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간판 걸그룹 '에스파' 중국인 멤버 닝닝이 과거 소셜미디어에 원자폭탄 폭발 직후 생기는 '버섯 구름'과 유사한 형태의 조명 사진을 올린 것이 뒤늦게 일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NHK 측이 에스파의 '홍백가합전' 출연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홍백가합전'은 일본 최고 권위의 연말 프로그램으로, 올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린 에스파는 이번에 첫 출연한다.
3일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NHK 야마나 히로오(山名啓雄) 전무이사는 전날 참의원 총무위원회에서 오는 31일 열리는 '제76회 NHK 홍백가합전'에 에스파가 출연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시이 나에코 의원이 "올해 '홍백가합전' 출연이 결정된 아티스트 중 원자폭탄의 '버섯구름'을 디자인한 것 같은 탁상등을 영어로 '귀엽다'라고 한 멤버가 포함됐다. 소속 그룹의 출연 정지를 요구하는 인터넷 상 서명이 12월 현재 10만명을 넘고 있다. 출전 예정에 변경은 없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NHK는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가" 묻자 "해당 멤버에게 원폭 피해를 경시하는 의도가 없었던 것을 소속사에 확인했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앞서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닷오르그(change.org)에 '에스파의 NHK '홍백가합전' 출연 정지를 요구한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고 이날 기점으로 12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K-팝 팬들 사이에선 닝닝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올린 게 아닌데 너무 확대해석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주를 이루지만, 중·일 갈등 여파가 계속 번지고 있는 만큼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K-팝 상당수 그룹은 일본 멤버가 포함된 다국적 그룹인 만큼 최근 중일 관계 악화의 불똥이 충분히 튈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범 K-팝 그룹으로 묶이는 일본 보이그룹 '제이오원(JO1)'의 팬미팅이 지난달 중국에서 예정됐었는데 취소됐다. 제이오원은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CJ ENM과 일본 연예 기획사 오시모토흥업이 함께 설립한 라포네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행사 주최자였던 QQ뮤직은 "불가항력적 이유로 취소됐다"고 전했다. 중국 텐센트 산하 음원 플랫폼 QQ뮤직은 현지 K-팝 최대 유통 플랫폼이다.
앞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중국와 일본 갈등은 격랑에 휩싸였다.
앞서 중국에선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 주제곡 가수 오쓰키 마키, 일본 인기 가수 하마사키 아유미의 콘서트 등이 잇따라 취소됐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의 '한일령(限日令·일본문화 금지령)'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한령(限韓令)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국내 K-팝 기획사들이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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