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한 쌍둥이, V4] 지난해 실패 딛고 우뚝 일어선 쌍둥이 ‘V4’… ‘2025 LG’는 어떻게 강해졌나

LG 선수단이 2025 KBO리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29년 만의 우승이 찾아왔던 2023년의 쌍둥이 군단, 당차게 왕조 구축을 외쳤다. 누구도 이를 호기라 부르지 않았다. ‘V3’에서 드러난 LG의 힘이 그만큼 막강했기 때문이다. 세상 일은 기대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2024시즌에 숱한 암초를 마주치며 덜컹거린 염경엽호는 정규시즌 3위, 플레이오프(PO) 탈락의 초라한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아팠던 실패, 무너지지 않았다. 비시즌 내내 상처를 치유하는 데 집중했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필연적으로 터져나오는 구멍들을 빠르게 보완하는 데에도 온 힘을 다했다. 그 결과 2년 만에 왕좌로 복귀하는 경사를 누렸다. 한화를 마주친 2025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 4승1패로 빠르게 ‘V4’에 닿는 데 성공했다.

 

확 달라진 LG의 2025년, 그 진화를 살펴보려면 먼저 앞선 내리막을 돌아봐야 한다. 지난해 투타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왔다. 타선에서는 베테랑들의 침묵이 뼈아팠다. 중심을 잡아줘야할 김현수, 오지환, 박해민 등의 그래프가 유독 떨어졌다. 새롭게 도입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의 스트라이크 존 적응에 애를 먹었다. 타선 불균형이 시즌 내내 걸림돌이었다.

 

사진=뉴시스

 

치명적이었던 파트는 역시 불펜진이었다. ‘V3’ 당시 LG 불펜의 폼은 정점을 찍었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로 빛났다. 그러나 2023시즌 종료 후 마무리 투수 고우석의 미국행, 살림꾼 이정용의 국군체육부대 입대, 함덕주의 팔꿈치 수술 등으로 인한 전력 공백이 끝내 화근으로 작용했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6위(5.21)까지 떨어지며 뒷문이 흔들렸다.

 

명확한 문제점, 하나씩 고쳐갔다. 허약해진 불펜을 위해 모두가 팔을 걷어붙였다. 새로운 얼굴들이 곳곳에서 힘을 더해 전체적인 팀 전력 상승에 일조했다.

 

먼저 탄탄해진 선발진이 불펜진에 낙수효과를 선사했다. 송승기라는 히트상품의 등장이 핵심이었다.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첫 시즌부터 11승을 따냈다. 리그 최강 5선발로 거듭나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데뷔 시즌을 보냈다.

 

프런트의 빠른 움직임도 빛을 발했다. 지난 8월 꺼내든 대체 외인 카드가 적중했다. 부상과 구위 저하에 신음하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과감하게 작별하고 앤더스 톨허스트라는 뉴 페이스를 데려왔다. 성공이었다. 톨허스트는 후반기 6승(2패), 평균자책점 2.68로 페넌트레이스 1위 등극을 이끈 건 물론, KS 무대에서도 2경기에 등판해 2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이상 피칭으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사진=뉴시스

 

불펜 내부에서도 새싹이 고개를 힘차게 들었다. 고졸루키 김영우가 시속 150㎞를 손쉽게 넘나드는 대포알 직구와 함께 빠르게 프로 무대에 녹아들었다. 오로지 실력으로 필승조까지 올라선 그는 시즌 66경기 3승2패 7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40으로 무서운 신입생의 존재감을 자랑했다.

 

베테랑들은 염경엽 LG 감독의 변함없는 믿음에 응답했다. 시즌 타율 0.298로 3할대에 다시 근접한 김현수는 KS 무대에서 타율 0.529(17타수 9안타) 1홈런 8타점으로 활활 타올랐다. 타격 회복세는 물론 중견수에서 쉼없이 호수비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든 박해민도 중요 순간마다 LG를 구했다. 타고난 리더십과 함께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며 ‘원 팀’ LG를 만든 건 말할 것도 없다.

 

2년 만의 진화, 재현한 우승 영광. 이번에도 LG는 과감하게 왕조를 외친다.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그 가운데 2번의 통합우승을 빚어낸 화려한 전력이 쌍둥이들의 자신감에 근거를 불어넣는다. 이제 강팀 LG가 가를 물살을 지켜볼 일만 남았다.



대전=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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