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박지수 원맨팀’이라는 케케묵은 공식을 벗어던진다.
여자프로농구(WKBL) KB가 2025∼2026시즌 초반부터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보여주고 있다. 6개 구단 중 유일한 개막 2연승을 질주했다. 유럽 무대 활약 뒤 1년 만에 복귀한 ‘국보센터’ 박지수를 향해 시선이 쏠린다. 한층 성숙해진 에이스는 자신뿐만 아니라, 팀 전체가 빛날 수 있는 농구를 꿈꾼다.
박지수는 WKBL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4차례 수상한 이다. 올 시즌 역시 MVP 유력 후보로 꼽힌다. 다만 불운의 부상으로 재활에 매진했고, 개막 전초전인 박신자컵 출전을 놓쳤다. 몸 상태나 체력, 팀원들과 호흡은 현시점 100%가 아니라는 게 선수 본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평균 27분15초 동안 15점 8.5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작성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튀르키예 리그에서 활약하던 지난 시즌에도 KB의 경기는 빠짐없이 챙겨봤다는 후문이다. 박지수는 달라진 팀의 모습에 확신을 느꼈다. 당시 언더독으로 평가받았던 KB는 예상을 깨고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바 있다. 에이스 박지수의 공백을 딛고 일궈낸 반란이었다.
팀에 돌아오자마자 김완수 KB 감독과 역할을 두고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스며드는 복귀’라고 정의한다. 과거처럼 모든 것이 박지수를 중심으로 시작되는 구조가 아닌, 예년보다 성장한 동료 선수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방향이다.
박지수는 “나 없이도 충분히 매력 있는 농구를 하더라. 지난 PO도 그렇고, 박신자컵을 보면서 ‘우리 팀 선수들이 정말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다”며 “내가 그 안에 녹아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중압감도 덩달아 커졌다. 골밑 존재감을 유지하는 건 기본이고, 추가적인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박지수는 “항상 내 위주, 포스트 위주 플레이로만 움직였다. 이제는 외곽 움직임부터 스크린, 스페이싱까지 넓게 보려고 노력 중이다. 처음엔 ‘어디로 가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많이 헤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다. 결국 내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미소 지었다.
흐름을 만들어주는 연결점 역할도 거뜬하다. 지난 22일 홈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BNK전이 대표적이다. ‘에이스 그래비티’로 포스트존에서 수비를 끌어모은 뒤 외곽으로 차분하게 공을 빼주는 장면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이에 허예은을 필두로 이채은, 사카이 사라, 양지수 등의 3점슛 성공으로 이어졌다.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건 동료들에 대한 믿음 덕분이다. 박지수가 지난 10일 개막 미디어데이서 5개 구단을 향해 “막아봐, 어디” 선전포고를 날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전히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선수들이 가진 역량은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더욱 막기 어려운 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첫 경기 때는 ‘봤지?’였다면, 지금은 ‘누가? 어떻게 막을 거야’라는 느낌”이라고 힘줘 말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