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오세훈 ‘종묘 앞 고층건물’ 공방…“일방 처리 안돼”·“공개 토론 하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종로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찾아 최근 서울시의 세운상가 재개발 계획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고 대책을 점검하고 있다. 이날 종묘 방문에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유홍준 국립박물관장 등이 함께 했다. 사진=뉴시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김민석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면 충돌했다. 


김 총리는 10일 오전 허민 국가유산청장,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과 함께 서울 종로구의 종묘 정전과 영녕전 등 현장 점검에 나섰다. 김 총리는 정전 앞에서 종묘 역사에 관한 설명을 들은 후 “최근 종묘가 계속 논란이 돼서 굉장히 안타깝다”며 “직접 와서 보니 종묘가 얼마나 특별한 곳인지 더 깊이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서울시에서 얘기한대로 종묘 코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면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르게 하는 결과가 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종묘는) 대한민국 국민을 넘어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 종묘 인근을 우리가 꼭 개발을 하더라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국민적인 토론을 거쳐야 하는 문제”라며 “서울시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한 시기에 시정이 그렇게 마구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냐 경제냐의 문제도 아니고, 문화와 K-관광이 부흥하는 시점에서 문화와 경제의 미래 모두를 망칠 수도 있는 결정을 지금 하면 안 된다는 관점에서 정부가 아주 깊은 책임감을 갖고 이 문제에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정부는 이 문제를 일방 진행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방책도 마련하고 더 근본적으로는 이 문제가 국민적 관심과 공론 토론 속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장을 열겠다”며 “서울시가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 경제적 미래, 국민적 공론을 깊이 생각해 일방 처리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 발상은 세계유산특별법이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고 K-관광 부흥에 역행해 국익적 관점에서도 근시안적인 단견이 될 수 있다”며 “최근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들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문제를 적절히 다룰 법과 제도 보완 착수를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김 총리가 종묘 현장을 점검하러 간다는 소식에 즉시 반격했다. 오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중앙정부가 나서 일방적으로 서울시를 매도해 유감”이라며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국무총리와 공개 토론을 하자”고 말했다. 


오 시장은 “가신 김에 종묘만 보고 올 게 아니라 세운상가 일대를 모두 둘러보시기를 권한다”며 “수도 서울의 중심이라 할 종로가 현재 어떤 모습인지, 이대로 방치하는 것이 과연 종묘를 위한 일인지 냉정한 눈으로 봐주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60년 가까이 판잣집 지붕으로 덮여 폐허처럼 방치된 세운상가 일대는 더는 외면할 수 없는 도시의 흉물”이라며 “남산부터 종묘까지 이어지는 녹지 축이 생기면 세운상가가 종묘를 가로막을 일이 없고, 오히려 종묘의 생태·문화적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층빌딩 숲이 종묘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에 대해 “왜곡된 정치 프레임”이라며 “녹지축 양 옆으로 종묘에서 멀어질수록 아주 낮은 건물부터 높은 건물까지 단계적으로 조성해 종묘와 멋지게 어우러지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탄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이에 따라 종로변 건물 최고 높이는 기존 55m에서 101m로, 청계천변은 71.9m에서 145m로 높아진다. 대법원은 지난 6일 문체부 장관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하면서 종묘 인근 고도 규제 완화는 사실상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됐다. 서울시의회가 2023년 문화유산 보존 지역(반경 100m) 밖에 있는 건물도 유산청과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한 것이 적법하다는 결정이다. 서울시 조례는 정당하지만 이와 별개로 현행법으로 문화유산 보호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미 국가유산청장에게 문화유산의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해 건설 시행사에게 필요한 조치를 할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법정 다툼이 끝나고도 정부와 서울시는 나란히 장외 설전을 펼치며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서로 날선 공방을 주고받는 만큼 양측의 입창차는 첨예해 재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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