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배우’ 이순재, 실명도 막지 못한 연기 열정 ‘시청자 울렸다’

2025년 5월, 병상에 누워있던 국민배우 고(故) 이순재의 생전 모습을 담은 방송이 시청자에게 울림을 안겼다.

 

28일 방송된 MBC 특별기획 추모 다큐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는 지난해부터 투병 생활을 해온 이순재의 마지막 모습을 최초 공개했다.

 

드라마 ‘이산’과 예능 ‘꽃보다 할배’로 인연을 맺은 배우 이서진이 다큐 내레이션을 맡았다.

 

올해 초 MBC는 이순재의 승낙을 받고 연기 인생을 정리하는 다큐 제작에 돌입했으나, 급격한 병세 악화로 다큐 제작을 중단했다. 지난 25일 영면에 든 지 3일 만에 추모 다큐로 시청자들을 찾게 됐다.

 

병원복을 입고 침대에 기댄 이순재는 '몸 건강해지면 하고 싶은 건 없냐'는 소속사 이승희 대표의 말에 "하고 싶은 건 작품밖에 없지"라고 답했다.

 

이에 이 대표가 "작품은 몸 회복하시고 천천히 준비하시면 될 것 같다. 마음 편하게 잡수고 계시라"고 말하자 이순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또 그는 올해 5월 대통령 선거 때는 '투표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등 병상에서도 일상에 대한 의지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연기대상을 받은 KBS드라마 '개소리' 촬영 당시 이순재가 이미 실명 직전의 상태였다는 사실도 이번 방송에서 처음 밝혀졌다.

 

이 대표는 "왼쪽 눈이 안 보이고, 오른쪽 눈도 100% 다 보이는 건 아니셨는데도 전과 똑같이 연기 훈련을 하시고, 더 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저나 매니저에게 큰 소리로 (대본을) 읽어달라며, 읽어주는 걸 외우겠다고 하셨던 말씀이 제일 가슴 아팠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순재는 지난 25일 새벽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TBC 전속 배우로 시작해 KBS와 MBC 등을 넘나들며 100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했다.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년)에선 가부장적인 ‘대발이 아버지’ 역을, 사극 ‘허준’(1999년)에선 따뜻한 스승 유의태 역할을 연기해 시청자에게 인상을 남겼다. 2000년대에는 MBC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다. 노년에도 ‘세일즈맨의 죽음’ ‘늙은 부부 이야기’ ‘장수상회’ ‘리어왕’ 등 연극에 출연하며 식지 않는 연기 열정을 보여줬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25일 이순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금관문화훈장은 문화훈장 가운데 최고 등급이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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