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오스틴 딘(LG)의 부진, 자칫 더 큰 위기를 부르기 전에 특단의 조치가 취해진다.
프로야구 2025시즌 통합우승 왕좌를 향해 진격하던 LG의 기세에 급제동이 가해졌다.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3차전에서 3-7로 패하면서다. 단순한 1패가 아니다. 다잡은 경기를 8회말에 손에서 떠나보내는 충격적인 뒤집기를 허용해 일순 분위기를 내줬다. 30일 속행될 4차전에서 빠르게 불을 끄지 못한다면, 축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LG는 0-1로 뒤지던 이날 코디 폰세라는 극강의 에이스를 두드리며 경기 리드를 쥐었다. 3회초 신민재의 1타점 2루타와 4회초 김현수의 역전 솔로포가 발판을 놨다. 8회초에는 상대 김서현의 폭투로 3-1로 점수를 벌리기까지 했다. 지키는 야구까지 통했다면, KS 우승 9부능선을 넘을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8회말에 상대의 빗맞은 안타가 연발되는 불운 속에 고개를 떨궜다. 마무리 유영찬마저 흔들린 끝에 대거 6실점으로 간절했던 3번째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지고 나니, 잊고 있던 아쉬움이 2배가 된다. 특히 ‘복덩이 외인’ 오스틴의 부진이 너무나 뼈아프다. 오스틴은 이번 시리즈에서 속절 없는 침묵 중이다. 팀이 2연승했던 첫 2경기에서도 10타석 7타수 무안타 3볼넷에 그쳤다. 염경엽 LG 감독은 전반적인 팀의 상승세가 오스틴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는 믿음 속에 그를 꾸준히 3번 타순에 기용했다.
3차전을 앞두고도 사령탑은 “시리즈 시작 전에 감이 안 좋았으면 걱정을 했을 텐데, 그때만 해도 오스틴의 감이 제일 좋았다. 너무 잘하려고 덤비다보니 중심이 앞으로 무너지며 타이밍이 늦었다. 욕심보다는 해야할 것을 한다는 마인드로 경기에 임해줬으면 한다”며 변치 않는 신뢰를 보내기도 했다.
또 화답하지 못했다. 3차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의 초라한 성적이 남았다. 상황을 뜯어보면 LG에 더욱 치명적이었다. 1회초 1사 1루에서는 병살타로 고개를 떨궜다. 4회초 선두타자로 뜬공에 그쳤고, 6회초에는 팀이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루에서 허무한 삼진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8회초가 가장 아쉽다. 1사 1·3루에서 상대 마무리 김서현이 폭투로 흔들리며 3-1이 만들어진 순간이었다. 1점을 더 내는 적시타 한방만 터졌다면, 완벽하게 상대 추격 의지를 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해피엔딩은 없었다. 오스틴은 김서현의 빠른 공에 대처하지 못하고 경기 2번째 뜬공을 쏘아올린 후, 쓸쓸히 퇴장했다.
염 감독도 더는 가만 있을 수 없다. 경기를 마친 수장은 “내일은 타순 조정을 해야할 것 같다. 조금 내릴 것 같다”는 짧은 한마디로 복잡한 심경을 갈음했다.
꼭 살아나야 한다. 오스틴은 LG의 외인 타자 악몽을 끊어준 주인공이다. 2023년 합류 첫해 LG 외인 타자 최초 골든글러브를 품었고, 29년 만의 통합우승 당시에도 KS 타율 0.350(20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지난해엔 132타점으로 구단 역사상 첫 타점왕에도 올랐을 정도. 이번 시즌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끝내 2년 연속 30홈런을 달성하며 타선의 기둥으로 활약했다.
그 모습이 살아난다면, LG는 ‘V4’로 가는 열쇠를 손에 쥘 수 있다. 오스틴의 부활, LG의 남은 시리즈 키워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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