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주고 산 ‘똥 꿈’ 2억2000만원으로 돌아왔다… 박상현, 극적인 버디로 시즌 2승 [제주 비하인드]

박상현이 2025시즌 최종전에서 통산 14승을 완성했다. 박상현이 9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PGA 투어챔피언십 in JEJU’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물세례 세리머니를 받고 있다. KPGA 제공
박상현이 20년 만에 40대 선수 한 시즌 다승(2승 이상) 기록을 세웠다. 박상현이 9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PGA 투어챔피언십 in JEJU’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KPGA 제공
박상현이 9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PGA 투어챔피언십 in JEJU’ 최종라운드 2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아내가 꾼 ‘똥 꿈’을 1000원에 샀다. 이 꿈은 우승 상금 2억2000만원으로 돌아왔다.

 

KPGA 투어 ‘베테랑’ 박상현(42·동아제약)이 통산 14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박상현은 9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 밸리, 테디코스(파72·7259야드)에서 열린 KPGA 투어 ‘KPGA 투어챔피언십 in JEJU’(총상금 11억원, 우승상금 2억2000만원) 4라운드 18번 홀에서 버디를 완성하는 극적인 플레이로 1언더파 71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지난 8월 동아회원권그룹 오픈 정상에 올랐던 박상현은 이번 대회까지 집어삼키며 시즌 통산 2승, 그리고 통산 14승을 기록했다. 40대 선수가 한 시즌에 다승(2승 이상)을 달성한 것은 2005년 최광수(가야오픈, 코오롱 하나은행 한국오픈)에 이어 정확하게 20년 만이다.

 

 사상 첫 발자취도 눈앞에 두고 있다. 2005년 K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이번 대회 우승 상금 2억2000만원을 추가하며 총 획득 상금 58억9372만4057원을 기록했다. 박상현이 내년 시즌 상금 1억1000여만원만 추가하며 KPGA 투어 사상 처음으로 총 상금 60억원을 넘어서는 선수로 이름을 새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박상현은 아내의 꿈을 1000원에 샀다. 박상현은 “대회 직전이었던 수요일, 급하게 아내하테 전화가 왔다”며 “꿈을 꿨는데, 바닥에 널려 있는 똥을 아무리 주워담아도 담아지지 않았다고 하더라. 길몽이니 꿈을 사가라고 해서 1000원에 샀다”며 “그런데 첫날 공동 선두에 오르면서 꿈이 생각났고, ‘진짜 우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껄껄 웃었다.

 

1000원을 주고 산 똥 꿈은 결과적으로 우승 상금 2억2000만원이 돼 돌아왔다. 요즘말로 ‘럭키비키’다. 하지만 우승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그저 꿈 덕분만은 아니다. 박상현은 올 시즌 샷 감각, 리듬 등이 무너지며 고전했다. 시즌 2승을 달성했지만, 올 시즌 17개 대회에서 톱10 피니시는 단 2번이다. 즉 톱10에 2번 들었는데, 2번이 모두 우승이었다. 성적의 양극화 현상이 드러났다.

 

박상현은 “시즌 2승이니깐 성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시즌이었다”면서도 “솔직히 스윙, 샷적으로는 워낙 부족한 것도 많고, 스스로 믿음도 없다. 오히려 이번 대회에 바람이 많이 분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된 것일 수도 있다. 시즌이 끝났으니 보완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상현이 9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PGA 투어챔피언십 in JEJU’ 4라운드 18번 홀에서 버티 퍼트를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KPGA 제공

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2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였지만, 3라운드 비 바람이 불면서 흔들렸다. 공동 3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박상현은 “바람이 많이 불었던 것이 결과적으로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 많은 경험이 있다”며 “스코어만 잘 지키면 우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잘 버티자고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18번 홀(파4)에서 극적인 우승을 만들어냈다. 17번 홀까지 같은 조 이태희와 공동 1위였다. 박상현은 “티샷이 너무 좋은 곳에 떨여졌다. 18번 홀 그린이 2단 그린인데, 그 위로만 보내면 연장은 갈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라며 “아이언샷이 너무 잘 갔고, 퍼트 역시 최대한 붙여서 파를 하자는 마음이었다. 슬라이스 라이였든데, 마지막에 쭉 뻗어가면서 홀컵으로 들어가더라. 솔직히 들어갈 줄 몰랐다. 우승을 점지해준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40대 시즌 다승(2승 이상), 20년 만에 나왔다. 박상현은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시니어 전까지 계속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변별력이다. 젊은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차이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 매시즌 우승 경쟁을 하면서 투어를 뛰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가족은 큰 힘이다. 박상현은 “큰 아들이 갤러리로 와서 3라운드부터 18홀을 같이 돌았다. 중간중간 ‘아빠 한 타 이기고 있어. 한 타 지고 있어’라고 계속 얘기해줬다”며 “플레이하는 데 큰 힘이 됐다. 가족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서귀포=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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