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박지우(강원도청)가 억울하게 금메달을 놓쳤다.
문제의 장면은 17일 발생했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2025~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매스스타트가 진행됐다. 심판진은 두 바퀴가 남은 시점서 종소리를 울렸다. 원래대로라면 마지막 바퀴를 앞두고 쳐야 하지만, 회전수를 착각한 듯하다. 선두 그룹을 달리던 선수들은 마지막 바퀴로 인지하고 스퍼트를 올렸다. 한 바퀴를 덜 돈 상태였지만 결승선을 통과한 뒤 세리머니를 펼쳤다.
모두가 헷갈린 것은 아니다. 거리를 두고 뒤따르던 나머지 선수들은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한국의 박지우와 임리원(의정부여고)도 마찬가지. 침착하게 16바퀴를 다 돌았다. 특히 박지우의 경우 16바퀴 기준 가장 먼저 레이스를 마쳤다. 기존 규칙에 따르면 금메달의 주인공은 박지우가 돼야 한다. 하지만 심판의 판단의 달랐다. 한참 동안 모여 상의한 끝에 15바퀴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기로 했다. 종을 친 시점을 인정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매스스타트는 여러 명의 선수가 경쟁하는 종목으로, 총 16바퀴를 돌아야 한다. 4바퀴, 8바퀴, 12바퀴, 1~3위로 통과하는 선수들에게 각각 스프린트 포인트 3, 2, 1점을 차례로 부여한다. 결승전에선 1위 60점, 2위 40점, 3위 20점, 4위 10점, 5위 6점, 6위 3점을 줘 최종 순위를 가린다. 어떤 전략을 가지고 레이스를 펼치느냐가 중요하다. 초반부터 치고 나가 포인트를 획득할 수도 있지만, 체력을 안배하다 마지막 바퀴에서 스퍼트를 올리는 경우도 많다.
심판진의 황당한 실수로 모든 것이 엉켰다. 받아들이기 힘든 순위표가 완성됐다. 미국의 미아 망가넬로가 금메달을 차지한 가운데 캐나다의 밸러리 말타이스가 은메달, 네덜란드의 벤테 케르크호프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상적으로 경기를 마친 박지우와 임리원은 각각 10위, 15위로 밀려났다. 심지어 이번 월드컵 시리즈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다. 만약 금메달을 따 60점을 획득했다면 출전권을 조기 확보할 수 있었다.
문제제기가 필요한 상황. 대한빙상연맹은 ISU 쪽에 공식적으로 항의 공문을 보냈다. 당초 현장에서도 지도자들이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과거 사례를 봤을 때 판정이 뒤집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지우는 빼앗긴 금메달을 찾을 수 있을까. 권위 있는 국제대회서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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