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타] “현장에서 배웠죠”…‘대기만성형’ 트로트 가수 강보경

가수 강보경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뮤지컬 배우로 시작해 방송국 스태프, 그리고 트로트 가수로. 직접 부딪히고 배우고자 했던 가수 강보경의 20대는 경험으로 가득했다. 다부진 눈빛에 성숙한 마음가짐까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대기만성형 가수다.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한 강보경은 많은 도전과 경험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찾았다. 데뷔 초와 비교하면 창법도 한층 성숙해졌다. 전통 트로트만 고집하던 과거와 달리 트로트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다양한 파생 장르들이 생겨났다. 강보경도 노래하며 자신의 목소리, 알맞은 장르를 찾아나갔다. 

 

◆경험이 준 교훈은 ‘무대’

 

아직 20대 후반의 나이지만 누구보다 값진 경험들을 해왔다. 강보경은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어릴 때 한 번쯤 학예회나 수련회에서 장기자랑 무대에 올라가지 않나. 노래를 좋아해 무대에 서곤 했다”고 답했다. 시간이 흘러 대입을 고민해야 할 시기, 강보경은 특기를 살려 뮤지컬 학과에 가게 됐다. 4년 동안 뮤지컬을 배우다 보니 자연스레 뮤지컬 배우의 꿈을 가지게 됐지만, 주연 배우로 향하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오디션을 봐도 주연 배우와 협력하는 앙상블 위주의 배역이 돌아왔다. 

 

빠른 판단으로 길을 틀었다. 대학로에서 뮤지컬 조연출 업무를 하며 배우들의 보컬 레슨도 해봤다. 영화 조감독, 무대 조감독 등 카메라(무대) 뒤에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연출진으로 함께했다. 

가수 강보경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뮤지컬 ‘6시 퇴근’의 조연출 경험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배우들의 대사도 다 외울 정도로 집중하며 일하다 보니 동료들의 든든한 신뢰도 얻었다. 그는 “무대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작품이다. 조명과 음향, 배우들의 동선까지 작품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KBS2, JTBC 등 유명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조연출로 일한 경험도 큰 힘이 됐다.

 

강보경은 “현장에서 일을 배우고 싶었다. 스태프의 업무야말로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직무였다. 뮤지컬 배우든 가수든 준비 기간 동안 일하며 배울 것을 찾고자 했다”고 돌이켰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배움은 더 컸다. 카메라 앞에 서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간접 경험했고, 다양한 아이디어도 찾았다. 많은 경험을 통해 깨달은 건 무대에 올라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트로트 가수에 도전하게 된 건 방송국에서 만난 음향감독의 영향이었다. 목소리 하나만으로 ‘네 길은 예체능 계열(음악)인 것 같다’고 알아봐 준 귀인의 말을 듣고 다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떠올렸다. 약 3년간의 방송 스태프 경험을 거쳤고, 소개를 통해 트로트 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우연히 선 행사 무대에서 트로트 권유를 받았다. 강보경은 “한창 트로트 붐이 일 때였고,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장르는 상관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트로트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가수 강보경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내 노래로 나를 알리고 싶어요.”

 

정식 데뷔는 2022년이다. 2022년 8월 활동명 차이로 ‘안나오면 쳐 들어간다’를 발표했고, 2023년부터는 프로젝트 그룹 세가수(S3GASU)의 객원보컬로 참여했다. 뮤지컬 발성으로 시작해 트로트를 시작하니 적지 않은 부침이 있었다. 강보경만의 스타일을 찾아가기 위해 오랜 공을 들였다. 

 

그는 “예전엔 전통 트로트를 했는데, 요즘은 트로트 발라드를 하고 있다”며 “조금 더 담백하고 깔끔하게, 듣기 편한 톤을 살려서 노래할 수 있는 쪽으로 변화를 줬다”고 했다. 이전 소속사에서는 기교와 꺾기에 중점을 뒀다면, 지금은 온전히 나를 표현하기 위한 창법을 찾아냈다. 

 

 행사장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면 히트곡 메들리가 가장 인기다. 지역별로 또 연령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통 트로트를 주로 선곡한다. 반면 대중성을 생각하면 장르를 바꿔야 한다. 최애곡으로 ‘실비오는 소리’를 꼽은 강보경은 “한 트로트 프로그램에서 ‘실비오는 소리’ 무대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고, 직접 연습하며 더 깊은 울림을 느꼈다. ‘실비오는 소리’는 뮤지컬 발성에 트로트를 가미한 보컬의 강점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가수 강보경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무대 아래에선 평범한 20대다. 해보고 싶은 콘텐츠를 묻자 이내 “먹방”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먹는 걸 좋아한다. 빵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데, 다이어트가 발목을 잡더라”고 웃으며 “운동도 해보고 이것저것 많이 해봤는데, 역시 안 먹는 게 최고더라”라고 말했다. 러닝 열풍이 불기 훨씬 이전부터 꾸준히 달리는 러너다. “러닝화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걷기도 꾸준히 한다. 하지만 식이조절만한 건 없더라”고 다시 한 번 다이어트의 비결을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하나의 취미는 풋살이다. 2023년부터 트로트 선후배 가수들과 함께 팀을 이뤄 운동하고 있다고. 강보경은 “포지션은 골키퍼다. 골문을 지키면서 공을 막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자리”라고 설명하며 “골키퍼는 교체 멤버가 없어서 조금 힘들긴 하지만, 승부욕이 있어서 지면 분하다”고 열의를 보였다. 이어 “발톱도 빠지고 멍도 들었다. 그래도 뛰는 시간 동안 집중력도 향상되고 팀워크도 돈독해지더라. 성취감과 후련함, 내려놓는 법도 배우고 있다”고 했다. 

 

강보경의 20대는 파란만장했다. 최근 ‘현명한 어른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또 한 번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이제 변명할 수 없는, 핑계 댈 수 없는 나이가 된 것 같다. 누군가는 내게 열심히 살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뤄낸 결과가 있는지 돌아봤다”고 털어놨다. 여전히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는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덜 상처받고 덜 스트레스 받길 바란다. 어차피 일어날 일일 테니 덤덤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훌쩍 어른이 되어 버린 나이, 진짜 어른으로 향하는 길목에 서 있다. 30대의 가수 강보경을 상상하면 더 확고한 음악색을 가지는 가수가 되어 대중성을 키우고 싶은 바람이다. 30대 인간 강보경에겐 더 건강하고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자 한다. 

 

커버 곡을 위주로 활동하다 보니 ‘내 곡으로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내 노래로 인정받는 게 어려운 세상이지만, 시간이 걸린다 해도 진짜 좋은 곡을 통해서 나를 알리고 싶다. 요즘 듣기 편한 이지리스닝이 대세이지 않나. 내 노래도 누구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자기 어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대를 살아가며 후회되는 점이 있다면, 유튜브 등 홍보 콘텐츠를 미리 시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강보경은 “새로 발표할 앨범의 녹음은 다 끝났으니, 이제 열심히 홍보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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