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안방에서 중국 기사들의 왕좌 등극을 지켜봐야 한다.
올해로 개최 30회를 맞은 ‘별들의 제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가 대망의 결승을 끝으로 작별을 고한다. 딩하오 9단과 랴오위안허 9단(이상 중국)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16일부터 3번기 대국 열전에 들어갔다. 우승자는 메이저 세계기전 타이틀과 함께 우승상금 3억원을 챙긴다.
특별한 30주년을 맞아 제주도에서 펼쳐지고 있는 대회, 그러나 그 끝에서 한국 기사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한국을 대표하는 월드클래스 기사들이 대거 출전해 우승 영광을 정조준했지만, 끝내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강력한 우승후보 신진서 9단의 조기 탈락이 엇박자의 시작이었다. 신진서는 지난 11일 대회 16강전에서 상대전적 6승1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여오던 랴오위안허에게 244수 만에 불계패했다. 삼성화재배 첫 출전이었던 2016년 이후 9년 만에 최저 성적을 제출하며 무너졌다.
대이변으로 신진서를 꺾은 랴오위안허가 결승까지 파죽지세로 밀고 나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진서의 탈락이 더욱 안타까워진다. 게다가 신진서는 이 패배로 많은 미션을 놓쳤다. 메이저 세계기전 ‘V10’, 통산 누적 상금 100억원 돌파(현 98억2000만원)가 모두 무산됐다.
국내 최고 기사가 무너진 한국은 8강 대진부터 분위기가 어두웠다. 30대의 관록을 내세운 박정환, 강동윤, 김지석 9단이 남았지만, 수적으로 중국(5명)에 밀리면서 우승을 놓칠 수 있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설상가상 8강에서 한국 내전이 펼쳐졌고, 여기서 김지석에게 밀린 강동윤이 먼저 짐을 쌌다. 이어 ‘한국 랭킹 2위’ 박정환이 4강에서 랴오위안허를 넘지 못했고, 김지석마저 준결승에서 중국 최강자 딩하오에게 완패했다. 박정환과 김지석 모두 이 대회 우승자 출신이었지만, 젊음을 내세운 중국에 밀리고 말았다.
한국의 대회 최다 우승국(14회) 타이틀 유지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결승에 성사된 내전으로 인해 중국도 어느새 14번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기 때문. 한국은 대회 초기 이창호, 유창혁, 조훈현, 조치훈, 이세돌 등 전설적인 기사들이 돌아가며 대회 우승을 휩쓸었지만, 2010년대부터 중국의 위협이 시작됐다. 쿵제, 구리 9단을 시작으로 탕웨이싱, 구쯔하오, 커제 9단이 바통을 받아 무섭게 승수를 추가한 끝에 기어코 균형을 허용하게 됐다.
현재진행형인 딩하오의 선전도 한국에는 뼈아팠다. 중국 기사 랭킹 1위에 빛나는 딩하오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셰얼하오, 당이페이 9단(이상 중국)을 꺾고 이미 2연패를 빚었다. 이번 결승에서 랴오위안허를 꺾는다면 자신의 메이저 세계대회 4번째 우승과 함께 ‘리빙 레전드’ 이창호(1997~1999년 우승)를 잇는 삼성화재배 역대 2번째 3연패 대기록을 기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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