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해변에서 눈물의 샷을 했던 아이, 우승 기회 잡았다… 임예택 KPGA 투어챔피언십 공동 선두

-골프 시작 후 온 가족 제주도로 이사… 해변에서 샷 연습
-3라운드 비바람 부는 가운데 안정적인 플레이로 순위 상승
임예택이 생애 첫 KPGA 투어 우승 기회를 잡았다. 임예택이 8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PGA 투어챔피언십 in JEJU’ 3라운드 6번 홀에서 페어웨이 공략 지점을 바라보고 있다. KPGA 제공
임예택이 8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PGA 투어챔피언십 in JEJU’ 3라운드 4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임예택이 8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PGA 투어챔피언십 in JEJU’ 3라운드 6번 홀 그린에서 퍼팅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KPGA 제공

‘제주도 바다 바람을 잘 아는 사나이’ 임예택(27·COWELL),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자 우승이 보이기 시작했다.

 

임예택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025시즌 최종전에서 생애 첫 우승의 기회를 잡았다. 임예택은 8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 밸리, 테디코스(파72·7259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KPGA 투어챔피언십 in JEJU’(총상금 11억원, 우승상금 2억2000만원) 3라운드에서 노보기에 버디만 4개를 솎아내는 무결점 플레이를 선보이며 4언더파 68타를 기록했다. 나란히 중간합계 12언더파 204타를 기록한 임예택은 장희민과 함께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라운드를 치를 수록 결점을 지워가고 있다. 첫날 1라운드에서 버디 3개를 기록했지만, 보기를 2개나 범하며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보기는 단 1개로 줄이고, 버디를 무려 8개나 쏟아내며 7타를 줄였다. 그리고 3라운드에서 보기는 모두 지워버리고 버디만 4개를 건졌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3라운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제주도 11월 초에 부는 강한 바람, 그리고 비까지 선수들이 흔들릴 수 있는 조건이다. 실제 2라운드까지 공동 선수를 달렸던 선수들이 대부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 와중에 노보기 플레이를 펼쳤다. 제주도의 아들이다.

임예택이 8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PGA 투어챔피언십 in JEJU’ 3라운드 1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임예택은 12살에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또래에 비해 늦은 시작이었다. 골프를 시작하면서 가족은 제주도로 거처를 옮겼다. 아버지는 펜션 관리를 하면서 임예택의 꿈을 지원했다. 아버지는 펜션 앞 모래사장에 매트를 깔고 연습 타석을 만들어줬다. 돌로 둘러싸여 웅덩이가 만들어지면, 그곳을 타깃삼아 물에 뜨는 플로트 볼로 샷을 했다. 바닷물이 빠지면 아버지가 그 공을 다시 주워오셨다.

 

바다를 바라보며 수만번 샷을 한 임예택, 절호의 우승 기회를 잡았다. 3라운드 종료 후 임예택은 “스코어를 접수하면서 ‘제주의 아들’이라 ‘제주도 버프’를 받은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말씀대로 운도 잘 따라준 것 같아 감사하다”며 “1라운드부터 오늘까지 퍼트가 계속 잘 따라주고 있다. 후반에 샷이 많이 흔들렸는데 퍼트 덕분에 위기가 와도 파세이브로 스코어를 지킬 수 있었다. 앞선 라운드에서는 아이언샷이 조금 안 좋았는데 오늘은 아이언샷도 잘 됐다”고 전했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 나온 최고의 명대사,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이다. 임예택에게 어울리는 말이었다. 임예택은 “아무래도 날씨가 추워지고 비가 오기 시작한 뒤부터 샷도 잘 안 되고 거리가 줄어든 것 같다. 라운드 후반은 버티면서 쳤다”고 전했다.

임예택이 8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PGA 투어챔피언십 in JEJU’ 3라운드 1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이제 최종 라운드만 남았다. 그는 “리더보드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잘라말하며 “(챔피언조에서) 워낙 친한 장희민 선수와 평소 좋아하는 형인 최찬 선수와 함께 플레이하면서 즐거운 분위기에서 경기 잘 마무리한 것으로도 기분이 좋다. 우승 경쟁에 대한 생각은 크게 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우승 기회가 온만큼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서 플레이 하겠다. 모든 아이디어와 영감을 끄집어내서 당장 닥친 순간에만 집중하겠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서귀포=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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