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국민배우 이순재…마지막 길, 후배들 눈물 속 떠났다

사진 =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원로 배우 고(故) 이순재의 영결식. 공동취재단

‘국민 배우’ 故 이순재가 70년 연기 여정을 마무리하고 영면에 들었다.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영결식과 발인이 엄수되며, 후배 배우들은 마지막 길을 지켜보며 깊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영결식 진행은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고인과 사위·장인 사이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정보석이 사회 및 약력 보고를 맡았다. 추도사는 배우 김영철과 하지원이 낭독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 장관을 비롯해 최수종, 유동근, 정준호, 정태우, 정동환, 박상원, 유태웅, 이원종, 원기준, 이무생 등 수많은 배우와 방송인 정준하, 장성규, 그리고 고인의 제자인 가천대학교 연기예술학교 학생들까지 자리해 고인을 기렸다.

 

정보석은 고인을 떠올리며 “선생님의 한 걸음 한 걸음이 후배들이 따라갈 수 있는 큰 역사였고, 선생님은 그 앞에서 후배들이 마음놓고 연기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셨다. 대한민국 방송영상예술에 있어 너무나 큰 족적을 남기신 유일무이 국민배우가 아닐까 싶다”고 애도했다.

사진 =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원로 배우 고(故) 이순재의 영결식. 공동취재단

하지원은 고인의 팬클럽 회장임을 자처하며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순재 선생님. 오늘 이 자리에서 선생님의 보내드려야 한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지금도 어디선가 선생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 올 것만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더킹 투 하츠’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고, 연기와 인생에 대해 나눴던 대화들이 깊이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특히 하지원은 고인에게 연기 고민을 털어놓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선생님. 연기는 왜 할수록 어려운가요?'라고 조심스럽게 여쭤본 적이 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특유의 담담한 목소리로 ‘인마. 지금 나도 어렵다’고 하셨다”고 밝히며 눈물을 삼켰다.

 

이어 “여전히 연기가 어렵다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함과 겸손함이 저에게는 그 어떤 말보다 큰 위로이자 평생의 가르침이 됐다”고 고인을 기렸다.

 

김영철은 추도사에서 “어떤 하루를 없던 날로 할 수 있다면, 그날 그 새벽을 잘라내고 싶다. 오늘 이 아침도 지우고 싶다”며 깊은 비통함을 드러냈다.

 

또 “거짓말이었으면,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나.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다들 수고했다. 오늘 정말 좋았다’고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현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고인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선생님은 우리에게 연기의 길을 보여주셨고,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신 분이다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는 게 결코 만만치가 않다. 항상 겸손하고, 늘 진심으로 살아야 한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의 울림을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생님”, “저와 많은 후배들은 선생님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 감사했고, 존경한다. 그리고 정말 많이 그리울 거다. 영원히 잊지 않을 거고, 영원히 잊지 못할 거다”라며 고인을 배웅했다.

 

영결식에서는 고인의 지난 활동이 담긴 약 7분간의 영상이 상영됐고, 마지막 헌화를 통해 후배 배우들은 고인과 작별했다. 이후 바로 발인이 진행됐으며 정준하, 하지원, 정일우 등은 눈물을 숨기지 못했다.

 

이순재는 25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91세.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뒤 140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하며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약했다. 지난해 건강 문제로 활동을 잠시 멈췄고, 회복을 이어오던 중 안타깝게 영면했다.

 

그는 KBS 드라마 ‘개소리’로 ‘2024 KBS 연기대상’에서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당시 남겼던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다”, “시청자 여러분, 평생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라는 발언은 생전 마지막 공식 인사가 됐다.



한주연 온라인 기자 ded0604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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