바 있다. 그간 한국 남자 싱글은 오랜 기간 차준환 홀로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통을 이어받을 차세대 스타 탄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시즌에 이어 생애 두 번째로 밟은 주니어 GP 무대. 클린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서민규는 뮤즈의 ‘엑소제네시스: 심포니(Exogenesis: Symphony)’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첫 과제인 쿼드러플 살코를 깔끔하게 성공,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기본 점수 9.70점에 수행점수(GOE) 1.80점을 따내며 고득점을 챙겼다. 트리플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트리플 루프 등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10% 가산점이 붙는 후반부에도 흔들림은 없었다. 트리플 악셀, 트리플 러츠-더블 악셀-더블 악셀 시퀀스 점프, 트리플 살코를 연달아 실수 없이 뛰었다. 점프뿐 아니다. 스핀, 코레오 시퀀스도 훌륭했다. 스핀의 경우 모두 레벨4로 처리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서민규는 이번 대회서 프리스케이팅 점수와 총점서 ISU 공인 개인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종전까지는 각각 243.27점, 161.81점으로, 올해 8월 2025~2026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작성한 점수다.
한편, 여자 싱글에 나선 ‘쌍둥이 자매’ 김유성과 김유재(이상 수리고)는 희비가 엇갈렸다. 동생 김유성은 총점 198.66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건 반면, 언니 김유재는 195.38점으로 4위에 자리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64.06점에 그쳐 5위까지 밀렸던 김유성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TES 75.49점, PCS 59.11점으로 134.60점을 얻어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렸다. 이로써 김유성은 주니어 GP 첫 출전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기쁨을 누렸다. 높은 잠재력을 맘껏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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