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의 에너지가 고척돔을 뒤덮었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평가전 2연승과 함께 쾌속순항을 알렸다. 태극마크를 단 외야수 문현빈과 정우주 역시 승전고의 주역으로 나란히 우뚝 섰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서 열린 ‘2025 네이버 K-베이스볼 시리즈’ 2차전에서 체코를 11-1로 완파했다. 전날 8일엔 같은 곳에서 3-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번 평가전은 내년 3월 예정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물오른 기세로 차주엔 일본 도쿄돔 원정에 나선다. 대표팀은 오는 15, 16일 일본 대표팀과의 평가전 두 차례를 치른다.
2025시즌 한화의 약진을 이끈 두 얼굴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체코와의 2차전에서 빼어난 활약을 수놓았다. 문현빈은 공수 양면에서 번뜩였다. 6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가운데 경기 후반엔 중견수 수비까지 책임졌을 정도다. 방망이로는 출루를 4차례나 빚어냈다. 5타수 3안타 1볼넷 3타점 1도루를 마크했다.
답답한 흐름을 타개하는 데 기여했다. 4회 3점 차(4-1)로 마주한 2사 만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친 게 대표적이다. 이어 9회 초 2사 2루에서도 쐐기 적시타로 대표팀의 이날 11점째를 완성했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문현빈은 “체코와 마지막 경기에서 다치지 않고 승리해서 너무 좋다”고 했다.
국제전은 낯선 상대와의 맞대결의 연속이다. 이를 두고 “다음에는 구질과 성향을 더 파악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대표팀 합류 후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비의 명수’ 박해민(LG)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도 짧은 기간 큰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문현빈은 “수비에서 첫 발을 뗄 때 확실히 타이밍상 편해졌다”고 설명했다.
독수리 신인 정우주도 이날 대표팀의 승리를 거들었다. 5회 2사 만루 위기서 구원 등판, 1⅓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3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총 20구 중 직구는 14차례 던졌고, 최고 시속 153㎞(평균 151㎞)까지 나왔다. 경기 후에도 웃음꽃을 피웠다. 정우주는 “좋은 분위기로 일본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프로 무대 첫 시즌을 치른 뒤 곧장 WBC 규정까지 연습 중이다. 평가전에선 공인구가 바뀌었고, 피치 클락도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맞춘다. KBO리그의 경우 주자 없을 때 20초, 주자 있을 때 25초의 시간을 뒀다. MLB는 주자 있을 때 15초, 주자 있을 때 18초로 비교적 짧다.
어색할 수도 있을 법한데, 개의치 않는다. 정우주는 “투구 템포를 빨리 가져가려 했는데, 오히려 리듬도 빨리 찾을 수 있었다. 공인구는 조금 미끄러워서 로진을 많이 활용했다”고 전했다.
정우주에게 있어 성인 국가대표팀서 첫 등판이었다. 체코 타선을 두곤 “파워가 좋아 실투를 허용하지 않으려고 더 집중했다. 상대 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만의 야구를 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호투의 비결을 묻자, 쑥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 “주어진 기회를 빨리 잡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다”고 겸손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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