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3] 강속구 뒤 흐르던 눈물…김서현이 던진 건 간절함이었다

“팀의 승리를 지켰다. 행복하다” 

 

지워야할 아웃카운트는 5개.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심지어 1사 1,3루 상황.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했다. 최고 154㎞ 강속구가 연이어 꽂혔다. 위기 속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9회 말 문성주를 상대로 병살타를 이끌어내면서 경기는 마무리됐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을 들으며 마무리 김서현(한화)은 눈물을 쏟아냈다. “9회에 경기를 막은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힘들었던 기억들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고 끄덕였다.

 

떡잎부터 남달랐다. 아마추어 시절, 특급 유망주로 분류됐다. 2023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1순위)로 이름이 불렸다.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의 세계는 매서웠다. 틀을 깨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러 차례 투구 폼을 바꾸면서 헤맸다. 프로 3년차인 올해, 마침내 날개를 활짝 폈다. 마무리로 전향해 뒷문을 지켰다. 33세이브를 신고했다. 박영현(KT·35세이브)에 이어 이 부문 2위를 마크했다. 한화가 정규리그 2위를 마크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불안요소는 있었다. 구위 자체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흔히 마무리는 야수의 심장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승리의 경계서 싸워야 하는 만큼 보다 단단한 멘탈을 구축하는 것이 과제였다. 시즌 막바지 큰 시련이 닥쳤다. 지난 1일 인천 SSG전이다. 3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홈런 2방을 막고 패전투수가 됐다. 평범한 1패가 아니었다. 이날 패배로 한화는 정규리그 1위를 LG에게 내줘야 했다. 경험이 적은 김서현에겐 큰 충격이었을 터.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포스트시즌(PS)에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잠깐이지만 마무리로 뛰지 못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 3차전서 김경문 한화 감독은 문동주에게 4이닝(6~9회)을 맡겼다. 아픈 기억 때문일까. 4차전에 나섰지만 동점 쓰리런을 맞았다. 김서현은 “솔직히 (3차전 때) 나가고 싶었다. 처음엔 서운하기도 했는데, 표정이 안 좋았던 것 같아 (문)동주 형에게 미안했다. 고마워해야했다. 동주형이 막아줬기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듯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중요한 순간, 멋지게 해냈다.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3차전. 이미 원정서 두 경기를 모두 내주고 돌아온 상황이었다. 한차례 폭투로 실점하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잘 막았다. 19년 만에, 홈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26년 만에 한화 승리투수가 되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믿게 됐다. 김서현은 “감독님께서 ‘네 덕분에 여기까지 왔으니 주눅들 필요 없다’고 하셨다.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는데,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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