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부세미’ 전여빈 “연기란 미지의 세계에 뛰어드는 것 같아요”

배우 전여빈. 매니지먼트mmm 제공

배우 전여빈이 첫 타이틀롤을 맡아 최고 성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현실을 사는 시청자들에게 권선징악의 짜릿함과 사람냄새 나는 따스함을 안긴 ‘착한 여자 부세미’다. 

 

‘착한 여자 부세미’는 시한부 재벌 회장과 계약 결혼을 감행한 흙수저 여자 경호원이 유산을 노리는 이들을 피해 3개월간 신분을 바꾸고 살아남아야 하는 범죄 로맨스 드라마. 전여빈은 흙수저 김영란으로 분해 악인 가선영(장윤주)를 응징하고 인생 리셋에 성공했다. 

 

전여빈은 최근 열린 종영인터뷰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첫화부터 많은 응원을 받은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종영소감을 밝혔다. 결말에 관해서는 “둥근 결말이라 마음에 든다. 조금 더 자극적인 결말을 원하는 시청자의 도파민 지수를 채우긴 아쉬운 결말일 지도 모른다”면서 “영란이로서는 마음이 풍족한 결말이었다”고 했다. 

 

드라마틱한 설정으로 출발한 ‘부세미’지만, 현실이 드라마를 뛰어 넘을 때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다. 극 중 가선영(장윤주)는 막대한 유산을 위해 가족들의 목숨을 가차없이 앗아간다. “극악무도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드라마로 가져왔다. 이젠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말의 경계선을 가늠하기 어려워진 현실 같다”고 했다. 

'착한 여자 부세미' 스틸컷. KT스튜디오지니 제공
'착한 여자 부세미' 스틸컷. KT스튜디오지니 제공

돈 앞에서는 딸도 버리는 엄마, 그런 엄마가 진 빚에 허덕이며 성장한 영란에게 ‘평범’은 가질 수 없는 꿈이었다. 꽃뱀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아버지벌 되는 회장님과 결혼을 할 수 있엇던 이유이기도 하다. 전여빈은 “영란이는 큰 행운을 거머쥐기 보다는 닥친 불행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거다. 억만장자가 되겠다는 결심이 아니고, 한번이라도 평범한 삶을 누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라고 돌아봤다. 

 

긴 여정이 끝낸 김영란은 진짜 행복을 찾아 무창마을로 향했다. 대가 없이 김영란의 방패가 되어준 전동민(진영), 백혜지(주현영)과 무창 사람들의 환영 속에서 일상을 되찾아갔다. 평범함을 꿈꾸던 영란은 거액의 유산 상속에 기부를 결정한다. “(만일 내게 막대한 유산이 생긴다면) 챙기지 않았을까”라고 웃어 보인 전여빈은 “영란이는 빚 때문에 내일이 보이지 않던 사람이다. 누구보다 돈이 필요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회장님의 마음을 알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배우 전여빈. 매니지먼트mmm 제공

“집으로 가요”라는 말을 건네는 동민의 대사도 전여빈의 마음을 울렸다. 단 한 번도 보금자리를 가져본 적 없는 영란에게 집이란 그런 존재였다. 낯설지만 언젠가는 꼭 들어보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다. 전여빈은 “여행이 행복한 이유도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쉬어 본 적 없는 영란이가 무창에 돌아왔을 때 비로소 자신의 보금자리가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범죄 스릴러, 로맨스, 코믹과 휴머니즘까지. 전여빈이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다양하게 버무려진 복합 장르와 살아있는 캐릭터의 향연 때문이었다. 첫 주 범죄 스릴러의 분위기를 띈 시작에 이어 무창 마을로 배경을 옮겨가며 휴먼 드라마로 장르의 변주를 줬다. 평범한 삶을 살아본 적 없는 영란에게 인간 사이에 나눌 수 있는 삶의 온기를 느끼게 하고 싶었던 제작진의 의도가 엿보였다. 

 

동민의 존재 자체가 온기였다. 조용히 마을 사람들을 챙기고, 한 발 뒤에서 응원을 보냈다. 배우 진영도 전여빈에게 동민과 같은 존재가 되어 줬다. 다만 동민과의 러브라인은 유일한 오점으로 남았다. 치열한 유산 다툼이 벌어지는 가운데, 두 사람의 러브라인은 진득한 서사 없이 급전개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시청자의 볼 멘 소리가 나왔지만 배우들의 생각은 달랐다. 인물을 연기하며 쌓아왔던 감정이 순간순간 발현된 것이라 생각했다. 전여빈은 “동민이의 대사에 뜨거워지는 감정을 느꼈다. 누군가를 걱정하고, 안부를 물어주는 자체에 떨림 이상의 애정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나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였다. 설명 없이도 납득되는 관계였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얼마만큼 사랑해?’라는 질문에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사랑도 있다. 나도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 문장으로 설명하지 못했을 때가 더 많았다. 영란과 동민은 그런 감정을 주고 받은 게 아니었을까”라고 바라봤다. 

배우 전여빈. 매니지먼트mmm 제공

 

독립영화계에서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넓혀온 전여빈은 2018년 ‘죄 많은 소녀’로 크게 주목받았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 ‘빈센조’(2021), 영화 ‘외계+인 1부’(2022) ‘하얼빈’(2024) 등에 출연했다. 올해는 ‘우리영화’에 이어 두 개의 작품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착한 여자 부세미’로 첫 타이틀롤을 맡아 호평 속에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는 “연기라는 게 보여지는 기술직이 아니기에 얼만큼 해야하는지 감도 안 오고, 유리천장을 두고 허덕이는 느낌으로 달려왔다. 조연이나 앙상블 역할을 많이 해왔는데, 그야말로 짝사랑하는 기분이었다”고 돌아보며 “예전에도 지금도 늘 떨리고 두렵고 또 설렌다. 같은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이번 작품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점을 꼽자면 스태프들의 열정이다. 무더운 여름, 함께 고생하며 작품을 완성한 스태프들의 노고를 언급하며 “연기는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 생각 자체가 오만”이라며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보였다.

 

글에 쓰여진 캐릭터를 흡수하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자신이 가진 모습에서 영란, 그리고 세미를 이해하며 그려가고자 했다. 전여빈은 이를 두고 “미지의 세계에 뛰어드는 심경”이라고 했다. 이어 “어떤 장르나 캐릭터가 타율이 좋다는 확신보다는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면서 배우로서 구현해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이 마음을 가지고 달려나가는 순수한 배우 되고 싶다. 아직 욕심인 것 같지만 이 감정이 나를 계속 연기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부세미’는 2.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해 꾸준히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렸다. 최종회는 전국 시청률 7%를 넘겼다. 이는 2025년 ENA 월화드라마 1위이자 ENA 드라마 역대 2위의 기록이다. 

 

전작 ‘우리영화’의 뼈아픈 시청률을 잊을 수 있는 성적이다. 그는 “시청률은 내가 컨드롤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지만,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배우 전여빈의 인지도를 높인 ‘멜로가 체질’도 시청률이 잘 나온 작품은 아니다. “당시 시청률 1%대의 ‘멜로가 체질’도 방영 이후 OTT 서비스를 통해서 사랑을 받았다. 시청률이 큰 이슈지만, 점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품성과 시청률도 연계할 수는 없다는 복잡한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감사하다. 좋은 시청률은 늘 갈망하는 바”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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