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과제’ 박찬호 잃은 호랑이 군단의 스토브리그… SS 공백 메우기&집토끼 사수에 사활

심재학 KIA 단장.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호랑이들의 겨울, 유독 춥다.

 

지난 18일에 들려온 자유계약(FA) 1호 이적 뉴스, 박찬호의 두산행은 원소속팀 KIA에 뼈아픈 소식이었다. 협상에 뚜렷한 잡음이 있던 건 아니다. ‘쩐의 전쟁’에서 밀렸다. KIA는 지난해 FA 시장에서 유격수 역대 공동 2위 몸값을 기록했던 심우준(한화·4년 50억원)을 기준 삼아 이를 웃도는 금액을 불렀다. 하지만 김재호 이후 주전 유격수를 찾지 못한 두산이 4년 80억원(계약금 50억원·연봉 28억원·인센티브 2억원)의 거액으로 보여준 간절함을 넘어설 수 없었다. 최대어는 그렇게 12년 만에 호랑이 품을 떠났다.

 

고민에 휩싸인다. 박찬호는 KIA가 2014년 KBO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전체 50순위로 지명해 오랜 시간 경험치를 먹이며 키워온 자원이다. 군 복무를 마친 2019년에 알을 깼고, 공수 모두 스텝업을 일군 끝에 지난해 골든글러브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올해도 타율 0.287(516타수 148안타) 27도루, 수비이닝 1114⅓이닝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이범호 KIA 감독은 이제 그 큼지막한 구멍을 메워야 하는 어려운 미션을 마주했다.

두산으로 이적한 박찬호. 사진=두산베어스 제공
KIA 김도영.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첫 번째 해결책으로는 ‘슈퍼스타’ 김도영의 포지션 변환이 거론된다. 2022시즌 데뷔 이후 꾸준히 3루수를 맡아온 김도영이지만, 고등학교 시절 주포지션은 유격수였다. 입단과 함께 박찬호와의 교통정리가 한동안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KIA는 장고 끝에 ‘SS 박찬호-3B 김도영’ 체제로 2024시즌 통합우승에 닿는 등 재미를 봤지만, 박찬호 이적으로 다시 ‘SS 김도영’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됐다. 김도영의 프로 데뷔 이후 유격수 소화이닝은 191⅔이닝으로 3루수(2414⅓이닝)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는 배경이다.

 

또 다른 얼굴을 육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해 백업으로 활약한 김규성, 박민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가능성은 미지수다. 김규성은 어느새 프로 7번째 시즌을 앞뒀지만, 확실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올해 133경기를 뛰긴 했지만, 핵심 멤버와는 거리가 멀었다. 박민도 내년이 6번째 시즌이다. 수비력은 준수하나, 빈약한 방망이가 문제다.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합류한 2006년생 유망주 정현창도 있지만, 아직 주전을 맡기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범호 KIA 감독(왼쪽)과 심재학 단장.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KIA의 겨울이 여러모로 쉽지 않다. 심지어 스토브리그는 현재진행형이다. 최대어는 떠났지만, 남은 집토끼가 조상우·이준영·양현종·최형우·한승택까지 5명에 이른다. 주전 유격수를 잃은 마당에 전력 출혈이 추가된다면, KIA의 2026시즌 플랜에는 뚜렷한 비상등이 켜질 수밖에 없다.

 

특히 양현종과 최형우, 베테랑들과의 계약이 우선과제다. 둘 다 백전노장이지만 여전히 KIA의 투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자가 띄고 있는 팀에서의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양현종은 그렇게 뚫기 힘들다는 타이거즈 영구결번의 유력한 후보다. 둘 중 누구든 만에 하나 놓친다면, 파급력은 박찬호 이적 그 이상이라는 의미다. 어느 때보다 현명한 ‘겨울나기’가 필요해진 KIA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