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보는 눈’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배우 이유미가 다시 한 번 글로벌 시청자의 마음을 훔쳤다.
당신이 죽였다는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희수와 은수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공개 2주차에 더 큰 사랑을 얻으며 국내외에서 인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르며 780만 시청수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다.
그간 넷플릭스 Mr. 플랑크톤, 오징어 게임 시즌1, 지금 우리 학교는,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 등 개성 있는 캐릭터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보여준 이유미다. 이번에도 쉽지 않은 길을 택했다. 한때 촉망받는 동화작가였지만 남편의 폭력 속에서 지옥 같은 시간을 견디는 인물 조희수 역을 맡아 깊은 감정 연기를 펼친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희수와 은수가 서사 안에서 중심이 돼서 선택하고 결정하고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런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다루지만 희수를 구원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내가 연기해서 이 친구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 희수 캐릭터는 표현하기 쉽지 않다. 가정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깊이 들어가는 인물인 데다 가해자인 남편을 살해하는 모습까지 담긴다. 이유미는 “조심스러웠다. 실제 가정폭력 피해자도 많으시고, 경험하지 않은 것을 감히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 그런데 이정림 감독님이 폴레트 켈리의 나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라는 시가 담긴 손편지를 주셨다. 13년간 가정폭력을 당한 폴레트 켈리가 자기 경험을 쓴 내용인데, 그 시를 보면서 희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 편지로 설득되고 위로가 되었다”고 전했다.
2회에는 희수가 남편에게 학대당하는 장면이 담겼다. 폭행·폭언·감시·협박 등 극 중 희수의 대사처럼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관계”다. 이를 위해 평소 41kg인 몸무게를 36kg까지 감량했다. 화면 속 생기를 잃은 얼굴, 상처 난 몸만 봐도 처절했던 희수의 결혼 생활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도 당신이 죽였다는 연출과 연기적으로 쉬운 길을 포기한다. 자극적으로 표현될 만한 장면도 최대한 담백하게 담으려 노력했다. “미팅했을 때부터 감독님께 이야기를 드렸다. ‘상처가 있는 분들이 이 작품을 보고 다시 생각나서 슬퍼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고. 감독님 생각도 같았다”라는 이유미는 “매번 촬영할 때마다 자극적으로, 피해자만 보이는 장면이 아닐 수 있게 노력했다”라고 설명한다.
작품의 핵심 키워드를 구원으로 정의했다고 덧붙인다. “희수가 후반에 많은 선택과 고민을 하는데 마지막에 완벽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저 스스로 느끼고 싶었다. 또 이 작품을 보시는 분들에게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희수라는 캐릭터를 표현했다”고 한다.
당신이 죽였다라는 제목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가정폭력 남편을 당신이 죽였다는 의미가 아니다. 힘들었던 과거, 트라우마, 침묵하는 당신, 방관하는 사회 등 다양한 의미로 풀이되며 N차 관람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이에 대해서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제목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게 됐다. ‘네 주변은 어때? 너는 저 사람들을 안 죽였다고 할 수 있어?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있어?’ 등 이런 여러 생각이 들더라. 제목 속 당신이 내가 아닐까라는 의문으로 귀결됐다”며 “나온 결과물을 보니 제 상상 이상으로 더 많은 내용이 함축되어 있더라. 모든 걸 아우르는 제목이구나 생각이 들었다”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벌써 데뷔 17년 차다. 이유미는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옛날에는 ‘내가 뭐라고’였다면 지금은 ‘좀 더 멋지고 착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것들이 바뀌었다. 좀 더 정직하게 살고 싶고,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하나하나 생긴다”며 “연기라는 꿈을 바라보고 걷는 것만큼은 꾸준히 쉬지 않고, 마라톤 하는 것처럼 잘 걸어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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