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 쌍둥이 군단과 염경엽 LG 감독의 만남에 찰떡 같이 어울리는 한마디다.
프로야구 LG가 구단 역사상 네 번째 KBO리그 통합우승 왕좌에 앉았다. 2025시즌 페넌트레이스 내내 선두를 두고 다퉜던 한화와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를 4승1패로 깔끔하게 매듭지었다. 31일 적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시리즈 5차전을 4-1 승리로 물들이며, 대장정의 화려한 종지부를 찍었다.
염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에 화려한 색깔이 덧입혀진다. 3년 사이에 2번의 통합우승을 빚어내는 믿을 수 없는 업적과 함께 명실상부 KBO리그 최고의 명장 반열에 올랐다.
3년 전인 2022년 11월 6일, LG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해도 지금의 영광을 예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를 향한 시선이 결코 따뜻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설과 풍자가 담긴 ‘우승 없는 우승청부사’ 타이틀 속에는 그를 향한 LG 팬들의 우려가 녹아 있었다.
염 감독은 현대 소속 선수로 2번(1998·2000년) KS 우승을 경험했지만, 현역 시절의 그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주연이 아니었다. 현대의 2004년 우승도 함께 했지만, 당시 신분은 구단 운영팀 과장이었다. 2018년에는 SK(현 SSG)에서 트로피를 들었지만, 그때도 그의 위치는 단장이었다.
그라운드 위 수장으로서는 한없이 연약했다. 가을야구에는 꾸준히 닿았지만, 마지막 우승 퍼즐을 매번 놓친 아픔으로 커리어가 점철됐다. 2013년 넥센(현 키움)에서 처음 감독을 맡아 영웅으로 보낸 4년간, KS 준우승 1회-준플레이오프(준PO) 탈락 3회를 남겼다.
2019년 권토중래를 외치며 SK 감독으로 현장에 돌아왔지만,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추락으로 체면을 구겼다. 정규시즌 막판 9경기 차 1위를 달리다가 미끄러진 끝에 KS 직행을 놓친 끝에 플레이오프(PO)에서 스윕패(vs 키움)로 퇴장하고 마는 대굴욕이었다. 2020시즌에는 끝내 건강상의 이유로 자진사퇴했다.
‘지도자’ 염경엽이 완벽한 실패로 끝나려 했던 순간, LG가 내민 손을 잡았다. 운명 같은 만남이었다. 2023시즌 맹렬한 기세로 통합우승을 물들이는 기염을 토했다. 염 감독 스스로의 한(恨)을 푼 것은 물론이거니와, 29년 동안 이어진 LG의 타는 우승 목마름까지 해갈 시켰다.
완벽한 동행이 2년을 지난 지금, 다시 한번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개막 7연승으로 시동을 건 LG는 반등하는 한화의 도전을 끝내 뿌리쳤다. 8월 승률 0.750(18승1무6패)의 뒷심과 정규시즌 최종전에 따라온 행운에 힘입어 정규시즌 1위에 앉았다. 그리고 재차 숙적 한화를 마주한 KS에서 일방적인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기어코 ‘V4’ 왕좌에 앉기에 이르렀다.
염 감독이 LG 역사에 묵직한 이정표를 세운다. 지금까지 지휘봉을 잡은 17명의 수장(전신 MBC 청룡 포함·감독대행 제외) 중 최초로 통합우승 2번을 만들어낸 감독이 됐다. 1990년 첫 우승을 만든 백인천 전 감독과 1994년에 뒤를 이은 이광환 전 감독도 만들지 못한 성과다.
LG와 맺었던 3년 총액 21억원(계약금 3억원·연봉 5억원·인센티브 3억원) 계약이 만료되지만, 재계약은 일찌감치 확정됐다. 2000년대 들어 그 누구도 재계약에 골인하지 못한 ‘감독들의 무덤’에서 살아남는다. KBO리그 역대 감독 최고 대우는 따 놓은 당상이다.
“재계약 걸려 있는 해이긴 하지만, 그와 별개로 어떤 감독이 와도 LG가 강팀이 되도록 팀이 발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올해 시무식에서의 약속을 지킨 그는 페넌트레이스 우승 이후 “나는 LG에 올인한다. 타 팀 영입 제의도 있었지만, LG 말고는 생각 안 했다”는 절절한 메시지도 띄워보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궁합, 해피엔딩을 맞을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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