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의 공백기, 한 치 앞을 알 수 없던 2025년을 꿋꿋하게 버텨냈다. 함께한 시간만큼 더 단단해진 베리베리가 5인조로 힘찬 컴백을 알렸다.
베리베리가 1일 발표한 새 앨범 ‘로스트 앤 파운드(Lost and Found)’는 2023년 5월 발매한 7번째 미니 앨범 ‘리미널리티 – 에피소드.드림(Liminality – EP.DREAM)’ 이후 2년 7개월 만에 발매하는 신보다. 그동안 분실했던 것을 되찾겠다는 뜻이 담긴 앨범명에서 ‘되찾음’에 대한 집착과 간절함을 드러난다. ‘RED (Beggin’)’와 ‘empty’, ‘솜사탕 (Blame us)’까지 총 3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은 동헌, 계현, 연호가 전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계현은 3일 “먼저 기다려준 팬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멤버들이 다시 모여 앨범을 내고 활동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고 컴백 소감을 밝혔다. 긴 공백기를 거쳐 탄생한 앨범이다. 그간의 성장과 노력이 새 앨범에 녹아있다.
리더 동헌에게는 더 특별한 컴백이다. 군복무와 2년 반의 팀 공백기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그는 “제대 후 첫 컴백이라 내가 엔터신에 잘 적응하고 헤쳐나갈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웃으며 “많은 것들이 멈춰 있던 시기가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보이즈2플래닛’을 통해 감각을 회복하고 어린 친구들 옆에서 멤버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회복했다”고 했다.
◆2년 반의 공백기는 끝…되찾은 제자리
‘한(恨)’이라는 키워드를 결정하는 데는 지난 2년여간 느낀 간절함이 큰 몫을 했다. 어디에도 표현할 수 없던 간절함과 열정이 한으로 풀이됐다. 연호는 “컴백 준비는 짧았지만, 한에 맺혀 있던 사람들이다. 이번 활동을 통해 못 다 푼 한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강민은 “데뷔 전부터 사랑받고 싶은 한은 계속 맺혀왔다. 지금 우리가 더 힘 있게 말할 수 있는 앨범, 더 뜻깊게 전할 수 있는 단어가 한이다”라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팬과의 만남 기회를 잃었고, 특히 연호는 공백기 동안 자신을 잃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강민이 잃은 건 욕심이었다. 그는 “데뷔 초에는 ‘정상을 향해가는 가수가 되자’라는 꿈이 있었는데, 연차가 쌓여가면서 ‘오래 활동하는 가수가 되자’로 바뀌었다”면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가면서 내가 정상을 원하던 가수였다는 걸 다시 떠올렸다. 그 욕심을 되찾아 만족스럽다. 이번 앨범으로 정상에 한 발 더 가까워지고 싶다”고 했다.
타이틀곡 ‘RED (Beggin’)’은 긴 기다림의 시간 동안 피어난 한(恨)이라는 감정을 노래한다. 그동안 잃어버린, 놓쳐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집착으로 재해석했다. 더 포 시즌스의 명곡 ‘Beggin’’을 인터폴레이션한 곡으로, 이전 세대와 숏폼 세대를 아우르는 공전의 히트곡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인터폴레이션이란 기존 곡의 일부를 인용해서 재해석하는 방식이다. 곡 전체를 편곡하는 방식과는 차별점이 있다. 영화 ‘스텝 업’을 통해 더욱 알려진 탄 이 곡은 간절히 바라고 간청하는 베리베리의 이번 앨범의 메시지와 맞닿는 곡이다. 용승은 “1960년부터 꾸준히 사랑받아 오면서 리메이크 버전도 많은 곡이다. 명곡을 다루는 것에 부담도 있었지만, 그 계보를 이어간다는 각오로 작업했다. 베리베리만의 색깔, 나아가 K-팝스러운 색을 가미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원곡의 힘을 알기에 변주해야만 했다. 베리베리는 “그 어떤 앨범보다 각자의 보컬색, 스타일을 잘 살린 앨범인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계현은 “베리베리만의 색은 우리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로 아픔을 견디고 간절히 바라며 꽃 피우겠다는 우리의 다짐, 청춘이 담긴 그 목소리를 주목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보이즈2플래닛’, 부활의 시작
2019년 1월 데뷔해 어느새 7년 차 보이그룹이 됐다. 변곡점이 된 건 최근 종영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2플래닛’이다. 공백기 중 멤버 동헌, 계현, 강민이 참가하며 글로벌 K-팝 팬들에게 다시 한 번 눈도장을 찍었다. 회사와 멤버들의 꾸준한 소통 끝에 2025년에는 꼭 앨범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보플2’ 출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결국 목표하던 바를 이뤘다.
현역 아이돌로서 ‘보플2’ 출연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결과에 따라 팀의 존폐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출연을 결심한 건 “무대에서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최종 데뷔조에 발탁된다면 베리베리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었다. 공백기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거치며 베리베리의 ‘끝’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연호는 “멤버들이 다 붙으면 우리는 뭘 해야 할까 생각도 해봤다. 붙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속으로는 돌아왔으면 싶기도 했다. 복잡한 감정이었다”고 털어놨다.
팀 활동을 두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최종회 생방송이 끝나자마자 새 앨범 준비에 착수했다. 군 복무 중인 두 멤버, 파이널 경연에 나선 강민을 두고 활동 인원, 안무 구성, 활동곡까지 변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동헌, 계현, 강민이 출연하고 연호와 용승은 유튜버로 변신해 팬과 소통하며 방송을 지켜봤다. 이 또한 팀을 더 알리기 위한 노력이었다. 용승은 “멤버들이 힘든 도전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 라이브를 하게 됐다. 베러(팬덤명)뿐 아니라 보플2 시청자분들도 라이브를 함께해주셨다”며 “그러다 보니 만담 유튜버로 우리를 좋아해 주는 분들도 생기더라. 유튜버 김용승이 무대에선 어떤 모습인지 보여드리는 게 이번 활동에 숙제”라고 웃으며 답했다.
막내 강민은 개인 평가에서 최종 9위를 기록하며 아쉽게 최종 데뷔조에서 탈락했다. 경연에서도 강한 승부욕을 보여줬던 강민은 “인기로 순위를 매기는 걸 보며 1등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 (탈락했을 땐) 분한 마음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하는 나를 보며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고 의미를 찾았다.
계헌은 무대에 대한 애정과 팬을 향한 마음을 더 크게 느낄 기회로 삼았다. 아직 데뷔의 기회를 갖지 못한 연습생 친구들과 생활하며 비주얼적인 고민도 안게 됐다. 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든 일정이었지만 팀의 멤버가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었다. 강민의 최종 탈락에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했고, 또 성장했다.
베리베리의 음악과 무대가 다시금 주목받았고, 팀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졌다. 새 앨범 발매에 앞서 서울과 홍콩, 도쿄에서 진행한 팬미팅은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드라마틱한 컴백을 준비할 수 있었다. 새 앨범을 내고 싶었던 이유, 무대에 서고 싶었던 이유가 더 분명해진 시간이었다. 멤버들은 “원래 베리베리의 팬이었든, 새롭게 우리를 알게 된 팬이든 앞으로 곡 작업을 할 때 우리의 뮤즈가 되어줄 존재들이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더라”고 회상하며 “팬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빛나는 응원봉을 보며 불빛이 다 꺼진 순간을 상상하게 됐다. 더 많은 빛이 커질지, 희미해질지. 그래서 이번 앨범이 더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간절히 바라던 베리베리의 2막이 시작됐다. “한 치 앞의 미래도 모르는 게 사실이다. 눈앞에 일을 최선을 다해서 잘 해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걱정과 설렘의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한 계현은 “음악방송 1위은 당연한 목표다.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싶다”고 바랐다. 재데뷔 목전에서 탈락한 강민에겐 더 특별한 팀 활동이다. 그는 “우리가 선배들을 보며 롤모델로 삼았던 것처럼 데뷔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우리가 힘이 되고 귀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대중이 바라는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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