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이슈] 영화의 힘은 살아있다…‘영화 명가’ CJ ENM, 청룡 석권의 의미

배우 박희순, 손예진, 이병헌, 박찬욱 감독, 배우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왼쪽부터)이 1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가 갑작스러운 해고 이후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 전쟁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이 출연한다.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2025년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의 최대 수혜자는 CJ ENM이었다. CJ ENM이 배급한 ‘어쩔수가없다’, ‘하얼빈’, ‘악마가 이사왔다’ 3편이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총 10개 부문에서 12관왕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한 배급사가 3편의 작품으로 이처럼 광범위한 수상 기록을 세운 것은 최근 청룡영화상 역사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성과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시기적 배경에 있다. 한국 영화계는 코로나19 이후 관객 동원력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극장가 침체, 제작비 상승, OTT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한국영화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CJ ENM은 장르와 스케일, 완성도를 고루 갖춘 다양한 작품들로 관객의 선택지를 넓히며 한국영화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편 동시 석권, 최다 수상의 영예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CJ ENM 배급작들이 거둔 성과는 눈부셨다. 최다 수상작인 ‘어쩔수가없다’는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박찬욱), 여우주연상(손예진), 남우조연상(이성민), 인기스타상(현빈·손예진), 음악상, 기술상 등 7개 상을 휩쓸었다.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2025년 한국영화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얼빈’은 남우주연상(현빈)과 촬영조명상(홍경표·박정우)을 수상하며 연기와 기술 분야에서 탁월함을 입증했다. 역사적 소재를 다룬 대작 블록버스터로서 한국영화의 제작 역량을 보여준 작품이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신인남우상(안보현)과 인기스타상(윤아)을 거머쥐며 장르영화의 완성도와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미드스케일 상업영화가 신인 배우의 성장 플랫폼 역할까지 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청룡관객상 TOP5 중 2편, 대중성까지 증명

 

특히 주목할 만한 성과는 청룡관객상 부문이다. 실제 극장 관객의 선택이 반영되는 청룡관객상 역대 TOP5에 ‘어쩔수가없다’와 ‘하얼빈’ 2편이 포함됐다. 이는 CJ ENM 배급작들이 평단의 인정만 받은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실제로 극장을 찾아 선택한 작품들이었음을 입증한다.

 

예술성 높은 작품이라도 관객 동원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CJ ENM은 완성도 높은 제작 역량과 대중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수상은 했지만 관객이 외면한 영화'가 아니라, 평단과 관객 모두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시장 건강성 지켜

 

CJ ENM의 이번 성과는 단순히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위축된 시장 상황에서 빛을 발한 것은 전략적 포트폴리오 구축이었다. 올해 CJ ENM이 배급한 영화들은 장르와 스케일이 뚜렷하게 달랐다.

 

‘어쩔수가없다’는 예술영화이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작품이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과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 등 국제적 성과를 거두며 한국영화의 해외 시장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얼빈’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품격을 입증했다. 역사물과 액션의 결합, 수준 높은 촬영과 조명으로 대작 제작의 성공 사례를 제시했다. 한국 영화계가 고예산 대작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미드스케일 장르영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한국 극장가가 대작과 저예산 영화로 양극화되면서 중간 규모 영화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 작품은 흥행성과 배우 성장성을 모두 확보하며 중간급 영화의 생존 가능성을 증명했다.

 

◆투자·배급사의 역할, 한국영화 미래 설계

 

영화 산업에서 투자·배급사는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장르를 선택하고, 어떤 감독·배우와 협업하며, 시장에 어떤 작품을 선보일 것인가. 이 모든 선택이 한국영화의 미래를 좌우한다.

 

CJ ENM은 장르 다양성, 글로벌 확장성, 신인 배우 발굴, 상업성과 예술성의 균형을 중심으로 꾸준한 투자와 배급을 이어왔다. 이번 청룡영화상 수상은 한 해의 성과가 아니라, 지난 수년간 쌓아온 콘텐츠 전략의 결실이다.

 

극장가가 어려울수록 콘텐츠의 힘이 더욱 중요해진다. 관객은 여전히 좋은 영화 앞에서는 극장을 찾는다. CJ ENM의 이번 성과는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다양성을 지키고, 완성도를 높이며, 관객과의 신뢰를 쌓아가는 것. 그것이 위기의 시장을 돌파하는 길임을 CJ ENM이 보여준 셈이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