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과할 수도 있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한다는 건 어느 배우도 어려워하는 일이다. 과장된 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도 부담스럽거나 불편하지 않게 관객에게 다가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선화는 그 어려운 균형을 정확히 잡아내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자연스럽고 절제된 연기로 균형을 맞추면서 과하지 않게 그려내면서 사랑스러움까지 더한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퍼스트 라이드’는 끝을 보는 놈 태정(강하늘), 해맑은 놈 도진(김영광), 잘생긴 놈 연민(차은우), 눈 뜨고 자는 놈 금복(강영석), 사랑스러운 놈 옥심(한선화)이라는 5명의 인물이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내용의 코미디물이다. 개봉 직후 7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극장가 흥행몰이 중이다.
개봉 후 인터뷰를 진행한 한선화는 “너무 기쁘다. 계속 1위를 달리고 싶고 많은 분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실 수 있도록 남은 무대 인사 일정을 열심히 돌아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5명의 인물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게 주요 내용인 만큼 태국 로케이션 촬영도 한 달간 이어졌다.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처음인 한선화는 “정말 행복했다. 해외 로케이션은 처음이라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촬영을 갔다”고 떠올렸다. 그는 “기온이 가장 뜨거웠던 5∼6월에 촬영을 갔는데 비도 많이 왔다. 비가 오다가 갑자기 쨍쨍해지기도 하고 날씨 때문에 힘들었지만 촬영 현장은 행복했다. 피곤하기도 헀지만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서 많이 웃으면서 즐겁게 촬영했다”고 미소 지었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읽자마자 빠져들었던 대본 덕분이었다. 한선화는 “대본이 재밌었다. 대본을 보면 머릿속에서 저절로 상상이 됐다. 앉은 자리에서 웃으면서 대본을 세 번은 읽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또 “강하늘 선배님과는 영화 ‘파일럿’ 때도 잠깐이지만 호흡을 맞춘 적이 있었다. 출연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반가웠고 열린 마음으로 대본을 접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가 연기한 옥심은 무리 중 유일한 여성 멤버로 주인공 태정(강하늘)을 20년 넘게 짝사랑하며 여행 내내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한다. 코미디 극에서 남자 주인공에게 과감하고 집요한 사랑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과하게 느껴질 여지가 있지만 한선화는 과하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절묘한 온도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실제로는 그 정도로 무모하지 않다”고 웃은 그는 “영화고 옥심이니까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따라하시면 안 된다. 그래도 마음만큼은 옥심이처럼 항상 불타는 열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옥심이가 말을 그냥 하는 것 같지만 어쨌든 선견지명이다. 그래서 저 또한 캐릭터에 공감했고 마음을 먹으면 쟁취하고자 하는 열정이 예뻐 보였다”고 덧붙였다.
극중 옥심이가 5수를 했다는 것을 언급한 한선화는 “사실 5수한 것도 대단한 것 아닌가. 웬만한 의지 없이는 못 하는 일”이라며 “되든 안 되든 일단 해보고자 하는 끈기를 저도 이 직업을 하면서 많이 느낀다”고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언급했다. 아울러 “대본에 옥심이라는 인물이 잘 표현이 돼 있어서 대본만큼만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거기서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걸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주로 호흡을 맞춘 주연 강하늘에게는 남다른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왜 미담 제조기인지 알 수 있을 만큼 현장에서의 에티튜드가 너무 멋있었다”며 “정말 고마운 현장이었다. 미담이 넘치는 강하늘 선배님과 현장에서 같이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었고 많이 배웠다. 정말 멋있고 똑똑한 배우라는 걸 느꼈다. 나중에 혹시나 또 기회가 된다면 작은 역할이더라도 강하늘 선배님이 있는 현장에서 또 한 번 연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하늘을 비롯한 김영광·강영석에게도 “또래들과 연기한 적이 사실 많이 없다. 주로 선배님들과 호흡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에 또래의 선배님들과 연기해 보니 정말 배울 점이 많았던 선배이자 동료였어서 현장에서도 많이 의지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했다.
앞서 강하늘 또한 한선화를 향해 “배우가 아닌 가수의 길을 걷다가 오지 않았나. 그 길에 대한 자부심이나 자아가 있을 텐데 그런 것 없이 연기에 온전히 올인해 주는 게 멋있고 존경스러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다가 연기로 전향하는 과정은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지만 “특별히 (고난을) 극복하겠다는 마음이 앞섰다기보다는 그저 제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이어 “그저 저를 찾아주는 곳이 있고 연기할 수 있음에 정말 감사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까 퍼스트 라이드라는 작품을 만난 것처럼 이전 작품들도 그렇게 지내온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만나게 된 것 아닌가”며 “힘든 순간도 있었고 바라던 역할이었는데 오디션이 떨어지거나 캐스팅이 안 됐을 때도 있었겠지만 ‘이건 내 것이 아니니까 건너갔나 보다’하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저한테 기회가 오면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 마음으로 낳은 자식처럼 열심히 하다 보니까 그 다음 작품이 있었고 오늘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만큼 최선을 다한 이번 작품에서의 만족도는 어땠을까. 한선화는 “옥심이 사랑스럽지 않나. 정말 귀엽더라. 그래서 만족한다”고 웃으며 답했다. 특히 옥심이 공항에서 태정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두고 “옥심이라는 인물이 그 장면을 위해서 달려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라며 “옥심이는 개구쟁이나 푼수같이 보일지언정 속이 깊은 인물이다. 옥심이의 진심이 담긴 장면인 만큼 더 길었으면 좋았을 정도로 제가 사랑하는 장면”이라고 밝혔다.
극 초반 태정은 해외여행을 가자는 제안에도 바쁜 근무를 이유로 대며 “다음에 가자”라는 말을 반복한다. 한선화는 “무대 인사할 때 가장 뿌듯했던 지점이 젊은 분들도 많이 보러 와주셨지만 어머님, 아버님들도 와주셨다는 것이다. 그게 가장 감사했다. 누구에게나 학창시절은 있고 아니더라도 친구나 동료 등 지나가거나 놓친 인연이 있을 텐데 그때 표현하지 못해 아쉬웠던 마음이 떠오를 수 있는 영화일 것”이라며 “영화가 재밌고 즐겁기도 하지만 각자 느끼는 지점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녀노소 다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퍼스트 라이드’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냐는 물음에 그는 “영화도 좋지만 배우로서 현장에서 연기한 모든 순간, 그리고 좋은 동료들을 만났던 게 정말 감사한 순간들이었어서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것 또한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답하며 작품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